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 개발인생 11년. 이런 개진상은 살다살다 처음봅니다 ㅎㅎ2019.10.24 PM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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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3주 가까이 담당 파트일을 하며 다른 파트 긴급 시연화면 개발 작업에 소방수로 투입되었었습니다.

 

일단 1차 시연 일자도 맞춰줘야하고, 개발환경 설정에 시간을 너무 잡아먹은데다가

 

과거 직장의 지옥같은 환경이 몸에 밴 나머지,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철야를 하여

 

1차 시연품 공개.

 

개발 인력, 일정 조율하는 담당 고객 과장 차장들도 예상보다 잘 뽑혔다고 감탄을 하고, 

 

의뢰업체인 갑회사에서 나온 직원들도 만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는 화면만 대충 웹상에 뽑아줘도 될거라고 생각했다나요?

 

아무튼 1차시연 일자에 90% 완성을 시키고

 

여유있게 나머지를 완성해서 오늘 서버에 적용을 시키고 손 털고 내일 홀가분하게 휴일을 즐기면서

 

루리웹 마이피에도 돌아왔습니다! ㅠ.ㅠ 라고 인사를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담당 고객사 과장님이 절 찾아오십니다.

 

그리고 이런 시츄에이션이 펼쳐집니다.

 

담당 여과장님

-울과장님 ㅠ.ㅠ

-이거 클라이언트쪽에서 시연 화면을 운영데이터 수준으로 맞추고 싶다고

-DB와 데이터를 내려준다는데요

 

-??????

-오늘 적용인데 무슨 말씀이세요 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기가 차서 웃음이나옴)

-아니 그동안 화면에 맞는 DB설정

-지표 계산식도 안주고 해서 그냥 대충 임의로 짠건데

-어차피 시연이고 본프로젝트는 내년에 들어갈거잖아요

-시연용이잖아요

 

담당 여과장님

-그렇죠... 일단 공식은 이렇게 이렇게 수정한다면 된다고 하는데

 

-공식 수정까진 지금 바로 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화면에 맞는 새 DB적용?

-그건 안됩니다.

-아니 원래 화면 디자인할때 다 짜서 줘야하는건데 그것도 안줘놓고선....

 

담당 여과장님

-그쵸.. 시연화면이 잘나와서 아예 그냥 본프로젝트에 넣고 싶은 모양인가봐요

 

-(잘해도 문제구먼 진짜)

 

담당 여과장님

-일단 새 DB적용만큼은 제 선에서 막아볼게요... ㅠ.ㅠ

 

그리고 옆에서 통화를 하는데 마음 같아선 전화기를 뺏고 제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밤을 샜다. 개발은 약속이다. 난 약속을 지켰는데, 당신들은 뭐하는 작자냐."

 

라고 하고 싶은걸 꾹 삭히고는

통화를 마친 고객사 담당 여과장님께 조곤조곤 말씀을 드렸습니다.

 

진짜

지옥같던 전 회사에서 일정으로 후려치고 밤낮으로 굴리고 했어도

오픈 전날에 뭐 바꿔달라는 그런 말도안되는 경우는 없었는데

거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런 진상짓을 하는걸 겪으니 기가 찹니다....

 

상황을 쉽게 풀자면

 

1.최신형 TV를 개발. 여기 들어가는 방송 주파수나 동작원리는 전달받지 못함.

2.높으신 분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일단 모형이라도 만들어줄걸 외주로 주문

3.기술자가 오버해서 전원도 잘들어오고 채널도 잘 돌아가고 기능 대부분을 구현

(방송은 녹화된 것만 나오도록 + 변신하게 해달라는 기능은 불가능하다고 퇴짜)

 

4.모형을 기대하고 온 클라이언트들이 놀람

5.높으신 분께 보여주는 전날. 녹화방송 말고 정규방송 나오게 해달라고 주문.

 

자꾸 고객사쪽에서 본프로젝트 해줬음 하는 눈치인데

절대 안할겁니다. 저런 사람들하고 일하면 수명 줄지 진짜......................

 

 

 

 

댓글 : 13 개
  • 2019/10/24 PM 07:21
품질 여부가 그래서 중요하죠 .. 시연이라는걸 알고 개고생했다고 인정 하기보단 오오 괜찮네 바로 쓰자 이러고 그 뒤는 생각 안하는 분들이 많죠
뭔 씨ㅂ...와 욕나오네요ㅡㅡ
진짜 또라이들인가....
어릴적(?) 삼성전자, LG 핸드폰 디바이스 개발 협력업체로 있을때 생각나네...
갑질 + 사람 이하로 보는 행동들...

샤워할때 머리가 뭉탱이로 빠지고... 퇴근하는 날보다 밤새는 날이 많아서.. 아예
월요일 출근때 짐싸가지고 와서 토요일 새벽 퇴근할때까지 찜질방 전전하며 하루 1,2시간씩
쪽잠자면서 3년을 버텼는데....

저 상황이 안바도 비됴네요...

얼마나 이가 갈리면...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 책임급, 선임급 이름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기억을 하고 있음..
걍 애시당초 시연때 혹시 몰라 당부드리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시연입니다. 정식판이라 생각하시면 곤란하다.
앞으로 수정될 사항들도 많고. 픽스된게 없다 이렇게 이야길 하던가 그쪽에서 요구할 때 전화상으로라도 제대로 이야길 하면 될일 아닌가요. 짜르든지 말던지 어차피 해달라는데로 해줬다간 과로사로 죽을판인데
그딴게 뭔 대수라고 해달라는데로 해주고 해달라고 하지도 않은 것까지 사서 고생을 하나요? 노이해...
개발일을 하다보면 드는 나쁜버릇이 있습니다.
[이거 구현 안하면 욕먹겠지? or 이정도는 되야지 프로그램이라고 하겠지] -> 오버 시작.

그냥 전회사에서 구르면서 몸에 밴게 오랜만에 웹 개발하는데 자연스럽게 나와버린거죠 ㅠ.ㅠ
  • Kim-z
  • 2019/10/24 PM 08:51
시연이라고 미리 말하고 못박아놔도,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높으신 분들은 시연제품을 보고 "다 만들었네" 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다 만들었으니까 간단한거 하나만 추가해주면 안되냐?" 라는 부탁을 하는데 그게 사실은 간단한 것이 아니죠.

개발 쪽의 책임자는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하는 위치거나 다른 이유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칼같이 잘라버리면 고객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니까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고객사는 다들 비슷한가봐요.
저희도 poc 진행했다가 성능이 나와서 바로 정식 오픈한 사례가 있어요.
일을 시킬려면

돈과 시간과 인력을 더 달라고 !!
예전부터보면 울과장님 일을 만들어하시는 스타일인데요 ㅎㅎㅎㅎㅎ
저 같으면 저런방응이면 일정이던 돈이든 배로 불러서 캔슬시킵니다.
보통 클라이언트가 시연보고 필받은거는 "조금만 더 투자하면 쓸만해지겠는걸?" 이런생각이 들어서라서 무리해서까지 진행시키려는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저는 프리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 회사 소속의 일개 과장이라서 ㅠ.ㅠ
그냥 이건 절대 못한다 라고 자르는 것 외에는 힘이 없죠.... ㅠ.ㅠ
나중에 본프로젝트 얘기 나오면 전무님에게 땡깡 부려야 겠습니다 ㅠ.ㅠ
게임개발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요.ㅎㅎ
아니 근대 그 클라쪽은 전날 말하면 진짜로 저게 될거라고 말하는 걸까요...??
대기업이 더한거 같애요 ㅋ
윗사람이 언제까지 뭐 해라 하면 그냥 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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