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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보며 나를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 2022/02/08 PM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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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자(전자책이지만), 굉장히 화려한 수식어들의 찬사들이 나를 반긴다.
‘책의 모양을 한 작은 경이’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순전한 환희’
‘나는 룰루의 책을 정말정말 사랑한다. 이유를 딱 하나만 말한다면, 그냥 엄청나게 이상한 책이라는 것’
‘당신이 반드시 읽어야 할, 놀랍도록 영감을 주는 책. 진지하게 조언하는데 꼭 읽어보시길’
긴 것들은 옮겨 적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한 찬사로 책을 시작한다. 몇 페이지씩이나 할애해서. 근데 보통 이런 건 속 빈 강정이던데… 걱정으로 책을 시작했는데, 초중반은 그냥 저냥한 자기계발서에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후반부는 정말 머리가 띵할 정도의 쇼크를 받았다. 책을 읽고 나서, 거의 책을 읽은 시간과 비슷할 시간만큼 이런저런 검색을 하게 됐다.

책의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자기계발책에 가까운 힐링물이라고 생각했다. 삶의 혼란을 겪은 작가가 우연히 어떤 위인의 삶의 흔적에 닿아 그것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지친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거의 그럴 뻔했다. 적어도 책의 중반까지는 그랬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이에게 작가가 많은 영감을 받고,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많은 작가는 많은 영감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냥 시큰둥 하게 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책을 보고 있었고. 그러나 작가가 그의 어두운 면에 닿아 그것을 보고, 파헤치면서 책의 톤이 완전히 바뀐다.

책의 제목도 철학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니. 물고기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지 않는가? 나는 반찬으로 물고기를, 생선을 먹은 지 며칠 안 됐다. 명절이니까, 명태전을 부쳐 먹었다. 맛있었다. 물고기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여튼 물에서 나온 것인 새우도 먹었다. 나의 직관에 기대어 생각해 보면, 물고기는 확실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이 철학적이라고 생각했던 제목이… 자기계발서 비슷하던 내용이 갑자기 분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느닷없이 바뀔 줄이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단다. 포유류도, 양서류도, 파충류도 있지만, 분류학적으로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단다. 띵하다. 느닷없다. 당황스럽다. 여러 예외들이 떠오른다. 고래, 바다뱀, 장어, 개구리, 거북이, 오징어, 조개, 해파리, 불가사리. 사실인가 찾아보게 된다. 정말 한참을 찾아봤다. 주류 의견은 아닌 모양이다. 책에서 몇 번 언급된 것처럼, 사람들의 직관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적인 원인으로) 잘못된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안 선다.

작가가 멘토라고 생각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후 그라고 칭함)’에게 실망한 만큼 철저하게 그를 부숴버리려는 톤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급기야 (내가 보기엔) 선을 넘어버린다. 어둠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의 어둠은 좀 깊긴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죽은 지 백 년 가까이 된 사람으로 지금에 와서는 사실관계를 밝힐 수 없어 모두 정황증거일 뿐이지만 그의 행적들은 합리적 의심을 너무나 충분히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작가는 합리적 의심으로 그를 묻어버리기로 작정하고… 급기야 그가 인생을 바친 연구까지 이 책으로 부숴버린다. 그의 모든 업적을 부순 그녀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보이는 듯하다. 실제로 그녀가 부쉈다기보다는 알리는데 일조한 것이지만.

그를 작가가 얼마나 부정하든 그가 그녀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몇 년에 걸쳐 그의 업적을 탐구하고, 그의 밝은 면을 되짚으며 작가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결국엔 그녀에게 맞는 인생을 살아가는 어떤 답을 찾은 걸로 보인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나에게는 그녀의 인생이나 그의 인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머리가 너무나 띵한 충격. 이 책에 쓰여진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다니. 사람들의… 적어도 나의 직관에는 너무나 정면으로 대비된다. 그렇지만 과학적 발전은 사실 사람들의 직관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초반, 중반도 나름 흥미로웠으나 후반부는 정말 쇼킹해 책을 읽는 재미도 충분했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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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영    친구신청

멋진 경험 하셨군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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