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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면봉 (1)
2014/02/17 AM 10:56 |
고시원에 들어와서 산지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느닷없이 귓 속을 청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을 때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버릇처럼 귀청소를 하곤 했었는데 여기서는 한 적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그래, 면봉이 없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보내주는 돈이 적지 않은데도, 면봉조차 사지 못할 정도로 작아진 마음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무릎베게가 그리워서 집에 전화를 하고선 집 앞 슈퍼에서 면봉을 샀다.
백개들이 면봉은 고작 45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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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페인트칠 (2)
2014/02/14 AM 01:08 |
상사와 낡은 건물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꼼꼼히 칠하다보니 속도가 늦어 30분만에 한소릴 들었다. "그래서 언제 다 칠할래?"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는 거장 미켈란젤로의 마음가짐으로 페인트칠을 하거나, 모나리자를 그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심한 붓터치로 페인트칠을 한다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막 칠하기 시작했다. 다시 30분이 지나자 그는 말했다.
"너 이렇게 대충 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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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수영 (1)
2014/02/14 AM 01:00 |
그러니까 내가 알고 싶은 건 팔다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숨은 언제 어떻게 내쉬는지에 대한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물 속에 얼굴을 집어 넣을 수 있는지 그것부터 좀 가르쳐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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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블루베리 (0)
2014/02/05 AM 07:56 |
언제 사인해두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 나를 만나기 전일 것 같았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 크고 아름다운 파란 눈이 블루베리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질색하며 눈을 과일에 비유하는건 무섭다고 말했다. 이제와 생각하니 정말 무서운 일이다. 마치 때가 무르익으면 그녀의 몸에서 그 과일을.......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분명 취소했을거에요." 나는 그녀의 유지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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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가 (0)
2014/01/21 AM 12:04 |
악필인 내가 유일하게 잘 쓰는 글자가 있었다. 자음과 모음의 크기, 유려하게 뻗은 선, 누구보다도 그 '가' 하나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게 보여주자 그녀는 '정말로 잘 쓰네.' 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헤어졌다.
'가'는 '나'나 '히'가 되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잘했던 것은 그녀를 만난 일 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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