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월스트리트나우] '킹달러'…영국부터 무너지나? S&P 3600에도 '살 때 아니다'2022.09.24 PM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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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의 메시지는 '뭔가 문제가 터지긴 전까지는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란 겁니다. 아직 고장난 게 없다는 사실은 아직 (긴축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말해줍니다. Fed가 그런 분위기라면 시장이 지금 어떻게 바닥을 치겠습니까?”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조지 퍼키스 전략가)





23일(미 동부시간) 뉴욕 금융시장엔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뭔가 터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증시에 앞서 개장한 채권 시장에서부터 위기감이 느껴졌습니다. 어제 연 3.7%를 넘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늘 아침 3.827%까지 뛰었습니다. 전날 4.17%까지 올랐던 2년물 수익률은 장중 4.277%까지 솟구쳤습니다. 매일 10bp, 20bp씩 요동치는 상황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미 중앙은행(Fed)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 것이지요.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 번째 75bp 인상을 단행한 Fed는 11월 네 번째 75bp 인상까지 예고해 놓았습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강력한 긴축을 이어가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급하게 따라서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어제 75bp를 높였는데, 스위스가 이렇게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제는 일본은행이 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미 국채 금리 상승을 자극했습니다. 미 국채를 1조1700억 달러어치나 가진 세계 1위 보유국 일본이 환시장 개입을 위한 달러를 마련하려고 미 국채를 파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진 탓이죠. 일본은행은 Fed가 운영 중인 역레포 풀(reverse repo pool)에 아직 달러 자금이 충분히 있다면서 미 국채 매도설을 부인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양적 긴축(QT)을 통해 채권을 감축하고 있고, 미 국채 2위 보유국인 중국은 몇 년째 꾸준히 팔고 있다. 여기에 1위인 일본까지 매도한다면 누가 미 국채를 사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英 대규모 감세에도 불구, 재정 지출 삭감은 X



오늘은 유럽, 특히 영국이 미 금리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의 새 정부가 내년 예산을 공개했는데요. 5년에 걸쳐 1600억 파운드 규모에 달하는 감세안을 내놓았습니다. 감세를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겁니다. 영국은 지난주 2년간 1000억 파운드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에너지 지원안을 내놓았는데요. 결국, 세금은 적게 걷고 예산은 많이 쓰겠다는 것이죠. 이 둘을 합치면 국채를 많이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 적자 급증 우려로 파운드화 37년래 최저로 폭락



시장의 반응은 극적이었습니다. 예산안 발표 직전 3.502%였던 영국 국채 10년물은 발표 직후 3.808%로 30bp가 뛰었습니다. 2011년 이후 최고입니다. 5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최고 51bp 솟구쳤습니다. 5bp가 아니라 50bp입니다. 당연히 사상 최대 하루 상승 폭입니다. 영국 파운드화도 3% 폭락하면서 1파운드당 1.09달러까지 떨어져 37년 내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금리나 통화 움직임이 거의 신흥국 외환위기 초기 수준입니다. ING는 이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골드머니의 앨라스더 맥러어드 리서치 헤드는 "감세하는 건 좋지만 정부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영국이 스스로 급락하는 이머징마켓 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다. 영국은행이 커브(수익률 곡선) 뒤에 크게 뒤처진 상황에서 재정 정책마저 엉망이다. 나는 영국이 선진국 중 최악의 거시경제 정책을 추진한 나라로 오래 기억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감세는 1970년대 이래 3번째로 큰 규모 



사실 영국은행은 전날 금리를 50bp를 높여 기준금리가 2.25%가 됐습니다. 문제는 이게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겁니다. 시장은 70bp 이상 인상을 예상했고 최종금리를 5% 이상으로 봤습니다. 물가가 1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실망감이 커져 파운드가 급락했었습니다. 게다가 영국은행은 QT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시장은 이미 영국의 최종금리를 5%로 가격에 반영했다. 영국은행이 이 가격을 따르지 않으면 더 많은 통화 약세가 발생할 것이다. 영국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다음 주라도 긴급회의를 열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씨티는 "영국이 이런 악화한 경제 상황에서 국채를 조달해 재정 적자를 메우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리라 생각한다. 뭔가를 내줘야 할 것이고 그게 훨씬 더 낮은 환율이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영란은행 양적 긴축 (국채 매각) & 영국 정부 국채 대규모 추가 발행

→ 민간의 국채 물량 소화 부담 증가



또 S&P글로벌이 발표한 9월 유로존의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2로 8월(48.9)보다 더 떨어져 20개월 최저치로 주저앉았습니다. 위축 국면을 가리키는 50 이하에서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PMI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었고요. 유로화 가치도 1달러당 0.973유로까지 급락해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달러 인덱스 



반면 ICE 달러인덱스는 1% 이상 오른 113.085까지 거래됐습니다. 달러가 113을 넘어선 것은 2002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이번 주 G10 국가 가운데 6개국이 회의를 했고 5개국이 금리를 올렸는데, 이 중 4개국 통화 가치가 하락했다. 매파적 Fed, 그리고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달러는 왕좌를 지키고 있고 그 자리를 떠날 것 같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에는 이탈리아 문제도 있습니다. 오는 25일 총선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파 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치솟는 금리는 증시를 압박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1.1%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금리 상승은 주식 밸류에이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금리에 비춰본 주식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의 펀더멘털인 기업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역대급 강달러도 당연히 S&P500 기업 이익에 부정적입니다. 리처드 번스타인은 "믿기 힘들 정도의 달러 강세는 ① 수입 가격을 낮춰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도움이 되지만 ② 미국 기업 이익이 타격을 주고 ③ 환율 노출이 가장 큰 기술주에 커다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 S&P500지수 연말 목표치 3600으로 하향 



골드만삭스는 어젯밤 보고서에서 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4300에서 3600으로 낮췄습니다. 9월 FOMC에서 나온 점도표를 보면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50bp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그래서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을 18배에서 15배로 조정하면서 목표 주가를 내린 것입니다. 골드만은 향후 6개월 전망치도 3600으로 유지했고 12개월 뒤 4000을 내다봤습니다.



연말 S&P 500 PER 추정치 15 × 예상 EPS $240




오전 9시 45분 발표된 미국의 9월 S&P글로벌 합성 PMI는 49.3으로 전월 44.6보다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49.2로 8월(43.7)보다 상승했고, 제조업은 51.8로 전월(51.5)보다 소폭 올랐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 국면을 가릅니다. 특히 서비스업과 제조업 모두에서 세부 지수중 신규 주문이 50 이상을 회복했습니다. 평소라면 좋은 소식이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경기가 버틸수록 Fed는 더 강하게 긴축을 할 테니까요. 그래서 PMI 뉴스는 잠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주가는 금세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월가에는 이런 매파적 Fed로 인한 침체 걱정이 가득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늘 "이제 미국 경제가 더 강하게 경착륙할 것으로 본다"라며 내년 1분기부터 침체를 예고했습니다. 내년 성장률은 -1%로 예상했으며 실업률은 내년 4분기 5.6%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동안 5%로 내다본 것을 더 높게 수정한 것입니다. 웰스파고도 "2023년 1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되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질 GDP 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 4분기에나 성장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UBS는 "기준금리 4%가 미국 경제가 견딜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생각하는데, Fed가 이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라며 "Fed가 기준금리를 5% 가까이 인상한다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침체가 닥친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어제 S&P500 지수 전망치를 3600으로 내렸지만, 경착륙 시나리오에서는 기업 이익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6개월 내 지수가 3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고객들과 논의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는 경착륙 시나리오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잠재적 경기 침체의 시기, 규모 및 지속 기간 등에 따른 투자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통상 경기 침체가 오면 S&P500 기업 이익이 최대 3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그보다 약간 적은 -19.1%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착륙 시나리오 발생 시 S&P 500 지수 3150까지 하락 가능 (골드만삭스)



이익 하락 조짐은 강해지고 있습니다. 웰스파고가 이미 3분기 실적(~8월)을 발표한 오라클 어도비 제너럴밀스 등 7개 기업의 실적을 모아봤더니 이들의 영업 마진은 15.4%로 나타나 지난 2분기 19.4%나 작년 동기의 17.2%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의 3분기 S&P500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전년 대비 3.2% 증가로 지난 6월 30일 9.8%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사실 에너지 기업을 제외한 3분기 이익 증가율은 -3.1%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 발표 기업 마진 감소 징후



결국, 다우는 1.63%, S&P500 지수는 1.72% 내렸고 나스닥은 1.8%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6월 저점을 깨고 29590.41을 기록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693.23으로 마감해 지난 6월 연저점 3636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이번 주만 다우는 4% 내렸고 S&P와 나스닥은 각각 4.65%와 5.07% 하락했습니다.





침체 우려에 유가 등 원자재는 폭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75달러(5.69%) 하락한 배럴당 78.7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1월 10일 이후 최저입니다. 브렌트유도 5%가량 하락한 배럴당 85.98달러까지 밀려 1월 이후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오후 5시께 8.5bp 오른 4.212%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시간 10년물은 2.7bp 내린 3.688%를 기록했습니다. 매파적 Fed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단기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주가 폭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까지 겹치자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심화)



경기침체 우려로 원자재 가격 하락세



시장에서는 "증시 바닥을 찾으려면 2년물 금리가 정점을 쳐야 한다"라고 지적합니다.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려면 Fed가 완화적으로 선회를 해야겠지요. 사실 Fed가 전환하지 않으면 주가는 바닥을 찾기 어렵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과거 약세장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시장이 바닥을 치기 전에 Fed가 금리를 인하했다. 지금은 굉장히 멀어 보인다. 우리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3분기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캐너코드 제누이티는 "모든 과거 약세장 사례에서 2년물 금리는 시장이 바닥을 형성하기 전에 정점을 쳤다. 중앙값으로 37주 정도 빨랐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빨리 잠잠해지면 긴축부터 기업 이익 감소까지 모든 문제가 해소될 것입니다. 월가의 강세론자들이 여전히 믿는 것입니다. 펀드스트랫은 폴 볼커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3개월 평균 연율 소비자물가(CPI)가 2.5%로 떨어졌을 때 끝났다. 미국의 3개월 평균 연율 CPI는 올해 9월에서 2023년 12월 사이에 2.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쉽게 떨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어제 “내년에는 분명히 물가가 떨어지겠지만, 위험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는 원유와 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가 2%인데, 아마도 우리는 내년에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0년까지 40년간 세계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이 5%를 넘었을 경우 다시 2%까지 돌아오는 데는 평균적으로 10년이 걸렸습니다. 가장 빠른 게 독일의 1992년과 네덜란드 2001년인데 각각 3년이 소요됐습니다. 블룸버그의 지난 8월 투자자 대상 설문에서도 Fed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데 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한 이가 46.4%,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한 게 39.0%로 대다수였습니다.




선진국에서 5% 이상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이를 2%까지 되돌리는데 걸린 시간 



다음 주에는 금요일 8월 개인소비지출(PCE)과 PCE 물가가 나옵니다. 또 화요일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및 신규주택판매, 수요일 기존주택판매 등 주택 관련 지표가 많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주택시장이 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화요일과 수요일 아침에 연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음 주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에서 최악의 주라는 것입니다.



9월 말은 연중 성과가 가장 저조한 시기



잭슨홀 연설 이후 S&P500 지수는 10% 이상 내렸습니다. 사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시장이 과매도 상태이며 또 다른 약세 시장 랠리가 예상된다"라는 트윗을 띄웠습니다. 그는 "여전히 S&P500 지수의 바닥은 3000으로 추정하지만 베어마켓 랠리가 예상된다. 올해 그런 랠리가 이미 다섯 번 있었고 평균 지수는 9% 상승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오늘 변동성 지수(VIX)는 한때 30을 넘어 3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VIX가 30을 넘어설 때마다 단기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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