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남기네요.
이 시리즈 처음 시작할 땐 호기롭고 당차게 시작하였으나.. 뭔가 순차적으로 쓰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잘 안쓰게 되더군요. 그래서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쓰고싶을 때!
쓰고싶은 주제로 쓰는 걸로~!!
처음 일본에 유학갈 때, 이미 한국에서 학비랑 1년치 방세를 모두
지불을 해둔 터였기에 남들 다 하는 알바를 하지 않고 학교+여행+놀기에만 전념을 했었죠.
제가 금수저라 그런 건 아니고 ... 그냥.. 그 당시에는 놀고싶었습니다 ㅜㅜ
그러다가 1년짜리 비자가 3개월쯤 남았을 때.. 슬슬 노는 것도 지겹고
또 한국에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기 싫어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신오오쿠보에서
한국가게 위주로 알바를 했지만 저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나베집에서 알바를 시작했지요.
1인분에 3천 엔이 넘는 고급 나베집이었는데, 위치도 도쿄 내에서 나름 고급 주택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맛이 없었어요. 그래서 손님도 별로 없었고, 나베1인분 3천 엔 자체가
일본인들한테도 비쌌기 때문에 나베 보다는 닭꼬치6개세트 : 1000엔짜리가 주로 팔렸습니다.
장사는 안되지, 손님도 없지... 솔직히 한가한 편이었고 나가서 전단지 돌리거나
청소하거나 아파트 우편함에 전단지 돌리고 그런 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게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일본인 수준으로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여자가 있었는데 저랑 동갑이었습니다.
이 가게는 나름 체인점이라 다른 지역에도 몇 개 가게가 있었는데, 제가 일하던 가게가
장사가 안되니 이 한국인 아가씨가 딴 지점에서 온거였습니다.
정말 이뻤죠.
그런데 뭔가 행동이 수상했습니다. 뭔가 감시하는 느낌이랄까???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전부 뒤에서서 체크하는 느낌이었는데 알고봤더니... 가게 사장의 스파이였습니다 =ㅅ=
애인이었죠 ㅆㅂ =ㅅ= 이렇게 이쁜 아가씨를 추잡한 새끼가 차지하고 있다니.. 으..
아무튼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은 가게에 없었는데, 월급 주러만 월 1회 왔었고 그때마다 그 한국인 아가씨랑 잔뜩 이야기를
하고 가더군요. 그 이야기가 전부 가게에서 알바하는 알바생들의 욕지거리와 험담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장사가 안되어서 가게 일하는 인원을 줄이는데 당연히 알바들을 먼저 짜르더군요.
저 포함 3명이 알바였는데 다 짤렸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마지막 두 달 월급을 가게가 힘들어서
못준다는겁니다. 기가차서... 마구 따졌더니 꺼지라더군요.
너무 분했습니다.
특히나 그렇게 저한테 막말하는 사장 옆에서 팔짱끼고 지켜보는 그 한국인 여자가 너무 밉더군요.
그 여자에게 저는 나가면서 이야기했습니다. 쪽팔린 줄 알라고. 같은 한국인을 돕지는 못할망정.
뭐 그런 비슷한 안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왔습니다.
집에 와서보니 너무 화가나더군요.
그래서 지인의 도움으로 노동청에 신고를 했습니다. 조사가 들어갔습니다만,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노동청에서 저보고 그 가게에서 일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더군요.
여기서 아뿔싸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가게는 노동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월급도 사장이 직접 현금으로 줬습니다.
출근기록부도 노트에 본인이 직접 연필로 쓰는 방식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알바들 월급 한두달치
안주려고 꼼수부린 거였더군요. 아무튼 그래도 가게 나오면서 그 출근노트를 폰으로 찍어서
노동청에 제출했으나 그게 진짜인지 알 수 없어서 증거로 채택이 안된다더군요.
거기다가 더 나아가서 가게 사장은 저같은 사람을 고용한 적이 없다고..
제가 사기치는 거라면서 오히려 소송을 걸겠다고 나오더군요. 외국인이 타국에서 이이상 더 할수있는 게 없더군요.
제 증거가 너무나도 부족했고 대응할만한 아군이 전무했었어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때 못받은 돈이 40만 엔 정도 되는데, 그 돈보다도 전 너무 분한 나머지
이상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이대로 한국에 돌아갈 수 없다!" 였죠.
결국 그 사건 하나 때문에 저는 일본에 10년이나 있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는 걸 미루기로하고 학교를 1년 더 등록하여
1년 비자를 더 받았습니다. 그땐 젊은 혈기에, 일본에서 꼭 성공해서 나중에 성공한 모습으로
그 사장새끼 가게에 한번 가가지고 제대로된 일본어로 이야기좀 해보고싶었는데, 그로부터 2년쯤 후에
어느정도 일본어도 되고하니 그 가게를 찾아가봤습니다. 없어졌더군요. 뭐 당연한 겁니다.
제가 나올 당시에 이미 적자였고, 무엇보다도 사장 하는 짓거리가 그모양인데.. 잘될리 만무하죠.
그런데 세상은 참 넓은 듯 하면서도 좁고 시시한 듯 하면서도 재밌어요.
그 가게가 망한 걸 확인한 후에 1년쯤 되었나? 그러니까 제가 그 가게를 관두고 3년쯤 후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를 하나 받았는데, 그게 그 사장 애인이었던 한국여자였습니다.
엄청 길게 왔었는데 요약하자면 미안하다더군요. 그 여자 제외한 유일한 한국인이 저였는데
부당한 걸 알면서도 한마디도 못해주고 오히려 이간질 시켜서 미안하다더군요.
그 문자를 보고 좀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하니 안받더군요. 메세지가 또 왔는데
목소리 들을 자신이 없다고. 그리고 내일이면 한국 돌아간다하길래 이미 다 지난일이니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한국가서 잘살라고도 해주었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신기한 일.
그 사장을 결국 만났습니다. 아마 제가 일본에서 살기시작한지 7년쯤 되었을 때였을겁니다.
사업하고있을 때였는데, 메지로였나? 역에서 누굴 만나기로해서 기다리고있는데 누가 빠칭코
전단지를 주더라구요. 전 평소처럼 필요없다그러고 그사람 얼굴을 봤는데 그 사장이었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첨엔 긴가민가했어요. 근데 목소리도 그렇고 외모도 보니 딱 맞길래 "너 XXX맞지?" 이랬더니
우리 아는사이냐 그러길래 예전 가게 이야기를 잠깐 해주었더니 바로 알더라구요 ㅋㅋㅋ
엄청 웃으면서 그때 정말 미안했다고 그러는데 저도 막 웃었습니다.
아니 화는 전혀 안나고 그저 신기하고 상황이 재밌었습니다. 그 사장은 그때 이후 2년도 안되어서
파산했더군요. 애인도 떠나고(난 이미 알고있었지만) 빚갚느냐고 빠칭코에서 알바한다면서
자기 그런 모습을 보니 기분좋냐 그러길래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말 아니었거든요.
그냥 좀 측은해보였는데 그런 이야기는 안했습니다.
아무튼 담에 술한잔 사준다면서 제 연락처 받아갔는데 뭐 일본인이 그렇듯
그러곤 연락 없었습니다 ㅋㅋㅋ 그땐 신기하긴 했어도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글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상이구요 ^^
아... 그땐 20대 한창이었는데... 그저 그립기만하고 아련한 추억으로만 느껴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었나봐요 ㅜㅜ 조만간 일본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