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애 게임 중 하나인 파판7이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으나
실제 발매 후 후기, 플레이 영상을 봤을 때
'이게 파판7?' 싶었습니다.
그냥 스토리와 캐릭터만 가져온 외전 시리즈에 가깝게 느껴졌죠.
그러다 설 연휴에 딱 맞게 스팀 50% 세일도 하겠다, 연휴 동안 달리려고 사서 플레이 하는데,
애정이 없다면 아마 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1. 이건 J-RPG인가, 액션RPG인가.
우선 시점이나 액션키 구성상 다크소울 같은 게임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마법이나 스킬이 다양하니 스톱 상태에서 특수기를 사용하는 정도의 차이.
하지만 문젠 이 게임은 캐릭터 하나만 잘 조정한다고 되는 게임이 아니더군요.
잘 구르고 잘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피해지지도 않으니 다크소울 느낌으론 플레이 하면 안되고,
그렇다고 기존 턴제 게임 느낌으로 하자니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캐릭터는 닥돌해서 죽고 있고
버스트 시스템이 있지만 뭘 맞춰야지 버스트가 되는데,
버스트를 효과적으로 내려면 속성이나 약점 공략을 해야하고,
하지만 이 게임은 마테리아 시스템이기에 전투 전에 멀리서 보이는 적을
도감에서 미리 파악하고 마테리아 세팅해서 들어가야 하고.
차라리 전투 중에 마테리아를 바꿀 수 있게 하던가.
준비하면 1분이면 끝날 전투가 5분~10분씩 걸리니 차라리 고전 파판7의 턴제 전투가 그리워졌습니다.
오히려 보스전이나 VR 미션 전투 같이 적이 한 마리일 때가 더 재미있고,
몇몇 잡몹들은 '못 때리지' 또는 '버스트 상태 안 들어가쥬~'하면서 스트레스만 가져오는 수준.
2. 적은 실시간인데 나는 턴제인 전투
다크소울하다보면 '아니 눌렀다고!(안눌렀음)' 같은 상황이 있지만
파판7 리메이크는 '아니 스킬 썼다고!(안 맞았음/그로기 때문에 취소됨)'이란 상황이 반복되어서
차라리 ATB는 회복할 때만 쓰고 클래식 상태로 두는 게 더 속 편하더군요.
그러니까 적은 실시간으로 스킬 쓰고 마법 쓰고 맵 휘저으며 광역기 쓰는데,
난 그 모든 타이밍을 막기 상태로 대기(회피하면 안 피해져서 쳐맞으니 막고 있을 뿐)하다가
정확히 쉬는 타이밍에 스킬을 써줘야 해서
'그래서 난 언제 조작함?' 이란 대치 상태가 계속됩니다.
거기다 적도 한 명이 아니니 화면 밖에서 갑자기 강한 공격 한 방 쳐먹으면
기껏 시전한 어빌리티 하나 날려먹고 있으니.
차라리 필드 전투 시스템이면 한 마리씩 몰아온다거나 하면 몰라도,
직전에 발더스 게이트3를 하고 와서 그런지 전투 시스템이 너~무 불합리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잡기와 같이 그로기 상태는 왜이리 길게 세팅된건지. 공중적은 왜이리 많은지.
ATB 두 칸짜리 스킬 썼다가 날려먹으면 그냥 막기 키 누르고 또 멍때리기나 시전해야 합니다.
3. 애정이 있어도 전투에서 만큼은 꼴보기 싫은 동료
파판12에서 동료들에게 상황에 따른 전투 세팅하는 게 있었죠.
심지어 원본인 파판7에도 하다 못해 '전열, 후열'이라도 있었는데
여기선 조작 중이지 않은 캐릭터에겐 ATB 외 조정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하다못해 적들을 나눠서 공격하지도 못하고,
피해야 하는 상황에 돌격하다 맞고 죽지를 않나,
어떤 상황에선 또 협공으로 때려야 하는데 딴 짓 하고 있지 않나.
결국 1분 단위로 캐릭터 와리가리 하며 조작해야 하는데,
난 바레트 재미없다고, 에어리스로 딜하고 싶지 않다고.
결국 이게 팀 전투인지, 나 혼자서 '살려야 한다' 라며
3중 인격으로 플레이 해야하는 재미를 못 느끼겠네요.
4. 최소한 시점이라도 잘 되어있다면
기존 파판7의 인카운터와는 달리 필드에서 직접 전투가 이뤄집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넓죠.
무엇보다 적 락온 상태에선 시점을 돌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 내가 전체 전황을 파악할 수 없고, 결국 하나의 적에게만 시전을 주다보면
갑자기 어디선가 마법이 날라와서 시밤쾅.
겨우 적 한마리 버스트 시켜놨는데, 갑자기 생각도 못한 다른 적이 광역기를 쓰거나
강한 공격으로 나를 멀리 날려버렸다면
나는 저기서 눕혀놓은 적이 슬슬 다시 일어나는 걸 손가락 빨면서 기다려야 함.
4. 차라리 드퀘11 같은 시스템이었다면
J-RPG 스러움을 살리면서 잘 만든 전투 시스템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드퀘11 이었습니다.
향수를 살리면서 최신 그래픽이나 시스템에 맞도록 구성된.
사실 파판7도 그렇게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하다 못해 두 가지 방식 중 선택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난 내 리미트기가 빗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 아까운 피닉스의날개를 이렇게나 많이 주는지,
왜 소생 마법 MP가 이렇게나 적은건지,
처음부터 알았어야 하는데.
5. 스토리는 답답하지만 나름 잘 벌려놓은 듯함.
마지막 후반부의 필러, 일명 설정지킴이 때문에 짜게 식었지만
딱 바레트 칼 찔렸다 살아나기 직전까진 재미있었습니다.
조명 받지 않던 조연 캐릭터도 잘 챙겨주고 (제시, 최고다!)
늘어지는 감이 있어도 감안할 수 있을 정도였죠.
그래도 원작에서 5~6시간이면 끝나는 스토리를 30시간 가까이로
엿가락처럼 늘려놓은 건 심했다 싶지만
내가 아는 캐릭터가 내가 아는 스토리를 최신 그래픽으로 재현하는 경험은 좋네요.
6. 결론은 다음 파판7 리버스도 세일하면 사야겠다.
재미와 스트레스가 공존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위와 같은 '불합리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뭔가, '내 컨트롤과 명령은 문제가 없는데. 시스템 때문에 안 맞았다'란 생각이 계속 들다보니
플레이 자체가 소극적이 되고, 만약 좀 더 호쾌하고 연속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그걸 더 잘 설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왜 에어리스가 7번가까지 바래다주는데 몬스터 있는 길로 돌아가는 건 클라우드를 엿 먹이는 건가?',
잘만 뛰어다니던 캐릭터가 왜 이벤트 씬에선 지루하게 슬슬 기어가듯 걷는 건지.(슬로우라도 걸린건가?)
그리고 만약 원작 파판7을 플레이 안한 현 세대에겐 '이런 스토리가 재미있을까?' 싶네요.
원작을 모르면 '쟤 머임'. '저건 또 머임' 싶은 게 많을 거 같습니다.
총평: 스팀 세일할 때 샀던 파판7 원작을 다시 설치하고 싶어졌다.
그냥 제 손 문제가 맞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