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백만잔
접속 : 2185   Lv. 39

Category

Profile

Counter

  • 오늘 : 6 명
  • 전체 : 167414 명
  • Mypi Ver. 0.3.1 β
[잡담] 뼈박이 노래 듣고갈래? (0) 2022/04/07 PM 10:19




프로그램이고 음악이고 다 모르는데 ㅋㅋㅋㅋ 악보 보고 꾸역꾸역 만들어 봤습니다.


전체 다 만들기엔 너무 힘들어서 1분 짜리로 컷.



img/22/04/07/1800427ed621090cd.png


랩 제로...그립습니다...

신고

 
[대충 소설] 자작단편소설 - 위대한 진화 (1) 2022/04/05 PM 11:19

<-meta>/


img/22/04/05/17ffa150ad91090cd.png

트위터 친구인 분필갈매기님의 습작게임(관련 트윗) 기반으로 만들어본 단편입니다.

장면 제시가 거의 없어서 너무 추상적인 글이 되어버렸네요.

썩 잘 만든 글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원작자분이 만족하신 김에 마이피에도 들고와봤습니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401101&novel_post_id=159857
(요건 브릿G버전 링크)


=============== 위대한 진화 ===============


<-meta>/

, 어서 오렴 얘야.

옛이야기를 하나 해주마.

그래, 내가 학교에 다닐 적의 일이란다.

 

***

 

너도 알듯이 모든 짐승은 학교에 다녀야 했지.

그게 그 시대의 진화였어.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단다.

돼지도, 여우도, 다람쥐도.

심지어 사자도.

짐승들은 의문을 가지는 일에 관심이 없었단다.

더 훌륭하게 진화해, 더 좋은 먹이를 먹고, 더 좋은 짝을 만나 섹스를 하는 것.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자손을 남기는 것

, 얘야. 얘야.

발정기도 지났으면서 섹스라는 두 글자에 참 잘도 반응하는구나. 귀엽기도 해라.

어쨌든, 그날은 작은 문제가 있었단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었지.

밥 먹을 시간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었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불행히도 밥을 먹지 못했거든.

특히나……. 얘야, 너도 알겠지만, 돼지는 허기를 참지 않는단다.

게다가 누구보다 미식가이기도 하지.

학교가 세워지기 전의 돼지는 땅을 파헤치고 코를 박으면서 온갖 먹거리를 찾아냈단다. 돼지에겐 그러기 위한 진화한 코가 있었으니까.

슬픈 일이지만 돼지의 코는 학교에선 의미가 없었어. 그 코는 맛있는 걸 찾는 코지, 위험을 감지하는 코가 아니었으니까.

그게 돼지의 두 번째 불행이었단다.

, 첫 번째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던가?

첫 번째는 MP3를 잃어버린 거였단다. 밥을 굶을 수밖에 없게 된 돼지는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버티려 했지만, 아뿔싸. MP3가 사라진 거였지.

배고픈 돼지는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지.

그렇단다 얘야.

네가 좋아하는 RPG 게임의 주인공이 숨겨진 아이템을 찾듯이, 돼지는 책상이며 사물함이며, TV 뒤편까지 샅샅이 확인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뒤지지는 못했지.

왜냐면 우리는 학교 안의 짐승이지, 담장 너머의 짐승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돼지는 반에서 힘을 상징하는 곳까지 들여다보려고 했단다.

그게 뭐냐고? 교탁이란다.

사자가 가장 신경 썼던 곳이지. 사자는 힘과 상징을 좋아했거든.

 

.”

 

가장 앞자리에 앉은 사자가 말했단다.

사자는 교실에서 선생님 다음으로 가장 강했어.

게다가 아주 강력한 대화 수단을 가지고 있었지.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누구보다 우월한 갈기였단다. 사자의 적은 손톱에 찢기고 이빨에 물리기 전에 그 갈기를 보고 기가 죽어서 물러나는 경우가 더 많았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두루 갖춘 사자는 돼지에게 복잡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어.

 

꺼져.”

 

그 한마디로 충분했단다.

그런데 돼지는 물러나지 않았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돼지에겐 먹을 걸 찾는 코가 있던 거지, 위험한 냄새를 맡을 코가 있던 게 아니었으니까.

돼지는 낌새가 나쁘다는 걸 전혀 모른 채로 물었어. MP3를 못 봤냐고.

그러자 사자가 답했지.

 

또 말해줄까?”

 

그제야 돼지는 자기가 말을 잘못 걸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물러났지.

이젠 MP3가 있을 만한 곳도 떠오르지 않았어.

얘야, 돼지가 다음에 했을 건 뭐였다고 생각하니?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간다고?

, 얘야. 너라면 그러겠니?

돼지는 MP3가 필요했단다. 먹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는 돼지가 배고픔을 참으려면 돼지에겐 MP3가 필요했어.

이젠 구석구석을 뒤지는 게 아니라, 교실에 있던 짐승들에게 말을 걸 때가 되었어.

돼지는 마침 옆자리에 앉아있던 다람쥐의 손을 봤지. 그 작달막한 손에는 MP3가 있었단다. 하지만 돼지의 MP3는 아니었어. 돼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걸 알았단다.

그러면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까.

교실 안에는 다람쥐와 사자, 여우가 있었어.

일단 사자는 아니었지. 사자라면 돼지가 자는 동안에 돼지의 물건을 빼앗는 비겁한 짓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다람쥐도 아니었지. 다람쥐는 자기 MP3가 있었으니까.

예상했겠지만 돼지의 시선이 교실 가장 끝자리의 여우에게로 향하는 건 시간문제였단다.

그리고 앞자리에서 일어난 일을 지켜보고 있던 여우도 이걸 알고 있었지.

여우는 돼지가 말을 걸러 오기도 전에 이를 드러냈어. 내가 멍청한 돼지 새끼의 MP3를 왜 뺐겠냐. 잘 다듬어진 송곳니는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돼지는, 다람쥐에게 말을 걸었단다.

실제로 할 줄 아는 건 위협밖에 없던 어린 사자와 여우를 피해 다람쥐에게 시비를 거는 것. 실로 학교 안에 있는 돼지다운 발상이었지.

여기서 다람쥐는 생각했단다.

 

그래. 작은놈한테 지랄하는 건 사자가 아니라 돼지 새끼가 할 일이지. 늘 그랬어.’

 

그런데 그때, 돼지의 친구인 다른 돼지가 교실에 돌아왔어.

친구 돼지는 돼지를 보자마자 꿀꿀 웃으며 말했지.

 

, MP3 빌려줘서 고마워.”

? 내가 언제 빌려줬어?”

네가 자는 동안에 빌려줬지.”

 

친구의 말에 돼지는 어처구니가 없었어. 배도 고팠고, 화가 치밀어오른 게 눈에 보였지.

 

그건 빌린 게 아니라 훔친 거잖아!”

훔쳤다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빌렸다는 건, 훔쳤다는 게 아니잖아?”

 

꿀꿀 꽥꽥 꿀꿀.

돼지 멱 따는 것 같은 소리가 점점 커졌어. 여우는 신경 쓰기 싫었는지 자기 이어폰을 귀에 꼈고, 사자는 조금만 더 시끄러워지면 닥치라며 고함을 지를 기세였지.

, 아마 사자가 고함을 질렀다 해도 그게 끝이었을 거란다. 사자는 창밖에 있는 코끼리 선생을 무서워했으니까.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 여우와 소리 지를 줄만 아는 사자.

교실에서 두 돼지의 다툼을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가까이 있던 다람쥐는 더 있다가는 큰일이 나겠구나 싶어 교실 밖으로 달아났지.

결과적으로, 다람쥐의 판단은 정확했어.

돼지 멱 따는 것 같은 소리는 돼지 멱 따는 것 같은 소리로 끝나지 않았단다.

돼지는 친구의 멱을 진짜로 따버렸거든. 사자도, 여우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거야.

그리고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지.

얘야. 네가 하는 게임은 적을 쓰러트리면 레벨이 오르지?

그거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났단다. 친구를 죽인 돼지의 목이 갑자기 떨어졌어.

그리고 추잡하고 주름투성이였던 돼지머리를 대신해 우아한 뿔을 가진 사슴의 머리가 솟아올랐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래 얘야. 지금이야 그렇게 말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시절의 짐승은 철저하게 경쟁하는 사회였단다.

누군가를 먹고 강해지는 건, 사실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었어.

중요한 건, 누가 학교가 정한 규칙을 깨고 남을 먹을 생각을 했냐는 거지.

우리 학교의 경우엔, 그게 배고픈 돼지였을 뿐이란다.

그렇게 학교에는 새로운 질서가 세워졌지.

짐승은 짐승을 먹고, 더 훌륭한 짐승으로 진화했어.

그러자 처음엔 미친 소리라고 반발하던 짐승들도 동족을 잡아먹기 시작했지.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면서까지 경쟁을 하느냐고?

단순하단다, 얘야.

그 시절의 짐승은 진화가 끝나지 않았어.

남을 속이고, 괴롭히고, 때리고, 죽여서 끝내 잡아먹어 버리는 행위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수준까지 진화하지 못했었단다.

동물이 동물을 먹는 행위를 멈춘 건 우리처럼 약해빠졌지만 살아남은 다람쥐들의 말을 들을 만큼 진화하고, 자기들이 해온 짓이 미친 짓이라는 걸 이해한 뒤에야 멈췄지.

하지만 얘야, 너도 알듯이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단다.

짐승은 짐승을 먹는 방법을 알아버렸어.

그 맛을 기억했어.

너무 많은 짐승이 죽고, 그래서 너무 많은 짐승이 섞였지.

사자도, 여우도, 돼지도 아닌 그 괴물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최근, 그들은 자신을 사람이라고 부르나 보더구나.

나는 아직 사람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모를 일이지.

여전히 사람은 사람을 먹을 수 있어.

늘 그랬단다.

그들은 진화를 쉬고 있을 뿐이야.

쉬는 시간이 끝나면, 또 진화를 시작하겠지.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가장 고독한 짐승으로 남을 때까지.

그야 사람은 다람쥐가 내는 작은 소리는 듣지만, 진심으로 이해해주지는 않거든.

자기들끼리도 이해를 못 하는데, 다람쥐의 말은 어떻게 이해하겠니?

신고

 

미트스핀스파게티    친구신청

미디어의 편향이 호모 사피엔스를 각자 다른 종으로 진화시키는게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는 요즘에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잡담] 버튜버) 코요테하고 같이 우는 코요리 (0) 2022/04/05 PM 10:50



(※재생 시 귀 조심)


코요리 포효소리 듣다가 무심코 진짜 코요테하고 합쳐보고 싶어서 만들어 봤습니다 ㅋㅋㅋㅋ

신고

 
[대충 소설] 자작단편소설 - 4월 2일의 거짓말 (1) 2022/04/04 AM 02:29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400927&novel_post_id=159797

(조금 더 읽기 편하실지 모를 브릿G버전)



https://www.likenovel.net/novels/531/4223

(요건 라이크노벨)



https://novelpia.com/viewer/1129856

(그리고 이거슨 노벨피아)





===================================


41일에 썼어야 했던

42일의 이야기.

 

===================================

 

장난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만우절은 일종의 축제였다.

예를 들자면 십몇 년 전.

난데없이 전화한 그녀는 놀러 왔다면서 잠깐 나와보라고 말했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었기에 요청대로 현관문을 열기는 했지만, 그녀는 거기에 없었다.

대신 문 앞에는 핼러윈의 잭 오 랜턴 스타일로 깎아놓은 호박이 놓여있었다.

 

이건 시즌이 다르잖아.”

만우절이니까요.”

 

그녀는 평소처럼 밝고, 너무 들뜬 나머지 약간 불안정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히히. 그보다 안에 손은 넣어봤어요?”

 

그 말을 듣고 무심코 넣어보자, 안에는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발렌타인이냐.

 

지금 4월이거든?”

“4월에는 2월이 포함된 법이니까요.”

궤변이구만.”

수학적이지 않아요? 지적이죠?”

지적할 곳투성이긴 해.”

 

대충 이런 식이었다.

시시한 장난이기는 해도 꽤 재밌었던 애.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리고 이젠 기억으로만 남겠지.

 

41.

나는 그녀의 장례식장에 와 있다.

그녀의 부모님과 인사하고 조문을 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을까. 그녀의 부모님들은 안색이 안쓰러울 정도로 창백했었다.

물론 굳이 묻지는 않았다.

굳이 물어서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에 못을 박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

 

그녀가 죽은 걸 들은 건 어제다.

한창 일하던 중에 전화를 건 인물은 대학교 후배인 A.

대학 시절에 알고 지내던 녀석들은 내가 결혼을 하고 일이 바빠지면서 대부분 끊어졌었지만, 어쩌다 보니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몇 안 되는 녀석 중 하나였다.

인맥이 협소하다 해도 할 말은 반박은 못 하겠는데사는 데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면 어쩔 수 없이 멀어지긴 하더라. 단톡방 같은 곳도 들어가 있어봤자 거의 얘기 안 하고.

 

. 소식 들었어? ▲▲죽은 거.”

? 죽었다고? ?”

 

알 리가 있나.

친했던 애들하고조차 연락을 안 하고 지냈는데 여자애 하나만 알고 지냈다고 해보자.

그게 아내와 아이한테 어떻게 보이겠냐고. 우리 애도 벌써 6살이다. 괜히 집에서 다른 여자 얘기를 가볍게 꺼내서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남을 수도 있는 사건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걔 장례식 갈 거야? 내일인데.”

얘기는 들었으니 가긴 해야겠는데……. 너는?”

내가 왜?”

?”

 

뭐냐 얘. 나한테는 갈 거냐고 물어놓고 자기는 안 간다고?

영문을 몰라 고개가 저절로 기우는 사이, 녀석은 허둥대며 말을 바꿨다.

 

, 그게 아니라. 하하. 내가 내일 바쁘거든. 하필이면 중요한 상담이 내일 잡혀있어서.”

그래어쩔 수 없겠네. 알았다. 나 혼자 다녀오지 뭐.”

 

그 뒤로 녀석은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 반복하고, 같이 못 가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참 별일이다 싶었다.

예의를 깍듯이 차리는 녀석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

 

반차를 내고 온 장례식장에서 좋은 일이라고 하면 장소에 어울리는 말은 아니겠지.

그래도 장례식장 온 옛 친구들을 몇 명 보니 반갑기는 하더라.

다만.

 

?”

, 너 온 거냐?”

 

오지 말았으면 했던 사람을 보는 시선에 들떴던 마음이 조금 식었다.

그래. 장례식장에서 들뜨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해.

게다가 나는 연락이 완전히 끊겼었으니까 녀석들 처지에선 갑자기 불쑥 나타난 느낌이었겠지.

그러면 당황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녀석들이 껄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그냥 기분 탓이었겠지.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친구들과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나저나 몇 년 만에 주변 신경 안 쓰고 마시는지 모르겠네.”

꽤 바빴나 보네.”

바빴지, 바빴어. 그게 아니면 왜 너희하고 연락을 안 하고 살았겠냐.”

다른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친 나는 멀리 떨어진 그녀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상주(喪主)는 장례식장 안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고, 그러다 몇몇 사람하고 눈이 마주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그랬을 텐데…….

그녀의 어머니는 흠칫 놀라서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잘못 본 게 아니다. 입이 벌려지고, 어깨가 크게 올라간 게 정확히 보였다.

이상할 정도의 과민반응이, 어째선지 전날 얘기를 나눈 후배와 겹쳐 보였다.

 

.”

 

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는 왜 죽은 거야?”

, 자살이었어.”

사고였지?”

?”

?”

 

간단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얘기가 매끄럽지 않았다.

어째서?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의문이 부풀고, 나는 답을 재촉하려 했다.

다른 목소리가 끼어든 건 그때였다.

 

뭔가 부족하신 건 없나요?”

 

목에 맞지 않는지 어딘가 불안정한 하이톤의 목소리.

 

누구신지…….”

△△라고 해요. ▲▲의 쌍둥이 언니죠.”

어쩐지. 들어본 목소리라고 생각했어요.”

어머나. 그런가요?”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동생에게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어요.”

하하. 그럴리가요. ”

…▲▲는 저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다 말했었죠. 괜찮으시면 잠시 밖에서 동생에 대해 얘기를 나눠주시지 않겠어요?”

 

바쁜 일도 없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고인도 고인의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걸 더 좋아하겠지.

나는 친구들에게 다음에 또 보자고 형식적인 인사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먼저 간 그녀를 따라갔다.

 

***

 

나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꽤 많이 알게 되었다.

▲▲는 대단히 내향적이었다.

▲▲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남들과 교우가 거의 없었다.

▲▲는 짜증을 자주 내는 편이었다.

▲▲는 집에서도 별로 웃지 않았다.

▲▲는 기념일 같은 걸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내향적인 만큼, 같이 보낼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건……. 제가 기억하던 ▲▲와 정말 다르네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 아이한테 있어서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집에 오면 당신 얘기를 멈추지 않았답니다.”

……. 그랬나요?”

만우절 거짓말 같은 이야기인가요?”

그럴리가요.”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오늘은 42일인 걸요. 게다가 가족이 하는 말이 거짓말일 리가 없죠.”

만약에.”

 

그녀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그 시절에. 그 아이가 당신을 좋아했다는 걸 알았다면. 지금이 바뀌었을 까요?”

글쎄요. 어쩌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눈썹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저물어 가는 노을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부분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얘기하는 게 옳겠지.

 

그렇다 해도 지금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전 지금의 아내를 정말로 사랑하니까요.”

 

진심이 통한 걸까. 이미 죽은 사람의 고백을 거절한 꼴이었지만, 고백 대리인이 된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어줬다.

 

정말로 애처가이시네요. ▲▲가 좋아한 이유를 알겠어요.”

 

대화다운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우리는 형식적인 인사를 끝으로 헤어졌고, 나는 느긋하게 거리를 가로지르며 역으로 향했다.

후배에게서 전화가 온 건 그 무렵이었다.

 

, A. 고맙다. 너 덕분에 옛날 애들도 만나고 꽤 재밌었어. 너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아. 형이 좋았다면야 다행이네……. 다른 일은 없었어 형?”

다른 일……. 뭐 그건 딱히 없었고, . ▲▲한테 누나 있던 거 알았냐? 아니다.”

……?”

쌍둥이라더라고. 목소리가 어찌나 닮았던지. , 외형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누나 쪽이 훨씬 미인이더만.”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몰랐었는데, ▲▲ 우리 학과에서 꽤 소외되어 있었다면서? 하아, 이제와서 말해 뭣하냐 싶지만. 그럼 안 되지 이놈들아.”

아냐!”

 

A는 내 귀가 아파질 정도로 크게 고함쳤다.

 

?”

아냐! 이런 얘기는 사전에 없었다고!”

. . 왜 그래? ?”

걔는 혼자야! 끝까지 외톨이어야 해! 걔를 누가 좋아하겠어! 그런 년 누가 좋아하겠냐고!”

! 말이 심하잖아?”

. 정말 미안해. 처음부터 말했어야 했어! 똑바로 들어. 그 새끼는…….”

 

. 나는 혀를 차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새끼. 깐죽대기는 해도 선은 지키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뭐야?”

 

***

 

그 뒤로 A와 연락하는 일은 없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 어디있는지는 아니까…….

물론 △△의 가족과 다시 만나는 일도 없었다.

그 가족에게는 그 가족의 삶이 있고, 우리 가족에게는 우리 가족의 삶이 있는 거니까.

거리가 멀고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세계가 다르다면, 결국 마음도 멀어지는 거겠지.

퇴근길에는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이 넘쳐났다.

저마다 집에 돌아가 애인이나 가족,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젖어있겟지.

혼자서 보내는 사람도, 최소한 일할 때보다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테고.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는 사이, 전화가 울렸다.

 

히익!”

 

갑작스런 벨소리에 비명을 지르자 주변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두렵고 창피한 나머지 어깨를 잔뜩 움추린 채로 전화를 받았다.

아내였다.

어디에 있냐는 질문을 받은 나는 어조를 너무 높인 나머지 조금 불안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특별한 내용은 없다.

당연한 일이다. 퇴근한 직장인이 조금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덧붙이거나 거짓말할 게 뭐가 있을까.

 

어느덧 우리 부부가 함께한 지 1.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오늘은 42.

만우절이 끝난 다음 날.

거짓말이 허락되지 않는 날.

 

나는 케이크를 사들고, 피곤과 삶의 무게 때문에 느려진 발을 억지로 움직였다. 너무 무거운 나머지,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쿵쿵 울리는 것 같았다.

물론 내 걸음에 지축이 흔들리는 일은 없다. 실제로 쿵쿵거리는 건 내 심장뿐이었다.

 

! 케이크를 전하러 가자!

어제 태어난. 우리의 첫째 아이를 위한 케이크를.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을 이야기를 위해.

전할 사람조차 남지 않은 세계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위한 케이크를.

집으로!

 

나는 행복하다.

우리는 행복하다.

신고

 

미트스핀스파게티    친구신청

만우절의 블랙홀에 갈려나가는 유일하고도 무수한 나, 우리! 같은 느낌이네용.
[낙서장] 그리드맨 도트 낙서 (0) 2022/04/04 AM 02:18


img/22/04/04/17ff06ae2c71090cd.jpg


언제까지고 할로윈 낙서를 위에 걸어두기도 좀 그래서 전에 그린 것중에 마음에 들었던 그리드맨을 후다닥 걸어봤습니다.


최근엔 공간 문제로 본컴을 켤 수가 없어서 낙서할 때는


이 짤 그렸을 때 썼던 클튜 대신 에이스프라이트나 크리타로 놀고 있습니다.


신고

 
이전 6 7 8 현재페이지9 10 다음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