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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 (3)
2014/02/15 AM 09:52 |
택시 드라이버를 보았습니다.
시간에 의해서 걸러진 예전의 명작들을 보는걸 좋아하면서도 가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영화들이 있는데, 제겐 택시 드라이버가 그런 영화 중에 하나라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연기를 해보라고 하면 모두가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를 따라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역시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대단하네요.
이 일화 말고는 왠지 모를 이상한, 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어떤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영향을 엄청나게 많이 받은 작품이었군요.
"이 도시를 모두 쓸어버려야해."
트레비스가 가진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분노는 자신이 사회에 완전히 녹아들어 인정받으며 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함으로 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가 전이된 것으로 보아야겠죠.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를 전복시켜 버리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자기보다 훨씬 약한 존재를 구원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아주 이기적인 방식의 자기 구원뿐입니다. 그런 사람이 영웅으로 떠받들어 지는 것은 희극적인 비극이라 트레비스는 그저 다시 택시 드라이버로 뉴욕의 곳곳을 누빌뿐인 것이겠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고독하지 않게 사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 해줬던 말이 떠오르네요.
사람은 섬이 아니라고.
영화 중간중간에 깔리는 버너드 허먼의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유튜브의 음악을 링크하고 싶은데, 마이피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하는 법을 잘 모르겠네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한번씩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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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2002) (1)
2014/02/13 PM 11:31 |
요새 마이피에서 여러번 볼링 포 콜럼바인의 내용이 나오는 마릴린 맨슨의 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찾아보았는데 정말 인상적이네요.
모두가 미디어에 매몰되어 가는 시대에 마이클 무어가 가지고 있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과 통찰에 감탄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접근함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도록 관객을 배려하는 다양한 연출도 대단했구요. 영화 중반과 엔딩에 what a wonderful world가 깔리는 것도 좋았습니다.
총기의 대한 규제를 하자는 내용으로 마무리 지을 줄 알았는데, 캐나다와 비교하면서 더 커다란 담론을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감독이 가진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필모가 왜 화씨 9.11과 식코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구요.
지나칠 정도로 쏟아지는 북한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비슷한 점이 많네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미디어가 결합해서 공포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마키아벨리나 그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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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2013) (13)
2014/02/12 PM 07:50 |
한줄평 :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
어바웃 타임 본지는 오래됐지만, 이제서야 리뷰를 올립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니까, 조금 과한 표현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바웃 타임을 다 보고 나서 처음으로 든 감정은 정말 혐오스럽다는 감정이었습니다.
영화는 초반 레이첼 맥아담스와의 달달한 로맨스로 시작해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현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마무리 짓죠. 시간 여행이라는 좋은 소재에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어서 연인들이 가볍게 보기 좋은데다가, 메시지를 알기 쉽고 명확하게 던지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완벽한 구성인 것만 같은 이 영화의 장점들은 서로 충돌해서, (제게, 혹은 어딘가 있을 다른 관람객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만약에 이 영화가 '시간 여행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끝났거나,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처럼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다른 형태로 던지는 영화였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영화 초반 주인공이 여름방학 첫사랑과의 연애를 위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 모습은 귀엽게 봐준다치고, 동시에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 시간 여행을 사용하여 연극 작가를 도와주고 이미 생긴 애인과의 만남까지 방해해서 메리의 마음을 차지하는 모습까지는 원래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었으니 이해해줄 수 있겠거니 했다가도, 첫 섹스를 세 번이나 다시 하면서 완벽한 남자를 가장하는 꼴이란 마초적이고 혐오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현실이었다면? 첫 섹스에 실망해서 바로 헤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영화 내내 불리한 순간마다 완벽한 남자를 가장하며 한 여자의 일생을 가지고 논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게 멋지고 아름다운 연애라니 불쾌할 따름입니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영화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가 시간여행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란, 그래봤자 대단히 큰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라는 것인데 우리의 주인공은 길러온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로 바뀌면서 시간 여행의 제약이 생기자 아버지와 이야기를 합니다. 뭐 대충 다른 말로 바꿔보자면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조금만 달라도 결과가 바뀔 수 있으니까 시간 여행은 아이가 생긴 이전의 시점으로 할 수 없다라는 것이죠. 나비효과 같은 것인데 여기서 한 가지 치환을 해볼까요. 주인공과 메리의 만남, 주인공의 동생과 좋지 않은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정자와 난자로 치환하면 역사가 어떻게 바꼈을지야 알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도 제가 너무 비약하는 바가 없지 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최후의 현재를 즐기자는 메시지는 정말 최악입니다. 영화 내용을 보다보면 주인공의 변호사 일은 연전연승이고(여기서도 시간여행을 마음대로 사용했으리라는 뉘앙스가 충분히 풍기죠) 원하는 것은 다 가지고 살아온 인생입니다. 무릇 인간의 삶이란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인데, 주인공은 최고의 재화인 시간을 이용해서 모든 선택을 최선에 가깝게 하고 있죠. 후회할만한 일은 전부 고쳐놓고서 이제 누릴걸 다 누렸으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난 현재를 즐길래.'라고 말하는 꼴이란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물려받은 '시간 여행의 재능'을 '돈'으로 바꿔봅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공정하지 않은 출발점에 대한 문제를 떠올려보세요. 주인공이 수많은 돈을 물려받아서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만을 하며 누릴걸 다 누린 후에 '인생 살아보니까 현재를 즐기는게 최고에요.'라고 말하는 영화였다면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에 우리는 돌을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사실 그 것과 별다를게 없는데 말이죠.
극찬하고 싶은건 뻔하디 뻔한 억지감동류의 메시지를 좋은 소재와 버무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리처드 커티스의 연출력입니다. 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물론 레이첼 맥아담스는 귀엽고, 간혹 이해 못할 농담이 들어가있어도 영화 장면 자체의 연출도 나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 여행을 통해 현재의 삶에 만족하게 되는 영화라면 까밀 리와인드를 추천합니다.
평점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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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창(1954) (1)
2014/02/07 PM 02:37 |
히치콕의 영화는 거의 모두가 명작이지만, 그 중에서도 저는 현기증과 더불어서 이창을 가장 좋아합니다.
생각해보니, 두 영화 모두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이네요. 제임스 스튜어트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오명에 나온 캐리 그랜트와 다르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어디엔가 있을 법한 남자 같은 느낌이 영화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모험가적 기질이 다분한 주인공 사진기자 제프리스가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되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아파트의 뒷 창으로 다른 아파트를 관찰하기 시작하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으로 애인인 모델 리사와 함께 결국 살인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히치콕은 오프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대개 엔딩이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방식은 대단하지만 그 것보다도 더 재미있는건 애인 사이인 두 남녀의 모습으로, 위트가 넘치는 엔딩씬 단 한 컷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한 가치가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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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2인의 노한 사람들(1957) (8)
2014/02/06 PM 11:56 |
정말 좋은 영화네요. 어쩌다보니 요새 법정 영화를 많이 보게 됐어요.
변호인을 비롯해서 대부분이 어퓨굿맨 식의 전개와 비슷해서 몰입감이 떨어졌는데 전혀 다르네요. 영화 보는 내내 추천해주신 분께 감사했습니다.
찬미론자는 아니지만 미국 사회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 하는 감탄도 하게 되네요.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을 표현해내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보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영화가 완성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실제로 제작기간이 19일 동안이었다고 하더군요.
지식백과 에서 찾아보니,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지만 이 영화에 대한 가장 큰 찬사는 아마도 이 영화 이후로 배심으로 출석한 모든 사람이 자신을 폰다와 같은 끈질긴 정의의 수호자라고 상상해 보았다는 점일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12인의 노한 사람들 [12 ANGRY MEN]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005.9.15, 마로니에북스)
저는 요새 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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