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린풍자쇼] 군 장병 열차에서도 피어나는 사랑2023.09.27 PM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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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장병 열차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곧 추석 연휴네! 다들 기분은 어떠신가! 고향 가시는 분, 서울 가시는 분, 해외 가시는 분, 모두 행복할 지어다.

 

그나저나 오늘 우연찮게 부산역에 들렸거든? 연휴 첫날 기차역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맞보고 싶었어. 사람 많더라. 떠나는 사람, 오는 사람, 평소 한적했던 역내 식당조차 인파로 가득하더군. 한편 부산역 1층에 자리 잡은 TMO, 국군 철도 수송 지원반을 보고 말았지. 으힉, 군대 향기! (...)

 

난 TMO를 살면서 2번 이용해 봤어. 한 번이 훈련소에서 자대로 이동할 때. 까까머리 동기들이랑 기차를 타고 머나먼 남쪽 부대로 향했지. 정말, 그 순간만큼은 기차가 영원히 느리게 움직이길 바랐어. 1분 1초라도 더 늦게 자대에 들어가고 싶다. 거긴 지옥이다. 살려줘.

 

다른 한 번은 병장을 달고 나서야. 대전 계룡대 근처에 갈 일이 있었거든. 왜 갔는지는 기밀입니다. 묻지 마세요. (...) 간부 통솔 없이 달랑 나 혼자 TMO를 타고 부산과 대전을 오갔어. 별 거 아니라면 별 볼 일 없는 추억인데, 아니! 내가 지금까지 TMO를 기억하는 이유가 있걸랑!

 

대전에서 자대로 복귀하는 길. 그때 차표를 검사하던 중사님을 잊지 못 해. 나보고 대뜸, 왜 병사가 TMO를 예매하냐, 너 때문에 정작 간부가 TMO를 이용하지 못 한다, 앞으로는 자제해라. ...살짝 권력 편향적 논조를 펼쳤어.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네? 왜 병사는 TMO를 덜 이용해야 해? 심지어 난 임무 때문에 군열차칸을 이용한 건데? 오히려 간부들이 자비로 열차를 타야 하는 거 아냐? 병사가 무슨 죄냐? 억지로 군대에 끌려온 것도 억울한데, 월급도 적은데, 어이! ...아참, 난 11년 군번이야. 그때는 병사 월급이 형편없었어. 병장이 10만원 겨우 받았지? 맞나? (...)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해. 중사님의 충정이라 생각하지. ..그러나 신성한 TMO 내에서 연예질 하는 건 용납 할 수가 없어! 당연한 듯이 여성 군무원 옆에 앉더니, 그때부터 물 흐르듯이 통성명과 연락처를 주고받더라니까!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더라니까! 내 옆에는 우락부락 아저씨가 쩍벌 다리로 부비대고 있는데! ...그때의 억울함이 아직도 기억나는 거야. 잊을 수가 없는 거야... TMO 괴담은 여기까지.

 

그나저나 기차 옆자리에 대한 로망은 항상 품고 살아. 여러분도 그렇지? 제발 내 옆에 가임기 마음씨 너그러우신 미혼 여성이 착석하기를! (...) ...허나 현실은 냉혹하더군. 나름 기차 타고 서울 부산 꽤나 왔다 갔다 했다지만, 여성분이 내 곁을 지킨 적은 거의 없었어.

 

그나마 딱 한 번 있었구나. 싸늘한 12월, 면접에서 떨어진 채 허탈한 마음으로 부산으로 내려오는 무궁화 열차, 그때 그녀를 만났어. 동그란 안경을 쓰고, 니콘 DSLR을 들고, 배구 경기를 관람하고 나서 귀가하는 길이었나 봐. ...정말 입이 씰룩근질거렸어. ...안녕하세요, 저도 카메라 좋아하는데요, 저도 배구 좋아하는데요, 이것도 인연인데 사귑시다! (...) ...왜요? 모쏠이 망상 좀 하면 덧납니까!

 

그러나 끝내 말을 못 붙였지. 그저 팔꿈치와 팔뚝 사이로 전해오는 온기만 느꼈어. (...) 워워, 오해할라. 난 가만히 있었고! 여성분이 팔 한편을 내주신 거야! 겨울의 차가움도 한 방에 잊을 따뜻함! 여성분들, 자비를 베푸소서! 하악하악! (짝!) ...그 분은 “사상”역에서 하차했어. 난 부산역에서 내려야 하지만, 절로 같이 내릴까 고민했지...

 

뭔 얘기하다 찐따의 슬픈 사랑을 풀고 있담... 아잇! 여러분에게 기회 있으라! 기차 옆자리에서 사랑 만나시라!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한가위에 큐피트의 다연장포 날려드립니다!






추석 연휴 대비! TMO에 대한 TMI - YouTube

댓글 : 5 개
진짜 '우리의 주적'을 만나셨네요. TMO는 군인들의 복지 및 원활한 이동을 위한 수단이고, 그 군인어 대다수가 바로 병사들인데.. 저런 머리나쁘고 성격나쁜 장교와 부사관들 때문에 '프래깅'이란 무시무시한 용어가 나온 게 아닐까 싶네요.

근데 그 이후의 에피소드가.. 여기요- 여기 변태있어요! 농담이고 그렇게 아무 때나 상견례부터 무덤에 같이 묻히는 상상까지 하시는 거니까 사진이 늘지 않으시는 겁니다! 자중하세욧!!

그리고.. 송편 맛있게 드시고, 한가위 잘 보내시길. 달 보면 푸신님 사진 실력 향상도 빌어볼게요 ^^
지금은 군대도 많이 바뀌었을거라 희망합니다!
따흑. 강렬한 팩트폭행에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농담입니다! 고맙습니다! 소년 날다 님도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tmo는 탈것이 아니라 수단인걸로 기억하는데..
tmo 삼실가서 기차 할인받고 예매할뿐인걸로 기억하는데..
매 휴가때마다 tmo 가서 무궁화 할인받고 집에 갔던거 같은데
참고로 05군번임
아차 할인을 받는 경우가 핵심이군요. 제 기억으로는 TMO를 통해 공짜로 대전까지 다녀온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해서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사유에 따라 할인폭에 차이가 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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