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껴쓰기] 보편적 사랑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2025.06.24 PM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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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하고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인문학자가 잘못된 건 없다. 인문학은 그런

학문이다. 과학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인문학에는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가르는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매우 그럴 법하거나 그럴 것 같기도 한

주장과 별로 그럴 듯 하지 않거나 아주 말이 안되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그럴 법한

견해끼리 충돌하면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 어느 쪽도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

이다. 인문학에는 과학과 달리 영원한 진리가 없다. 한 때 진리로 통하는 이론도 

100년을 견디지 못한다. 스미스 Adam Smith 의 '보이지 않는 손', 스펜서 Herbert Spencer

의 '사회 다윈주의' Social Darwinism, 마르크스 Karl Marx의 역사이론이 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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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과 인문학의 이론을 결합하면 친족이타주의가 생긴 이유를 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다. 혈연에 근거를 둔 비합리적 연고주의와 부정부패를 없애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 지도 알 수 있다.


 다시 맹자를 생각한다. 해밀턴의 이론은 맹자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보편적 사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우리가 사랑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타 행동의

범위는, 가족에서 시작해 이웃으로 넓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과학이 인정하는 사실일

뿐이다. 사실이라고 해서 훌륭한 건 아니다. 우리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름답다. 우리 삶에는 도덕과 미학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대로 알면서 선과 미를 추구하자. 사실을 도덕으로 착각하지도 말고

도덕으로 사실을 덮지도 말자.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맹자는 과학적으로 옳은 견해를

폈지만 묵가와 양주학파를 부적절하고 과도하게 비판했다고 할 수 있다.


 오해할까 봐 다시 강조한다. 유전자는 친족이타주의를 설계하지 않는다. 유전자는 그 무엇도 설계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를 복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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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2023), 유시민 저


댓글 : 1 개
... 과학이 영원한 진리가 있어? ... 전제부터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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