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대한민국 언론에서 컴퓨터 및 비디오 게임을 언급할 때 따라붙는 수사들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 폭력성, 판단력 상실'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어구들 뿐이다.
게임 이전에, 만화 역시 똑같은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사람을 죽였는데 그 녀석 소지품 중에 만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론이 호도하면서, 대중들은 눈을 까뒤집고 이건 다 만화 탓이라고 소리를 높였던 때다.
지금도 서브컬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동네 만화방을 뒤져 찾아낸 속칭 불량만화를 쌓아놓고 불지르던 그 시절에서 그닥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브컬처는 '건전한 여가활동의 수단'이 아닌 '퇴폐적인 유흥'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단지 근래 일어난 몇몇 청소년 범죄로 인해 그 책임의 화살이 만화가 아닌 게임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만화가 아니냐, 만화는 분명 게임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취할 수 있다. 허나 사실상 절멸된(아동용 학습만화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만화는 이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관심 밖이며, 실질적인 파이를 차지하는 일본만화는 최근 일본 소비자들의 특성상 '오타쿠'와 같은 내수시장의 일부만을 위한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우리나라와는 영 거리가 멀어진 감이 있다.
결국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만 쓰도록 만들어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 사이클에는 최대한의 코스트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여가선용이 먹히게 마련인데, 이거저거 다 제하고 나면 게임 정도가 우선순위에 올라오게 된다. 청소년의 90%가 게임을 한다는 통계는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것이 게임이란 이야기가 아니라, 여가선용의 선택지가 게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그렇다고 애들이 맨날 테트리스만 할 수 있나. 똑같은 메뉴만 먹다 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결국 자극적인 것도 찾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불법복제 문화의 발달(기자라는 사람이 폭력적인 게임이 무엇인지 취재하기 위해 구매는 커녕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를 받는 나라다)로, 청소년들이 성인용으로 만들어진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가 통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부처는 이상한 부분으로 삽질만 할 뿐 정작 이런 쪽에는 영 젬병인 형편이다.
학벌지상주의로 인해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본인의 자녀를 과보호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교육해야 마땅할 인성적인 부분에는 무관심을 표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00년대에 와서는 사실상 자녀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방기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며, 결국 이는 국가가 청소년에 대하여 시행히는 '관리(사실상 자유의 제한이다)'를 명문화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이에 대한 도덕적인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 언론이 게임을 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마도 그러한 시도는 성공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는 불행한 결말이지만, 더욱 다양한 '관리' 역시 추진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