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늘은 음식의 핵심이다
일 때문에 상경해서 1년간 자취방의 가스레인지를 켠 적이 없었는데, 문득 어머니가 해주시던
가정식 토마토 스파게티(=일명 돼지 스파게티)가 생각나서 소스와 양파와 베이컨 등을 사서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마늘을 안 샀는데, 그거 티스푼 두 숟갈 정도 넣는 거 안 넣는다고 뭔 차이가 있겠어... 했다가
너무 아무 맛도 안나고 토마토 시큼한 맛만 나서 반도 못 먹고 버린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바로 다음날 마트에서 다진마늘 한 통을 샀고 이후에 무슨 음식을 만들 건 무조건 마늘을 조금이라도 넣게됨
2. 휴지는 다다익선, 그리고 높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자
왜 이사하면 휴지 사들고 가나 했는데, 휴지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실용적인 것 이외에 기분 상으로도.
기본적으로 화장실 선반에 휴지가 한 가득이면 풍족한 느낌이 들고.
1~2개만 남았을 때의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생각 외로 발판 사다리(1~2칸짜리) 하나 샀더니 온갖 장소에 수납할 수 있어서 방을 넓게 쓸 수 있었다.
옷장 위나 신발장 위, 발판 사다리 하나로 한 1평 정도의 공간이 더 확보된 것 같다.
3. 혼자 살더라도 누군가 앉을 수 있는 간이 의자는 하나 이상 구비해라
혼자 사니까 컴퓨터 책상 의자 하나만 있으면 되겠지 했는데,
아무리 좁은 원룸이라도 누군가 한 두번은 방문할 일이 생기더라.
그래서 수납공간을 겸하는 속이 빈 의자 하나 샀더니 거기에 잘 안 입는 옷이나
남는 휴지 같은 거 넣어두었다가 누가 오면 의자로 내줬다
4. 가구를 살 땐 1주일 이상 고민하고. 무조건 분해나 수납이 편한 걸 1순위로 해라
자취란 바로 임시로 사는 집에서 잠깐 사는 거다보니 몇 번 이사를 다니면서 가구를 혼자 옮기기 귀찮아서
그냥 주변에 나눔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조립한 작은 옷장과 침대 프레임....
나중에 이사갈 때 분해하기도 빡세고, 다시 조립하기는 너무 귀찮아서 침대 없이 바닥에 매트리스 깔고 살던
직장 동료에게 분해한 침대 프레임을 통째로 선물해줬다. 알아서 조립해서 잘 쓰더라.
옷장은 분해하기도 귀찮아서 끌차로 겨우 건물 밖에 옮겨 놓고 '가져가세요' 종이 붙여뒀더니 반나절만에 누가 들고 갔더라.
그 뒤로 옷장은 간편 조립식의 바퀴 달린 행거로 바뀌었고, 침대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철제 프레임으로 사서
이사 할 때마다 간편하게 옮겼다.
5. 수도와 전기는 전문가를 불러라
한 번은 괜시리 샤워기를 통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해체하기도 무척이나 힘들었고
하면서도 수도관 부러질까봐 걱정이 한 가득이었다.
그리고 새로 산 해바라기 샤워기를 설치했는데 뭔가 진이 빠진 상태에서 작업해서인지
살짝 삐뚤어진 느낌이 들었고 정작 목표였던 해바라기 샤워기는 별로 쓴 적이 없었다.
결국엔 나갈 때까지 주름선 샤워기만 쓰다가 나갔다. 그나마 집주인이 오래된 샤워기 바꿔줘서인지 크게 트집 잡진 않았지만.
비슷한 케이스로 책상 쪽이 미묘하게 어두워서 천장에 전등 하나 추가하고 스위치와 연결하려고 했을 때도
'군대에서 해봤으니 되겠지' 했다가 역시나 개고생함.
6. 홈테코는 자기만족. 취미로 할만하지만 이사가면 허무해짐
나름 이사가서 벽지 도배도 혼자 해보고 위에 처럼 여러 시공도 혼자 어찌저찌 했지만, 이사가면 덧없더라.
그나마 나름 손재주 있어서인지 그렇게 못나게 하진 않았고 스스로도 취미삼아 한다는 마음으로 했었지만,
본인이 그런 취미가 없다면 그냥 손 대지 말고 그대로 쓰다가 나가라.
결국 지금 사는 집은 싼 값에 들어와서 벽지도 누리끼리하고 여기저기 손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왠지 남의 오래된 원룸 공짜 리모델링 해준다는 느낌이 들더라.
(심지어 몇몇은 내가 꾸민 가구 세팅으로 찍어둔 사진으로 세집자 구할 때 부동산 사진으로 쓰더라)
걍 내 집 사면 그때 실컷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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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취 6년차에 지금이 네 번째 집이다. 이사할 때마다 조금씩 방 크기도 커지고
그만큼 가진 것도 많아졌지만 아직은 내 집이 없어서 왠지 떠돌이 느낌이 든다.
그래도 모든 집들이 재미있었고, 집마다 개성과 장단점이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