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소지로™ 의 공간

집안에서 형제들이 싸우면 부모들은 "집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서 싸워!" 라고 말하곤

한다. 싸움을 말린다기 보다는 일단 밖으로 내 쫒고 보는 이 발언은 싸움을 말리지 않고 방조하

는 것 같지만, 놀랍게도 싸움을 그치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실제로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아

이들은 '나가서 싸우지' 않는다. 게시판에서 싸움이 났을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게시판을 더

럽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회원들이 채팅방(혹은 다른 게시판)에 가서 싸우라고 종용해

도 싸우는 사람들은 게시판을 떠나지 않는다. 채팅방이라는 싸우기 좋은 장소가 있는데도 말이

다. 채팅방으로 가기만 하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는데도, 왜 그들은 게시판에서만 싸우는 것일

까.

그들이 채팅방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려면, 그 싸움의 성질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게시판에서의 키보드배틀은 당사자 둘(혹은 그 이상)만의 싸움이 아니다. 싸움

의 당사자들은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그 싸움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그 싸

움을 통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압감을 줄 수도 있고, 그들에게 심정적, 실질적 지

원을 받을 수도 있다. 어찌됐건 그들의 싸움은 구경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이다. 하다 못해 '관심'이라도 받아야 하기에, 그들이 자진해서 채팅방으로 가는 일은 절대로

없다.

이제 독립된 '배틀 아레나'가 있어도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들은 절대로

일반 회원과 분리된 장소에서 싸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싸움을 통해 자신의 힘

을 '과시'하고프며 '관심'을 얻고싶은데 어찌 채팅방이나 전투용 게시판으로 가겠는가. 그러

니 그들을 분리시킨다는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운영진의 꾸준한 감시와 이용자들의 신고만

이 게시판을 더럽히는 키보드배틀에 대한 유이(唯二)한 해결책이다. 나머지 하나는? 방관하는

것이다.

출처 : 찌질열전으로 유명한 수시아님 글(링크)

엔하위키 검색중 키배에 대해 보니 이런글이 링크되어있네요.

BGM 정보 : http://heartbrea.kr/bgmstorage/267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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