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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야기] 명량 논란으로 본 영화와 역사적 고증에 대한 사설 (7) 2014/09/19 AM 09:58

요즘 <명량>은 흥행 파워가 슬슬 저무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구설수에 오른다. 다름아닌 극중 배설 장군에 대한 묘사인데, 거북선에 불을 지르고 이순신의 암살을 기도하다 사살당하는 자로 묘사된 것을 후손들이 반발하고 나서 법정까지 끌고 간 사건이다. 영화사 측에선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정당화하고 있고, 후손들 측에선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영화학과 학생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역사를 공부하는 사학과 학생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역사물의 고증이란 다른 사람들과 약간 다른 것을 뜻하는 것은 사실이다. 말하자면 시네필보단 역사 고증의 문제가 더 눈에 잘 들어오지만, 사학계에 몸을 담은 사람이나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비해 그 고증 문제에 딱히 큰 문제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량>의 문제는 그런 의미에서 델리케이트하다. 영화사나 후손들이나 둘다 납득갈만한 말을 하고 있다. 확실히 배설 장군은 탈영 전적이 있다해도 사보타주에 프래깅까지 한 전적은 전혀 없지만 <명량>은 이를 각색하여 극에 더 극적인 드라마를 실어주는 방향으로 설정, 아예 악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물에서 고증 문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필자가 좋아하는 TV 시리즈 의 제작자들이 말했듯, 중요한 것은 정확함(accuracy)이 아니라 신빙성(authenticity)다. 하지만 <명량>같은 경우는 고증에 신경을 썼다고 마케팅까지 하고, 확실히 애매모호한 인물을 오직 극의 재미를 위해 악의적으로 각색했다는 것은 비판은 받을 만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명예훼손으로 다른 이들을 법정에서 공격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법 자체가 (한국의 다른 법들과 같이) 너무나도 애매모호에 일부 특정한 이들이 비틀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쓰는게 가능한 법이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 유포죄와 함께 이미 전부터 표현의 자유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법으로 말이 많아왔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건드릴 필요도 없이 이미 영화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그렇게 영화의 초반씬이 통째로 잘라져버렸다 (물론 이 조차 절묘하게 풍자하였지만).

그럼 표현의 자유는 아무것이나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인가? 아니다. 자유란 언제나 책임을 동반한다. 표현의 자유는 필자가 "히틀러는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말하게 해 줄수 있지만 이 말을 하고 사회적 린치를 당하는 것을 막아주진 않는다. <명량>의 배설 장군 케이스도 비슷하다. 영화는 "배설장군이 이런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그걸 말하면 역공을 받을 각오를 해야한다. 표현의 자유라고 얼버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저희는 이리이리해서 그리 묘사하였습니다"라고 맞받아쳐야한다. 그리고 그렇게 맞받아칠 수 없는 클레임은 욕먹을 각오가 없으면 아예 하지 말아야한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말할 권리를 주지만 말한 것을 비판과 비난으로부터 막아주진 않는다.

하지만 이를 '법'이라는 엄연한 공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막아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반이다. <명량>의 케이스에선 소송을 건 쪽이 더 합당해 보일 수도 있고, 실제로 필자는 영화사가 픽션이라고 표시하지 않고 그렇게 역사적 인물을 묘사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명량>에서의 케이스만이다. 이 명예훼손 소송이 법정에선 후손쪽 승리로 끝난다면 이는 영화계에 크나큰 재앙이다.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다. 선례는 현대법의 기초중 기초이다. 만약 선례가 있으면 이를 뒤집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런 선례를 남겨버리면 영화계는 구체적인 시스템만 없을 뿐 3,4,50년대 헐리우드처럼 계속 자체 검열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명량>이야 최대 흥행 영화이지만 만약 이후 정부나 사회의 구린 점을 꼬집는 인디 영화가 이런 "명예훼손죄"에 소송된다면?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암울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시각으로 접근했다. 영화사나 후손 쪽 둘다 납득할만하다는 것이 아니라, 둘다 잘못했다는 것이다. 영화사가 문제를 시작했지만 후손들이 택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한 접근도 잘못되었다. <명량>의 배설 장군 케이스는 이렇게 접근되면 안된다. 이 사건을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대하는 방법은 누군가를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배설 장군은 이러지 않고 <명량>은 틀렸다는 것을 관객들이 직접 인지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사회가 인지하여 관객들이 직접 <명량>을 비판하는 것(혹은 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옹호하는 것)이 옳은 방식이다. 명예훼손이란 치맛가락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만약 관객들이 이런 사건에 관심이 없으면 그들을 지금과 같이 매스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는 책임감있는 사회 일원이라고 필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볼테르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당신이 말한 것은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자유는 내 목숨을 걸고서 지킬 것이다." 이 말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마음 속에 세기고 있어야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명량>은 이런 고증 문제로 박터지게 싸울 가치조차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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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꼴통    친구신청

'스케일커진 최종병기 활' 정도로 생각하는 영화...

악력    친구신청

어차피 감독이 표절감독이라~ 껄껄

라우풀    친구신청

ㅇㅇ 몰랏네 그 감독이 었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좀 비슷한 경향이 보이긴 하네요.. 억지 웃음 코드 라던지요..

햇살사랑    친구신청

글쎄
배설의 후손 측에서는 그렇게 주장할 방법이 전혀 없으니
소송이라는 형태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거 아닌가
분명 영화사에 항의도 했을텐데
이미 1700만이 봐버린 영화에서 자기 조상이 씹새끼가 된 마당에
어떻게 관객에게 그걸 또 인지시키란 말인지 궁금해지네
솔직히 말해서 일반인인 배설의 후손들이 방송사에
일주일 내내 배설 장군은 이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요청할 권한이 있나
주요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일주일 내내 낼 여력이 있나
그리고 관객이 왜 그걸 일일이 찾아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나
애시당초 이런 논란을 만들지 않았어야하고 논란이 됐다면
당연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는가
단지 표현의 자유란 이유로 모든 걸 얼렁뚱땅 넘어가겠다면
그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말을 할 자유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능력과 태도가 갖춰져 있을 때 따질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레이트존    친구신청

그걸 해야하는 것이 관객들이고, 언론이고, 사회란거죠.
고작 영화에 선동되는 사회는 솔직히 가망이 없다고 봅니다. 자유를 요구할 자유조차 없어요. 한국이 그렇다고 생각하시면 뭐 할말 없구요.

쫄깃한내장    친구신청

원래 아는 사람들은 '아 각색된거네' 하는데 어줍잖게 아는 사람들이 많이 욕하죠

킴양    친구신청

이글은 옳기도 하면서 잘못되었다고 봐요.
'고작영화에 선동되는 사회'는 아니지만,
'영화 한편으로 잘못된 정보가 주입되는 사회'입니다.
그나마 역사에 관심있는 남자들은 배설장군이
탈영하여 후에 죄를 물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테지만,
대다수의 여자들은 모릅니다.
고대를 나온 제여동생도 그럴싸하게 입시공부만 했지
역사에 무지하구요.전혀 모릅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사실과는 다르다는걸 사회가 알아서,
관객이 알아서 비판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아는 사람들은 알고서 넘어가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른채 넘어갑니다
책임감있는 국민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방관만 합니다.
이런 논쟁을 하는것도 인터넷의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 뿐입니다
배씨종친회에서 고소를 하자 언론을 통해 그나마
역사와 다르다는 사실을 그나마 알릴수 있게 된겁니다.
소귀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저는 어쩌면 이 고소가 금전적 이익보다는
이렇게 관심을 끌어서 영화와 역사는 다르다고 알려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식의 문제는 국내의 꽉막힌 사고방식의 탓은 아닙니다.
관객언론사회영화사 어디서도 제대로된 조치가 없으니
후손이라도 정정하고자 법정싸움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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