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러 리뷰]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리뷰2015.06.29 AM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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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 https://watcha.net/mv/sonyeo-2014/mid377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든 제대로 된 "호러" 영화를 본 것이 언제인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마지막 기억에 남은 것이 <불신지옥> 정도였을까요?

사실 <불신지옥>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영화는 훌륭했으나 장르적으로는

충실치 않은 느낌이었죠.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는 장르적 재미나 실험성은 없지 않았으나 결핍감을

계속 해서 안겨 주었죠. 우리나라가 과연 <장화 홍련>이나 <기담>같은 훌륭한 호러 영화를

만들었던 나라가 맞는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표현주의적인 팀버튼이나 길예르모 델토로 같은 그로테스크한 영상미 같은 것은 애초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런 개성이 강한 미술을 할 수 있는 미술감독이 한국에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매번 말하지만 <장화 홍련>의 히트 이후 우리나라 호러 영화는 대부분

벽지호러라 불리며 비아냥거림이나 듣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는 거세하고 장르에 대한 연구도

없이 단순한 외견의 답습만 해왔죠. 장화 홍련이 왜 훌륭했는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아름다웠던 무대세트의 벽지만 차용해 오면 그게 훌륭한 호러 영화가 되나요?

애초 배경의 사소한 무늬까지 보이게 해주는 렌즈 초점이 전, 후, 경 전체로 넓어지는

딥포커스 기법은 예쁜 벽지 보라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사의 최고 명작이라 불리는

<시민케인>에서 딥포커스를 쓴 것은 건물 창문 밖의 모습, 실내 내부의 장식 등

영화적 레이아웃, 즉 화면 구성의 모든 정보를 관객에게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한 화면에서 다의적인 메시지를 알리기 위함이며 이는 리얼리즘 시대를 여기는 계기 중

하나였죠. '미장센'과 '디테일'의 시작이었습니다.

<장화 홍련>이 훌륭한 것은 바로 미장센과 디테일이었죠. 훌륭한 각본은 당연한 거고요.

<기담>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러 영화사상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미장센이나 아트가 훌륭했죠. 박찬욱의 <박쥐>도 그랬죠. 단순히 벽지나 로케만 예쁜

장소를 고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쁜 그릇 안에 상징과 의미, 그리고 디테일과 설득력을 담았어야죠.

그에 비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기담> 이후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가

진 장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잘 배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우부터 장소, 그리고 이야기까지요.

일제 강점기라는 호러에서는 흔하지 않은 시대적 배경과(분명 어울릴듯한데 말이죠) 금남의 장소인

여학교와 기숙사. 섬뜩하게 아름다운 교장과 순수미가 느껴지는 소녀들.

독특함과 익숙함이 만난 이 장소는 우리에게 관습으로 알고 있는 그런 흔한 호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시작은 철저히 관습적입니다. 호러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우리는 간단히 대충 어디서

감독이 언제 우리를 놀래킬것이며 어느 장면에서 귀신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 예측이 가능합니다.

사라진 동명의 여학생, 병약한 여주인공, 비밀이 가득한 학교. 익숙한 소재와 이야기가 나열되면서

우리는 이 영화가 가진 미스터리가 무엇이며 어떤 교훈의 메시지가 이 영화에 담겨 있을까

추리하게 되죠.

노골적인 전개에도 관객이 지루하지 않음은 실제로도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박보영과

박소담 두 배우의 화학효과입니다. 큰 눈과 왜소한 체격, 매력적인 동안 얼굴의 박보영과

키는 큰 편이지만 쌍꺼풀이 없고 높지 않은 코, 미간에 몽고주름까지 전형적인 한국의 여성 같은

박소담.

전혀 반대의 얼굴을 가진 두 배우가 서로 가까워지는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몽환적이기

까지 한 장면 속에서 숨겨진 복선이나 워맨스 적인 요소, 상징 등은 재밌습니다.

동화적인 (다소 인위적이긴 하지만) 장소에서 가지는 둘만의 시간은 마치 연애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죠.

애틋함은 비극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진부하더라도 설득력을 가진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 연덕을 연기하는 박소담의 연기가 좋습니다. 마치 정말 그러한 학급친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절제된 연기가 좋더군요. 다소 과장된 캐릭터인 박보영의 주란의

연기가 오버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연덕의 캐릭터는 그런 초자연적인 부분이 없으니까요.

약간 평범함과 친근함을 가진 외모도 좋습니다. 좀 더 친근한 외모의 김고은 같은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이 배우가 눈에는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도 쌍꺼풀이 없는

눈이 매력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만 앞트임 같은 시술은 할 수도 있는데 전 몽고주름이

남아 있는 것이 더 배우로서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동양적 매력을 남겨두었으면 합니다.

익숙함과 친근함이 계속 이어지나 했더니 영화는 어느새 다른 장르로 변주되어 버립니다.

어느 순간 이 영화는 호러 영화의 틀을 벗어나게 됩니다. 최근 수작이라 불리는 호러 영화들이

클리셰를 교묘하게 비틀면서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습을 이용하고 변주하며

신선함을 주는 것이죠. <경성학교>도 그런 부류에 속합니다. 익숙함으로 시작해 독특함으로

변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 독특함이 한층 더 나아갑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장르와 장르가 결합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호러는 SF나 판타지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이 영화의 경우는 단순히 장르의 결합이 아니라 아예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유니크한 이유가 되지요. 물론 그 결과가 100%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분명 좋은 영화이지만 다소 냉소적인 사람에게는 희극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는 이 영화가 <샤이닝>같은 걸작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확실히 여러 장르적 재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는

뜻하지 않은 선물이기도 하고요.

매년 이런 영화가 한편 이상은 나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천하장사 마돈나>가 참 괜찮은 영화였는데

이해영 감독, 장르 영화도 참 잘 찍는군요.


한줄 코멘트- 호러의 관습으로 시작해 타 장르를 포괄하는 변주를 담은 독특한 정취의 영화. 기담 이후 가장 아름다운 미장센을 가진 호러다. 박소담의 매력은 이 영화의 매력 그 자체와 일치한다.




3.5/5





이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안 보신 분은 뒤로 넘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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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대적 트렌드의 장르는 좀비 물에서 슈퍼히어로 물로 바뀌는 분위기 입니다. 그죠.

마블, DC의 성공도 성공이고 영웅의 이야기 역시 액션 영화의 주류 이야기이기도 하죠.

애초 슈퍼 히어로라는 것은 미국식 영웅 신화의 이야기를 SF화 시킨 것입니다.

재밌게도 <경성학교>는 호러 영화에서 SF가 결합됩니다.

그 결과는 바로 SF와 호러의 세부장르인 매드 사이언티스트 물이 됩니다.

그것을 위한 일제 강점기였던 것이죠. 그리고 박보영의 주란 캐릭터는 마치 프랑켄슈타인이나

헐크 같은 캐릭터가 되는 것이죠. 아, 아닙니다. 실험은 성공했으니 캡틴 조선(…….)이

되겠네요. 인체실험으로 인해 슈퍼 솔저가 되버린 것이죠.

네, 맞아요. 전통적인 귀신이 나오는 호러 영화인 줄 알았던 영화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슈퍼 히어로 영화가 돼 버리는 것이죠. 호러 영화 치고 무섭지

않다고 생각되었지만 아예 이렇게 장르를 변주 시키는 것은 매우 재밌는 실험입니다.

관습을 통해 관객을 속여 넘긴 것이고 박보영의 여린 몸으로 헐크처럼 싸우게 만드는

것은 통쾌하기 까지 합니다. 누구에게는 유머러스하게도 느껴지겠죠. 특히 영화 앞부분의

과장된 병약한 연기를 떠올린 다면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호러 영화를 보러 갔는데 캡틴 조선으로 끝나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다양한 장르가 녹아내린 이 영화는 감독의 능수능란함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도전인 것 같습니다.
댓글 : 2 개
처음에 예고편 보고 블랙위도우나 캡아 이야기 했었는데 정말 그런 영화였던 모양이네요.
오호~ 천하장사 마돈나 만든 감독인가 보군요
그렇담 고려좀 해봐야 겠는데요?
그동안의 한국 호러영화들이 워낙 개판이라
신경도 안쓰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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