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상 반말로 쓰겠습니다.
어린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아니 아마 내가 5-6학년 때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기 시작했을 터이니까 이 당시 나는 국민학생이었다.
지금은 재개발이 다 이루어져서 그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나 그 시절엔 그저 흔하게 있던 산골마을에 나는 살았다.
금천구에 있던 마을이다.
흔히들 달동네라고 하지만 그 동네 주민들은 산동네라고 불렀다.
집은 크게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많이 부유하지도 않았으나 부모님은 최대한 내가 가지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한 사주시려고 했었지만 요즘 집안사정이 많이 힘들어서 게임기는 힘들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럼애도 울며불며 떼를 많이 썼었고 그렇게 울다 지쳐잠들기도 했었다.
다만 기쁘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그 해의 산타가 나에게 게임기를 선물해준 것이었다.
나는 기뻐 울면서 아버지에게 산타는 이런거 어디서 얻어서 가져오냐고 물었고 아마 용산일거라고 답변해주셨다.
그렇게 게임기 한대와 수십가지 게임이 담긴 팩 하나로 어린 소년은 마르고 닳도록 즐겼다.
이 게임기가 내가 처음으로 해본 비디오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다.
다만 이 때의 기억중 애매한게 있는데 그 기기가 일본판 패미컴이었는지, 한국 정발된 현대 컴보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동네에서는 그 게임기를 다 그냥 패밀리 라고만 불렀다.
게임팩은 단 하나. 여러가지 게임이 한번에 들어있는 팩이 하나 있을 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정말 세상 즐겁게 잘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그 때는 모든 패밀리 팩은 다 이렇게 여러가지 게임이 한팩에 있는줄 알았다.
현재 알려진 합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때 했었던 합팩이 정확히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는데
검색해서 찾아보고 사진을 보니 정확하게 기억났다.
64가지 게임이라는 합팩이었다.
아마 나와 동년배의 게이머 키드들은 패밀리를 당시 가지고 있었다면 많이들 봤을 화면일 것이리라
수록된 게임들은 전부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기에 끝까지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은 손에 꼽았다.
대충 클리어했던 기억이 나는건 슈퍼마리오, 동키콩 1,2,3, 스파르탄X, 이얼쿵푸, 슈퍼 아라비안, 구니스 정도일까
구니스는 당시 엄청나게 운이 좋았을 때 한 두번 엔딩을 본 것뿐이어서 완벽하게 클리어 한적이 없었다.
이 중에서 어릴때 그렇게 많이 했어도 결국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채 끝나버린 게임도 있는데
스카이 디스트로이어 라는 1인칭 슈팅게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스피드감도 나름 잘 재현하고 공중을 난다는 느낌 등을
잘 표현한 패미컴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런걸 알리가 없었고 끝내 시스템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다시 해봐도 역시 어떻게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리던 아니던 그냥 힘든 게임이었던 것이다.
수록 게임들이 대부분 어렵다고는 해도 여기 수록된 게임들은 지금와도 상당한 명작으로
칭송받는 게임들 뿐이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구성이 아니었나 싶다.
이때 즐겼던 게임들의 BGM은 아직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억하고 흥얼거릴수 있다.
게임들중 또 하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는 1번에 수록된 타카하시 명인의 모험도.
당시엔 한자를 읽을줄 몰랐고, 다들 그냥 원더보이라고만 불렀다.
이 게임은 너무 어려운 나머지 몇 스테이지 가지 못했었는데
당시 가끔 놀러오던 삼촌이 이 게임을 너무 잘했어서 진짜 존경하던 눈빛으로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하던 비디오의 히어로 우주특공대 바이오맨보다 우리 삼촌이 더 멋있었다.
다만 아무리 즐거워도 사람인지라 같은 게임들만 반복해서 하니 질리기 마련이었던지라
다른 게임들이 하고싶어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당시에는 작은 마을이라도 동네 마을에 작은 게임샵같은데가 있었고,
팩을 가게에 가져가면 몇천원을 더 얹어주고 다른 팩과 교환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린 나는 당시 거금이었던 몇천원을 가지고 있을리도, 그걸 벌수 있는 능력도 없거니와
다른 게임을 아무리 하고 싶어도 왜 돈을 더 줬는데 60여가지 게임을 게임 하나짜리로 바꿔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교환해서 하고 싶어도 나보다 더 귀한 팩을 가진 애들은 약삭빠르게도 자기 팩보다
가치없는것과 교환해주지도 않았고 그저 친구집에 놀러갔을 때만 아주 잠시 다른게임을 붙들수 있었을 뿐.
당시에 부모님이 자주 놀러가는 친척집이 있었고 그 집에는 나보다 세살 많은 친척형이 있었다.
쓰고보니 있었다 라고 표현하니까 어디 멀리 가버린 사람처럼 됐는데 지금도 잘 살아있다.
친척형도 나랑 마찬가지로 게임을 좋아했고, 내가 모르는 게임을 많이 알고 있었다.
어린 내 말도 잘 들어주고 모르는 신기한 게임 얘기도 많이 해주던 형이지만
그 형네 집에는 게임기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저 같이 얘기만 해도 신났고 좋아했었다.
게임기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얘기를 들어서 온건지도 더 신기한데
그 형은 지금 알면 나쁜거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여하튼 근처 살던 그 친척형네 집에 부모님이 가자고 말할 때는 정말 행복한 때였다.
15분정도 아랫 마을을 걸어가면 나왔던 그 친척형네.
기분에 따라 풍경은 바뀐다. 아빠,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그 형 네 놀러가는 길은
항상 엄청 크고 자유로워보였고, 산동네인지라 길 근처에 나무도 많아서 너무 예뻐보였다.
지금은 독립해 혼자 살면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으나 몇년전 이곳에 방문해서 걸어보니
장소를 착각했나 싶을정도로 너무나도 작고 짧은 길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15분이나 걸렸던 그 길이
여하튼 그렇게 그 형네 집에 이윽고 도착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문지방을 넘어갔을 때
본적 없던 커다랗고 네모난 황토색 기계와 그 위에 올려진 볼록한 조금 작은 티비같은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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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 최초로 봤던 PC다.
패미컴 카피 버전일 확율이 높습니다
현대껀 북미형 버전이라 기존의 패미컴 팩을 쓰면 변환 및 연장 컨버터를 써서 꼽아야 하고
패드도 탈착형에 디자인도 다르고요
스카이 디스트로이어는 저 시절 저도 하던 게임인데
별거 없이 그냥 적 잡으면서 낮 > 저녁 > 밤으로 시간 변하고 나오는 기지 파괴하면 클리어에요
그 시절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로센으로 미국 애들 잡는 게임 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