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있을까 없을까. 나는 어렸을 때, 교회를 다니다가 중학교 삼학년 즈음에 다니지 않게 되었었다. 다니지 않은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 이유였다. 물론 내가 믿음이 강하지 않는 탓이 당연히 가장 컸었고, 그 즈음 과학 전반적인 내용에 점점 더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그나마도 강하지 않던 믿음이 점점 더 약해지게 되었었고,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신이 있다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당연히 있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빠가 까를 만든다고, 가끔 한번 교회에 안 갈 때마다 생난리를 쳐대던 친구 때문이었다. 같이 교회에 다니던 친구가 내가 하루 교회에 안 나갈 때마다 어찌나 난리를 쳐 대는지,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때였는데 반발심으로 더 안 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기독교 신자에서 무신론자가 되었고, 지금은 무신론자 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깝게 되었다. 나 스스로는 불가지론자라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을 조금 더 자세히 말 해 본다면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무신론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신은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인격신은 아닐거라는 생각.
이 책은 세계에 퍼져있는 다양한 종교들에 대해 소개하고 그 종교들의 역사들을 가볍게 훑어보는 책으로 종교에 대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각 종교와 기원들에 대한 설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가끔은 유쾌하기도 하게 잘 적혀 있다. 특히 초반의 각 종교들의 탄생 부분은 매우 재미있게 즐겁게 읽었다. 불가지론자인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봐도 정신병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일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그 종교들이 나눠지는 과정은 좋게 말해도 지루하다. 천주교가 여러 가지 종파로 나누어지고, 그런 과정들에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원래 하나였던 종파가 해석과 본인들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나눠지게 되는 과정은… 그 모든 과정이 정말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머리에도 안 들어온다. 굉장히 널리 알려진 종교들 외에도, ‘문명’ 할 때나 봤던 조로아스터교 등 다양한 종교가 실존하는 것인지, 그것들은 어떤 것인지 읽어보는 것도 꽤 큰 재미였다. 물론 책을 덮자마자 머리에서 싹 사라졌지만…
신은 있을까라는 것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라는 질문에 대비될 만큼(그러나 이쪽은 최신의 과학 덕에 명확한 답이 나와있다) 인간의 가장 큰 질문 중 하나였지만 확실한 답 없이 각자의 의견이 갈리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지금 보통의 사람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인격신의 존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격신이 아닌 다른 형태의 신은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에게 어떤 계시를 준다거나 욥을 괴롭히는 그런 악의적인 존재의 인격신은 분명히 없을 거라 생각한다. 욥은 자식들을 포함한 가진 걸 모두 잃는 그 숱한 괴롭힘(믿음 테스트)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끝까지 믿었는데, 하나님은 그 시험을 통과한 욥에게 많은 재물과 다른 자식들까지 내렸다는 내용이 성경에 있다. 그러나 이미 죽은 욥의 자식을 돌려보냈다는 내용은 욥기에 적혀져 있지 않다.
나는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그나마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설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그런 부분들 때문에 어쩌면 신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진화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빅뱅의 순간이라거나, 단세포 생물의 탄생에 대한 부분들. 정말로 무에서 유가 만들어진 부분들. 그런 부분들은 정말 어쩌면 신이 만든 부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신은 기존의 종교가, 일반적인 사람들이 말하는 신, 인격신들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나는 사실 인격신을 부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종교들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너무나 종교적이지 못한 일들을 자행하고 있는 자들을 매우 혐오한다. 진화론에 대한 공격을 비롯하여 현대 과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자들,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서 예수의 가르침에 분명히 반대되는 일을 하는 자들. 종교를 빌미로 폭력을 자행하는 자들,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어떤 이득을 보려는 자들을 모두 혐오한다. 그러나 그런 자들을 어떤 말로도 설득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그들에게서 그저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 빠지지 않도록 주변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조차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어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한다.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매우 가까이 지내는 친구 중에 여호와의 증인인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믿음은 충분히 존중한다. 본인의 믿음을 위해 군대를 가는 대신 감옥에 가는 사람들. 사실 현대의 종교는 그들의 성서에 반박할 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들의 믿음은 진정한 믿음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성서에 쓰여있는 대로 태초에 하느님이 보지기에 좋은 대로 세상을 만든 천지창조가 아니라 빅뱅으로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제 열한 살인 우리 아들도 알고 있다. 그런 과학적인 교육을 보편적으로 받고 있으며, 기독교도들은 성서가 반박되는 내용을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미 배운다. 그러나 그들은 천지창조가 사실이라고 믿는다. 거기에는 어떠한 설명도 필요 없다. 그들은 그저 믿는다. 그렇게 그저 믿을 수 있는 삶의 태도가, 그들의 삶이 나는 매우 샘난다.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언스에는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우세종으로 될 수 있던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상상력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 현대 시대의 많은 것이 그런 믿음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돈이 있다. 지폐는 그것 자체로 어떠한 가치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실질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삶을 누린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조개껍데기가 지금의 돈을 대신해서 동작할 때도 있었고, 현재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지폐로 거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살수 있다. 살 수 없다면 지폐가 부족할 뿐… 지금의 종교가 아니라 예전의 어떤 토템 신앙이나,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잉카 제국의 인신 공양들은 모두 그런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일어난 것들이었다.
내가 종교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 보니 너무 안 좋은 이야기들만 많이 썼는데, 종교가 부정적인 역할만을 했던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고대 그리스에서는 많은 인격신들이 각자의 영역을 다스린다고 믿었었다. 번개의 신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전투의 신 아레스.. 등등. 그러나 널리 알려졌듯이 제우스가 꼬츄를 갖고 있지 않다면 정말로 아무나 다 겁탈하고 다니는 천하의 개쌍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쟁으로 생긴 고아들을 모아 너희들은 제우스의 아이들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너희들은 고아가 아니라, 제우스가 낳은 자식이니 어깨를 펴고 살라는 것.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독후감에 책 이야기는 거의 없고 종교에 대한 나의 스탠스만 너무 길게 늘어놨는데, 책 또한 훌륭했다. 책의 내용보다 옮긴이의 말이 더 기억에 남는데, 책의 내용에 대한 경탄과 본인이 이런 책을 쓰지 못함에 대한 한탄을 굉장히 고급스럽게 적어 놓아 매우 기억에 남는다. 입문서를 쓰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데, 너무나 깊은 통찰로 이런 책을 썼다는 것. 나는 사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은 느끼지 못했으나, 옮긴 분은 같은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분이라 그런 부분이 나보다 훨씬 더 잘 보였나 보다. 옮긴 분은 저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 전략. 그런데, 이 세상에는 정말 드물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르네상스적 지성을 가진 사람이 가끔 나타난다. 나는 이 책의 저자 할러웨이 주교가 그런 분들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중략… 그러나 이 책의 내용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박함, 깊이, 통찰력, 균형 잡힌 시각, 모두가 놀랍다. 나 자신이 평소에 자주 하는 이야기, 혹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내용이 이 책의 구석구석에 깨알처럼 언급되고 있다. 더구나 그 모든 것을 꿰어서 풀어내는 저자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탁월하다. (이후는 요약) 연구자로서 나도 더 분발해야 하는데, 분발만으로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오는 질투를 느낀다’
많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며, 책에서 인상 깊었던 몇 부분을 옮겨 적는다.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의 인생에서 유일한 과제는 자기 이외의 모든 사람에게 자기 입장을 강요하는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확실성을 가리키는 전문용어가 정통orthodoxy이다. 그 말은 그리스어로서 참된 믿음 혹은 바른 믿음을 의미한다. 핵무기에 대한 정통적인 입장에 반대한 케네디 대통령과 같은 사람은 이단자heretic였고, 그런 입장을 이단heresy이라고 부른다. 이단heresy이란 말 역시 주류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의미하는 그리스 단어에서 왔다. 정통과 이단은 인간의 삶 어디서나 발견되지만, 특별히 종교에서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둘이 작동하는 것을 알면, 왜 종교들이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불일치와 때로는 폭력적인 대립을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종교는 이단으로 출발했다.
- 이것은 과학도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발견은 많은 부분 이단이라고 불릴만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보이는 이런 태도는 놀랍기도 하고 놀랍지 않기도 했다. 일단 그런 태도는 놀랍다. 왜냐하면, 거만함은 자기 제자들 사이에서 들어설 곳이 없다고 하는 예수의 가르침과 분명히 반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 놀랍지 않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상의 방식이고, 성스러운 옷을 아무리 여러 겹 걸쳐서 숨긴다고 해도, 종교는 결국 세상의 방식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그들의 종교는 살아남았지만, 과거와 같은 확신은 잃었다. 그 이후로 종교가 ‘처음으로’ 신앙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확신은 신앙이 아니다. 신앙의 반대이다. 여러분이 무언가를 확신한다면, 그것을 믿을believe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2+2=4’를 믿지believe 않는다. 그 사실을 알고know 있다.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셈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인생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세계를 창조하고 또 세상을 사랑하는 창조자creator가 있다는 것은 확신하지 못한다. 또는 죽은 후에 또 다른 생명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도 확신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 중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그것을 믿거나 또는 믿지 않는다. 우리는 신앙을 가지거나, 신앙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과학은 종교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또 스스로에 대해 말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도와줌으로써 종교에 도움을 주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할 때는 신간 소개란 훑어보면서
취향에 맞는 책을 발굴하듯 자주 읽었는데
먹고 살기 바빠지면서 도서관을 멀리 하니
책 읽을 시간도, 좋은 책을 소개받을 기회도 줄어들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아마 평생 끊지 못하고 들락거릴) 마약피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받고 문화적 지평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서평을 공유해주시는 놀아본오빠님께 굉장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