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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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명(Notorious, 1946) (2) 2014/07/25 PM 01:06

히치콕의 영화는 많이 감상하진 못했습니다.
워낙 작품을 많이 찍은 감독이기도 하고, 예전에는 막연한 생각에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항상 히치콕하면 떠오르는 영화 싸이코의 이미지가 너무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대충 유명한 장면들을 본 기억은 있지만 싸이코는 아직 감상하지도 않았습니다. 세보니 총 일곱 편을 감상했네요. 다이얼 M을 돌려라, 열차 안의 낯선 자들, 로프, 현기증, 이창,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그리고 이번 감상한 오명입니다. 새벽에 감상했는데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제가 본 히치콕의 영화 중에는 현기증, 이창과 더불어서 이 작품을 Top 3로 꼽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를 본다고 해서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군요. 그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캐리 그랜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이 영화는 첩보물과 로맨스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법정에서 한 남자에게 미국에 대한 반역죄가 선고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등장하고, 그녀는 방금 선고를 받은 남자의 딸인 엘리샤 후버만(잉그리드 버그만)입니다. 그녀는 독일의 스파이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로 어머니의 나라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아버지를 못마땅해합니다.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지내던 어느 날, 미국 정보부의 요원인 데블린(캐리 그랜트 분)이 나타납니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데블린은 임무 때문에, 엘리샤는 자신의 전력과 처지, 자존심(이라고 해야할까요)때문에 둘의 사이는 계속해서 삐걱거립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예전부터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독일인 세바스챤을 유혹하여 정보를 빼내오는 것이었고, 이런 저런 사건들 끝에 임무의 성공 그리고 애정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히치콕의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오프닝과 엔딩씬 모두를 환상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그건 이 영화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오명에서도 초반에 이야기를 이끄는 법정 씬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장면은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사건의 종결로 여겨지는 법정을 등장시킴으로 사건의 전개를 빠르게 보이게 하고, 또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이 영화의 엔딩씬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말 영화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 중 하나입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볼 때는 몰랐는데 캐리 그랜트는 매력적입니다.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미소는 007 같은 영화에서 보던 매력적인 스파이의 전형이네요. 단연 007이어야 했을 사나이 같은 느낌입니다. 사랑을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데블린의 성격을 잘 연기해서 영화에 대한 지배력이 엄청납니다.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는 더 대단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느낌을 주는 몇몇 씬에서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보는듯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마력적인 표정을 짓곤 하는데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세바스티안과 데블린을 바라볼 때 미세하게 달라지는 눈빛연기도 멋집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난 후에 그녀가 내뱉는 대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작품에 들어가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굉장한 명대사더군요. 멋진 스타일링 역시도 그녀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킵니다.

이 영화의 평을 보면 초반부 데블린과 엘리샤가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누는 씬들이 너무 길다는 평이 많던데 제 생각엔 반대로 히치콕 특유의 긴장감을 보여주는 후반부의 씬들보다도 이 씬들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상당히 재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후반부의 씬들 특히 와인 저장고로 들어갈 때, 샴페인 병의 숫자로 시간을 한정해서 긴장감을 주는 장면들이 결코 부족한 것도 아니죠.

이 영화에서 가장 껄끄러운 점은 아마도 국가나, 이데올로기의 충돌 가운데서 개인의 인간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시되고 무력한가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결국 데블린도 임무에 의해서 애정을 포기하려 애쓰고, 엘리샤 같은 경우는 사실 더 심하죠. 어떻게 보면 데블린까지, 영화에 나오는 모든 남성들은 그녀를 이용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게 어찌보면 국가가 개인에게 요구하고 있는 본질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씁쓸하기도 합니다.

히치콕 영화 안 보신 분이라면 이창, 현기증 그리고 이 오명만큼은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목이 왜 Notorious인지는 보면 쉽게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도 멋지군요. 저는 계속 Notorious B.I.G랑 투팍이 떠오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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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sjdlwif    친구신청

레알 명작인 듯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히치콕이 잡아낸 중년의 캐리 그랜트 이미지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북북서에서도 좋아했지만). 제임스 스튜어트도 그렇고 히치콕 감독은 배우 이미지를 비트는데에도 탁월한 것 같아요.
스크류볼 코미디의 황제 시절도 엄청 좋아하는데 중년 시절도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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