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황혼기를 넘어 고려장을 할 시기가 오는 와중에 이제야 즐겨본 세키로에 대해 한번 주절 거리고자 한다.
얼마나 오래 플레이 했는지 모르지만 7회차에 노부적 종귀로 엔딩을 봤으니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는 않다 본다.
물론 심한 뒷북이라 이미 고일데로 고이신 분들이 물고 씹고 뜯고 다 해서 새로운 시각 따위는 없다.
우선 총평은 예전 귀무자와 천주를 잘 배합해서 프롬 색으로 만든 갓게임이다.
스토리는 간단하게 주인공인 닌자가 주군을 멸망을 앞둔 나라에서 구하고 그 와중에 그 주군의 불우한 운명 또한 구하고자 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이해 세력 간의 다툼과 소소한 반전들을 통해 플레이어의 관심을 붙잡고 있을 정도의 뿌리를 유지한다. 진행 곧곧에서 소소한 대화나 아이템들로 숨겨진 이야기나 설정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는데 뒷 이야기들을 보는 맛도 있고 진행 방향들을 헷갈리지 않게 npc들이 잘 말해줘서 게임을 깨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허나 여러 엔딩들을 제대로 볼려면 사실 공략 없이는 꽤나 어렵다. Npc들이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뭐가 필요하다 어렴풋이 이야기 해주지만 그것도 상황이 맞아야 나오는 이벤트들이 많아 무턱대고 진행하다 보면 한 엔딩만 주구장창 보기 시워진다. 거기다 맵도 복잡한 편은 아니지만 시점 문제도 있고 갈 수 있는 길의 구분이 힘든 곳들도 있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거기다 의례 익숙한 미니맵도 없고 플레이어의 위치가 표시되는 것도 아니라 헷갈리기 쉽고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기 불편한 구석이 있다. 전체 지도 한장 주긴 하는데 있으나 마나고 나는 1회차 때는 심지어 있는지도 몰랐었다.
귀무자의 일섬이 생각나는 타이밍 싸움 방식을 살짝 변형해서 적의 공격을 튕기다 한번에 죽여 버리는 플레이가 이 게임의 핵심이다.
이 시스템이 워낙 절묘하고 그에 맞춰 극악한 난이도가 플레이어의 도전 욕구를 자극해서 시간을 잊고 플레이하게 만든다.
거기다 매력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버무려서 익숙해지면 금방 깨는 게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계속 다시 하게 만드는 마성이 있다.
물론 말했 듯이 극악한 난이도에 개발자의 변태스러운 맵디자인과 적의 배치와 맞물려 미칠 듯한 실력 아니면 그에 준하는 근성이 없으면 쉬이 질릴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보통 언어라던지 그래픽, 게임 캐릭터 등등 부차적인 요소로 인해 손이 안 가는 게임은 여럿 있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어려워서 안 하게 되는 게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물론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세키로로 처음 접해봐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이미 이런 자기 학대적인 게임에 익숙해지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반기는 요소일 것이다.
그래픽도 꽤나 유려하고 특히 아트 디자인이 예뻐 배경 보는 맛이 있다, 캐릭터들은 조금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거스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난이도....좋게 말해 도전 욕구고 그냥 말하자면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이다. 결국은 깨는 성취감을 이룰 수 있지만 거기 까지의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우리의 주인공은 무슨 슈퍼 닌자 같으면서도 한방 잘못 맞으면 바로 골로 가서 자주 불합리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다 보면 게임의 난이도가 공평하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난이도를 위해 제일 단순한 적은 많이 맞아도 안 죽고 난 바로 죽는 시스템을 채용해서 한 10번 때려도 한번만 스쳐도 죽는 주인공을 보다 컨트롤러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을거라 본다. 거기다 뒤로 갈수록 당연하게 이 경향이 심해져서 어렵사리 적에게 간 다음 5초만에 죽고 로딩을 기다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진다.
극악의 난이도에 일조하는건 이 보스 구역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보통은 보스 앞에 세이브 포인트가 있고 죽으면 보스 앞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세키로도 주요 보스들 앞에서는 이러한 구성을 보이지만 중간 보스들의 경우 얄짤 없이 처음부터 기어 가야하고 더군다나 많은 경우 조무라기들이 득실득실하다, 그럼 또 다시 시간을 투자해 주변 적들 소탕하고 다시 중간 보스와 대치하는 순간 삐긋하면 죽고 이하 다시 반복....
거기다 죽으면 여태 모았던 금전이나 경험치 다 잃고 시작하는지라 좌절감과 분노는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죽는데 일조를 하는 시점의 문제. 모든 3D게임의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시점이 자주 문제가 된다. 게임은 사방팔방 뛰어 다니며 공격하는 적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 놈들을 쫓아갈 시점이다. 공격을 피하랴 공격을 하랴 왔다 갔다 거리다 보면 락온이 풀리기 일 수 이고 어디 벽 앞에 잘못 서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신나게 쳐 맞다 컨트롤러 던지는 수순으로의 진행이 불가피하게 된다. 더군다나 심히 팔짝팔짝 거리는 적이 나타나는 구역을 일부러 좁고 어둡게 만들어 시점과 싸우는지 적이랑 싸우는지 헷갈리는 구간도 있는걸 보면 그냥 개발자가 월급이 적어 플레이어들에게 화풀이하나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 안 보여도 소리만 듣고 진행하는 자신을 보며 내가 인생을 2진법 컴퓨터 프로그램에 이리 허비했나 생각이 들게까지 하니 실제로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참선 효과까지 있는 갓게임인가 생각도 든다.
여튼 완벽한 게임에 재뿌리는 요소들이 조금씩 있지만 무시 혹은 참고 견딜 수 있을만큼 본게임이 주는 재미는 어마어마하다.
근래에 즐겨본 액션 게임 중에 최고다. 매우 간단한 막고 베고의 시스템 하나로 이렇게 뛰어난 게임을 만든 제작들에게 찬사를 표한다.
세키로로 인해 액션 게임에 불이 붙어 잊고 있던 데메크5나 한번 해봐야겠다.
https://youtu.be/NuRmwIhiC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