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임종 전의 유언 작별인사는 다 드라마 연출인가...2023.03.31 PM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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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아버지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다 머리에 종양이 세 개나 있다고 진단받았습니다만


말이 어눌해지고, 중심을 못 잡아 혼자 못 걷고, 심한 통증에 1주일 정도 변을 못 본 상태였으나

금요일에 그나마 사이 가까운 형제가 문병 오니 기뻐하며 스시와 롤을 한 접시씩 비울 정도는 되었습니다.

월요일엔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참이었고요.


그런데 토요일엔 왼쪽 눈이 아예 안 보인다고 하더니 (종양 하나가 후두부에 있어서 시신경을 압박하는 모양)
일요일 오전부턴 소변을 못 가리기 시작해서 이틀간 두세 시간 간격으로 치운다고 어머니랑 밤새 식겁했네요.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방사선 치료는 보류하고
화요일에 호스피스 서비스를 불러 환자용 침대랑 물품을 보급 받았습니다.
이 시점에선 아직 인지능력이 있었는데

수요일 오전엔 어머니더러 모르는 아줌마라더니 밤에는 말 걸어도 대답을 못 하네요.
통증에 시달려서 큰 한숨소리 비슷한 소리만 낼 뿐.
목요일엔 모르핀성 진통제랑 펜타닐 패치 덕분인지 온종일 잠만 잤고요.


췌장암이 뇌로 전이된 드문 케이스라던데 진행이 하루하루 무섭도록 빠르네요.

이게 진단으로부터 고작 10일 사이의 일이라는 게 참.




결국 마지막으로 대화 비스무리한 걸 한 게

월요일 밤 화요일 새벽 사이 소변 때문에 저 혼자 기저귀 갈아드리면서인데...
다 치우고서 눕혀드렸건만 좀 있다 봤더니 침대에 걸터 앉아 가만히 계시더군요.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으니까 힐끗 보더니 뭔가 망설이길래 "아 뭔가 할말을 남기려나 보다" 싶었습니다만
...맥도날드 무설탕 바닐라 냉커피를 그렇게 마셨으면 좋겠다네요.

금요일 저녁에 먹다 남은 게 냉장고 안에 있었는데 3일 된거라 좀 그랬지만 평소에도 자주 그렇게 마셨으니...


그걸 갖다 드리니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놓고는 "오늘 우리 XX가 서비스가 좋네"라더니

"행복..." 뭐라고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무시더군요.


...마지막 만찬이라든가 그런 인식은 없으셨던 것 같고

약간이나마 컨디션이 괜찮으니 처음 생각나는 게 그 맥도날드 커피라는 게...


사람이 아프면 아픈 거 때문에 정신 없는데

드라마처럼 뭐 각오를 하고 할말을 남기고 할 겨를은 없는 것 같네요.

댓글 : 12 개
ㅜㅜ
힘내세요....
ㅜㅜ
하이고... 이런... ㅜ.ㅜ
마음 단단히 가지시길 감히 적어볼 따름입니다...
저는 아버지 마지막 모습이..
중환자실에서 내일 보자고.. 아버지 여기서 잘 있을테니까 내일 면회때 보자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고 갑자기 안좋아지셔서.. 그렇게.. 그게 마지막 인사였네요..
나이 먹으니 다른것보다 술한잔 하면서 그냥 사는 이야기 하는게 그렇게 해보고싶다..
라는 생가이 나네요.. 그때가 20대 중반이고 술도 그렇게 안좋아하던 시기라
  • Ezrit
  • 2023/03/31 PM 07:52
힘내십쇼...ㅜ.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힘내시라는 말 밖엔..

힘내세요 ㅠㅠ
...저희 어머니도 유방암이 뇌로 전이 되서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이상 증세 보인 후 6개월 뒤 하늘 나라로 가셨어요...
그동안 기저귀 욕창 관리에 치매증상등 힘들고 무서웠었네요
작성자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실꺼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힘내시길 바라요
스테로이드 약 쓰면 잠시 증상이 호전 되는데(뇌 부종이 가라앉아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여튼 스테로이드는 계속 쓸 수 없는 약이라
증상 호전 되었을때 드시고 싶어하시는 음식이나 TV프로그램 보여드리고 그랬네요
힘내십시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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