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드가 삽질할 때 인텔이 저지른 만행중 하나가 바로 CPU가 아닌 APU를 팔았다는 것이죠.
APU가 나쁜 건 아니죠. 저가형 PC를 구성할 때는 굳이 따로 그래픽카드 꼽지 않아도 되니 가격 낮추는데 더 좋고 고장 걱정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고급그래픽 카드를 따로 장착할 게이밍 PC에서는 내장그래픽이라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8세대 스카이레이크의 다이입니다. 저 넓은 그래픽 유닛을 보십쇼.
저것이 없었더라면 다이 크기가 30%는 더 줄어들 수 있었고 그만큼 가격이 떨어지고 더 높은 클럭 달성이 가능했을 겁니다.
인텔은 어차피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고성능 사용자에게 쓰지도 않을 그래픽유닛을 강매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서버용인 제온 제품도 거의 APU뿐이고, 가끔 CPU로 나오는 것도 APU에서 그래픽유닛 부분을 컷팅한 같은 다이의 제품일 뿐입니다.
반면 AMD는 인텔과 전략이 다르기도 하고, 가뜩이나 CPU성능으로도 밀리는데 APU에만 메달릴 순 없었는지 CPU도 지속적으로 내긴 했습니다.
그러다 나온게 이번 라이젠이죠
이것이 라이젠의 다이입니다. 8코어 제품으로 8개씩 나뉜 구역이 눈으로 보일 정도고 그외에 크게 잡아먹는 영역은 없습니다. 순수한 CPU입니다.
라이젠이 인텔의 APU를 따라잡은 데에는 CPU라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CPU연산에 불필요한 그래픽유닛이 없고, 그런만큼 다이 면적이 줄어들어 가격 이점이 생기고, 열이 덜나고, 그래서 클럭을 더 올릴 수 있고, 이것이 가격 하락과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인텔은 AMD가 따라오질 못하니 이윤극대화를 위해 그래픽유닛 끼워팔기를 하며 신나게 돈을 벌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 라이젠에게 따라잡혔죠.
아직 크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고클럭 모델은 고클럭의 이점이 있는거고, 8코어 모델은 성능이 좀 밀리는 정도, 가격은 내리면 그만이고, 다만 발열에서 차이가 나니 크게 밀리는 건 아니어도 딱히 라이젠보다 더 좋은 부분은 별로 없는데 발열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겠죠. 프레스캇 시절이 생각나는 군요.
결국 쓰지도 않을 그래픽유닛을 나의 게이밍 pc의 CPU에 집어 넣는다는 것이 손해입니다.
과거에는 저걸 감안 하더라도 AMD CPU보다 인텔 APU가 더 좋으니 인텔이 최고였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죠.
올해 나온 카비레이크는 그야말로 막차입니다. 그래픽유닛을 달고 라이젠과 비교되니까요. 그래픽 유닛만 없었다면 가격, 전력소모, 발열, 동작 속도에서 상승이 있었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관계로 발목이 잡히고 있는 거죠.
이 부분이 인텔도 반격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APU말고 CPU도 다시 만들어서 CPU성능에 집중해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건 충분히 가능하죠.
하지만 연말이나 내년에 나온다는 캐논레이크는 공정미세화-아키텍쳐변경-최적화 에서 공정미세화 단계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공정미세화이므로 분명 성능향상은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는 카비레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래픽유닛도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죠. 이미 개발중이므로 그래픽유닛을 제거한 버젼이 갑자기 나올리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공정미세화로 라이젠보다 성능이 좋아지겠지만, 이러면 AMD가 다음 공정을 따라가서 라이젠의 다음세대 CPU가 나오면 다시 역전될 걸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텔이 AMD를 제대로 상대하려면 그래픽유닛이라는 족쇄를 풀어야하는데 그건 캐논레이크의 다음세대에서나 가능하겠죠.
들리는 소식으로는 10나노 공정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고도 하고, 다음 캐논레이크가 14나노로 출시된다는 루머도 있고해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공정이전이 아니라 그래픽유닛을 제거한 CPU를 기획중이라면 분명 성능 향상도 있을터인데 과연 인텔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
아무튼 인텔은 APU말고 CPU를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고성능 모델에 그래픽유닛을 탑재해 놓는 짓은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라이젠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생겼으니까요.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이번엔 인텔 잡는다! 하면서 난리 친 적은 있었지만,
인텔 팬티엄 때였나? 처음 나온 그때부터 '문제는 있지만 인텔보다 싸니까' 쓰는, 그런 물건이었죠.
글에는 인텔이 APU를 만들어서 쓸데없는 그래픽 유닛을 추가했다고 하셨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코어 게이머들이 아닌 일반적인 데스크탑 사용자들에게는
굳이 추가 그래픽 보드가 필요없이 메인보드에 있는 HDMI 하나만 모니터나 TV에 박아버리면 화면도 나오고 소리도 나오는 그런 컴퓨터가 더 유용할 테고,
그쪽 수요가 추가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게이머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 소수(?)의 게이머들을 위해 그래픽 유닛 날리고 무작정 스펙 올려버린 CPU를 만들자니, 그건 또 그거대로 단가가 안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