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직업성 암환자가 너무 적습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보건학 박사)의 말이다. 많은 연구에서 전체 암환자의 4% 정도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국내의 연간 직업성 암환자는 9600명가량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2019년 산재를 인정받은 암 환자는 205명이다.
일하다가 암에 걸리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직업성 암을 찾아내는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시피 해서다. 회사는 유해물질에 대해 잘 알려주지 않고 병원에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 않는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직업성·환경성암찾기 119’ 운동을 시작한 이유다.
-이렇게 수치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일단 의료시스템에서 직업성 암 여부가 안 걸러진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공부해 알거나 회사가 알려줘야 하는데, 이 가능성도 매우 낮다. 지금은 시민사회나 일부 전문가가 직업성 암환자를 찾아다니는 게 전부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제기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대표적이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와 겹쳐 보인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싸움보다 쉬울 것이다. 제철소에서 다루는 물질이라는 게 명확하고, 이 물질에 의한 암 발병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사례가 있다. 회사가 발뺌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작다. 산재 신청 규모도 삼성반도체보다 커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전에 정규직이 했던 일 상당수가 하청으로 갔다. 앞으로는 제철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업성 암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안전보건진단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는 포스코 작업장이 어떤 환경인지 알지 못한다. 정부가 김용균 특조위(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처럼 객관적인 기구를 만들어 포스코 작업환경에 대한 보건진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