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ian Blue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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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냥꾼의 밤 (The Night Of The Hunter, 1955) (1) 2014/11/10 PM 11:23




찰스 로튼의 감독 데뷔작이자 마지막 연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뭐라 정의하기가 어려운 영화다. 어느 부분의 연출에선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영화 멋진 인생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가족적이고,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같은 표현주의 작품을 보는듯한 기괴한 배경 구성에, 서스펜스를 불러 일으키는 잘 계산된 장면 구성을 보고 있노라면 히치콕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게다가 필름 느와르적이기도 하고, 후반부의 장면들은 특히 한 편의 오컬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존과 펄의 아버지인 벤은 두 사람을 죽이고 만 달러를 훔쳐온다. 경찰에 잡혀 가기 전에 펄의 인형에 돈을 숨기고 존에게 그가 클 때까지 돈을 잘 간수할 것, 펄을 돌봐줄 것을 약속시키는데 이 만 달러의 돈이 영화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교수형을 앞두고 형무소에서 잠을 자던 벤은 실수로 만 달러를 숨겨두었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만다. 때마침 감옥에 들어와 있던 해리는 이야기를 그 돈을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인 해리는 양 주먹에 LOVE와 HATE를 새긴 전도사로 미망인들을 만나 죽이고 돈을 훔쳐가는 사이코패스적 인물이다.

전도사 행세를 하는 해리를 마을 사람들은 호의적으로 대하고, 미망인이 된 존과 펄의 어머니 윌라와의 결혼을 부추긴다. 결국 해리는 윌라와 결혼하게 되고, 아이들을 꾀어 돈을 빼앗으려는 잔인한 해리와 돈과 펄을 지켜내려는 존 사이의 갈등이 계속된다. 해리의 진면목을 알고 판단하여 대항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존 뿐이다. 결국 해리는 윌라를 죽이고, 존과 펄은 배를 타고 강의 하류로 도망친다.
정처 없이 강으로 떠내려 가다가 존과 펄은 쿠퍼 부인을 만난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떠난 자식들을 대신해서 가족 없이 떠돌아 다니는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마치 선과 악의 대결인 것처럼 보이는 쿠퍼 부인과 대결 끝에 영화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 영화는 내가 본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묘한 작품이다. 스스로 전도사임을 자처하는 해리는 악의 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인 벤은 존과 펄에게는 상냥했을지 몰라도 돈을 위해서 살인을 저지른 인물이고, 존과 펄의 어머니인 윌라는 벤의 설명으로부터 이미 믿을 수 없는 인물이며, 해리의 꾀임에 넘어가고 첫날 밤 장면에 이르러서는 기독교적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 안에서 홀로 음란한 역할을 맡은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또 그녀를 부추기는 마을 인물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호의로 윌라를 대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행동은 참혹한 결과로 돌아온다. 결국 존의 시선 아래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해리의 범행을 돕는 인물로 여겨진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었던 인물인 버디 역시도 중요한 순간엔 방관자가 되고 만다. 갑자기 등장한 쿠퍼 부인은, 영화에서 어떤 설명도 없이 등장하는 낯선 인물이지만 선 역으로 해리의 정반대에 위치하여 존과 펄을 돕는다. 가까운 인물들은 모두 적이고, 낯선 인물들은 모두 조력자가 된다.

이 영화의 정말 무서운 점은 동화적인 분위기와 공포가 함께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오른손에 LOVE를, 카인의 왼손에 HATE를 새겨 놓은 해리의 손이 깍지를 끼고 있는 것처럼 두 가지는 완전히 맞물려 있다. 영화는 계속해서 이 것이 동화임을 주지시킨다. 오프닝에서 다섯 아이들의 얼굴과 함께 등장한 쿠퍼 부인은 관객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책을 펴는데, 그 다섯 아이들의 얼굴이 영화에서 쿠퍼 부인이 키우는 다섯 명의 얼굴과 다르다. 존과 루비 대신 다른 아이들의 얼굴이 등장한다. 존과 루비는 성장하여 떠나갔을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장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물론 영화지만, 동화와 실제일 가능성이 혼재하고 있기도 하다. 존이 펄의 침대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 쿠퍼 부인이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모세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장면, 펄이 배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들은 영화 전체적인 내러티브와도 맞물리고, 빛과 어둠을 잘 사용한 배경과 발랄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음악 역시도 동화적 분위기를 강화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무섭다. 이렇게 무서운 동화가 어디 있단 말인가. 오프닝에서 존과 루비의 얼굴이 없는 것도 그렇다. 존과 루비는 해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들이다. 이런 기묘한 연출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상상을 더욱 자극한다.

해리라는 악마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마적이다. 기막힌 설교를 통해 윌리 부인을 교회에서 간증하게 하는 장면도 그렇거니와, 그녀를 살해할 때의 장면은 빛과 어둠을 사용해서 제단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데, 그 자체로 상당히 반기독교적이다.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 전혀 저항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광신적인 신앙 앞에 세뇌되어 있다. 그는 항상 주의 팔에 안기세라는 찬송가를 부르는데, 영화의 후반부 해리가 쿠퍼 부인의 집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때, 쿠퍼 부인이 정확한 가사로 그 찬송가를 따라 부르는 장면은, 마치 영화 엑소시스트처럼 악마에 대항해 성경을 영창하는 듯한 분위기로 여겨질 정도다.

이런 영화의 공포를 아름다운 장면들이 희석시킨다. 특히 배를 타고 두 아이가 하류로 떠내려가는 장면은 음악과 더불어서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두 아이가 헛간에 숨어 하루 밤을 보낼 때 어두운 건물의 바깥 쪽으로 어스름히 보이는 빛, 창 밖의 초승달. 물 속에 가라앉은 윌라 부인의 시체가 드러나는 장면 역시도, 무서운 장면이지만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미지다.

결말에 이르러 해리가 경찰에 잡혀갈 때 안된다고 소리치며 아버지라고 부른다. 벤이 잡혀갈 때를 떠올리며 해리와 벤을 동일시하는 이 충격적인 장면은 전율이다. 펄도 그렇고 루비도 그렇고 존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랑을 갈구한다. 또 윌라의 시체가 드러난 후의 이어지는 장면에서 해리의 뒷모습을 따라 카메라의 시선이 조금씩 작아지고 아이들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 펄이 인형에서 돈을 꺼내 자를 때, 해리의 발치로 존과 펄을 상징하는 두 장의 종이 인형이 날리는 장면의 연출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몇 번이고 다시 보아야 할 위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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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틴    친구신청

러브 & 헤이트가 여기서 나온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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