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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프 (Rope, 1948) (0) 2014/07/20 AM 02:01

로프 (Rope, 1948)

히치콕 감독의 영화 로프.
평범한 도시의 길거리를 비추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카메라가 이동해서 커튼이 쳐진 창을 비추고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비명을 지릅니다. 건물 안에서는 수트를 입은 잘생긴 두 청년이(브랜든과 필립) 한 남자의 목을 로프로 졸라 살해하고 있습니다. 살인이 끝나고 두 남자는 시체를 상자 안에 담습니다. 상자를 방안에 두고 사람들을 모아 샴페인 파티를 벌이는데 과연 이 시체,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밝혀지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 계속해서 서스펜스를 자아냅니다.

이 영화는 두 편의 소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는 에드가 앨런 포의 고자질하는 심장이고, 다른 하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입니다. 고자질하는 심장에서 주인공은 시체를 자신의 방바닥에 토막내어 숨기고, 이 범죄가 들키지 않으리라는 생각, 그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범죄사실을 고백하고 마는데, 시체를 자신의 방에 숨겼다는 점, 자신의 행동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진 브랜든, 그리고 죄책감에 예민한 행동을 하게 되어 결국 루퍼트의 의심을 사게 되는 필립의 모습은 고자질하는 심장에서의 주인공의 모습을 그대로 빌려왔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또한 브랜든과 필립이 살인을 하게 되는 이유는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해 있는 사감, 루퍼트 콜뎀(제임스 스튜어트 분)의 영향 때문인데 이 캐릭터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쾌락에 대한 생각을 주입시킴으로써 도리언을 파멸의 길로 이끌고 마는 신사 헨리 워튼 경과 아주 흡사합니다.

이 영화의 대단한 점이라면 한정된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만 긴장을 조절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탐정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루퍼트를 범인들과 한 장면에 넣어 관찰하고 의심하게 만드는데 촬영을 할 때 한 인물의 액션에서 그에 따른 반응샷으로 분절해서 찍은 것이 아니라 롱테이크로 찍어버립니다. 따라서 보는 사람조차도 등장인물의 사소한 행동에도 집중하며 필립의 불안, 루퍼트의 의심이 어떤 식으로 고조되는지 완전히 몰입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10분 정도 찍는 것이 한계였다고 하는 당시 기술 상황에서 단 한 컷도 끊어지지 않는듯한 장면을 테크닉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또한 초반부에 커튼을 젖히자 방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은 정말 멋진 씬이더군요.
루퍼트 콜뎀이라는 캐릭터가 후반부 최후의 10분 안에 보여주는 모습은 정말 흥미롭기 그지없습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나치 독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는데 니체의 사상이 나치의 사상적 기초를 이루기도 했고 영화 내용을 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곰티비에서 무료로 감상했는데, 중간중간 광고가 삽입되어 있어서 좀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지 싶습니다. 약 8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라서 혹시 보실 분들은 여기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왓챠 사이트 이용하시는 분 많이 계신가요.
전 이제 1000편 좀 넘게 봤던데, 더 찾아보면 1200편은 넘을 것 같지만... 4000편 넘게 보신 분도 있더군요. 프랑소와 트뤼포는 일생 1만 2천편을 감상했다고 하니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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