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독특한 대선이었습니다.
1. 검찰 개혁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
검찰 개혁의 시도 끝에 검찰과 검찰로 이루어진 구성원이 대통령과 그 정권을 구성하는 이들이 됐네요.
오랜 기간 동안 검찰 개혁이라는 법 위에 서는 거대 권력을 개혁하는 꿈은
역으로 검찰의 승리로 확정이 났습니다.
아마 앞으로 검찰 개혁의 가능성은 0%라고 생각이 듭니다.
버닝썬, 김학의, 우병우 등등
검찰과 관련한 이슈들, 검찰 기소율과 판정의 불공평성
법 앞의 평등은 법을 관리하고 시행하는 세력만큼은 논외로 친다.
그리고 그 세력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이너서클에 속해 있다면
그들도 법 앞에서 두려울 것이 없겠지요.
여튼, 우리는 이제 그 권력을 공식적으로 승인해 준 겁니다.
앞으로 검찰 개혁은 절대 꺼낼 수 없는 금언과 같은 요소가 되겠군요.
애초에 검찰 부패가 대놓고 오르내려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검찰 개혁의 결과가 검찰 대통령의 탄생이라니..
2. 장제원, 권성동, 나경원과 같은 부패 세력의 화려한 복귀
문제는 구성원의 검찰 세력을 제외하더라도
윤석열 주위에는 지나칠 정도로 국힘의 구태를 대표하는 부패, 비리의 기라성 같은 자들이 몰려 있습니다.
이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며 무슨 일을 벌일지 감조차 안 옵니다만.
각자의 부패 문제와 그 문제에 대한 철벽 방어를 떠나서라도
그들이 추진해온 야망은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군요.
특히, 걱정 되는 것은 그들의 대안 교과서 추진력이겠군요.
박근혜 때도 정말 힘들게 힘들게 막았었는데, 이번에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 임시정부는 사라지고 이승만 정권이 국가의 기초가 될 것이고..
식민지 근대화론과 군부 독재의 찬양은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탄력을 받겠지요.
각종 사학 재단 문제도 다시 저 깊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겠군요.
3. 민영화의 길은 어찌 될 것인가.
어차피, 국민의 힘의 기조는 작은 정부입니다.
정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그 명언처럼
이제 정부는 개인의 삶의 질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정부의 힘이 약해지려면 주요 인프라를 자신들에게 줄을 대줄 기업에게 퍼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정부에서 과연 몇 개의 민영화를 성공시킬 지 궁금하긴 합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싶다면
최소한 세금이라도 덜 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작은 정부는 국민의 보호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무한경쟁을 추구합니다.
각자가 가진 자원 속에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지요.
근데, 재밌는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어떤 정부도 세금을 정말 줄여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이상하게 세금은 각종 명목으로 더 걷어갔지요.
물론, 작은 정부니까 그 세금이 국민에게 환원되진 않았습니다.
그게 어디로 갔는지는 최순실이 잘 이야기해줬지요.
최소한 윤석열은 어차피 작은 정부로, 그리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의 세상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정말이지 세금이라도 확 줄여줬으면 좋겠네요.
4. 계엄령의 잉크는 마르지 않았다.
제가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촛불집회 당시 그것을 짓밟고 국민의 발언권과 자유를 박탈하기 위해
계엄령을 준비했던 자들의 화려한 복귀입니다.
5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계엄령 문건에는 언론, 출판의 자유는 물론이며
인터넷, 거리 통행과 같은 개개인의 사사로운 행동까지 모두 제약하는 조치가 써 있었습니다.
저는 그 문건들을 읽어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제는 오픈 소스로 그 문건을 인터넷에서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상황인데.
5년..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그것을 준비했던 자들이 귀환했습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 이너서클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겠죠.
하지만 이 문건과 그것을 행하려고 했던 자들의 귀환을 심각하게 바라본 건.. 저 뿐이었나 봅니다.
5.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외교이다.
사실 내부 행정은 청와대와 정당 간의 조율, 국무총리의 권한 등으로도 충분히 돌아갑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직무는 외교관계에 있지요.
중국에 대한 대항으로 수출 다각화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행동은 분명 필요합니다.
사실 일본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행동은
일본에 대한 수출입 관계를 따졌을 때, 충분히 탈일본을 시도하고도 무역과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의 수출입 현황만 보더라도, 한국은 도리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의 수출입 의존이 경제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후 국내 증시만을 보더라도
반도체 관련 소재주, 장비주와 같은 국내 중소 기술주들이 날아간 것만 봐도 일본 의존도를 극복한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죠.
윤석열이 이런 관계를 잘 생각하고 한-미-일-중 간의 대외 관계를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가능할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외교 부분은 정말 대통령의 능력과 권한이 중요하거든요.
어차피 새 운명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연 어찌 나갈지 향방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향후 5년동안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집에 있는 정치 사회 서적들. 특히 '정당론' 관련 서적들은 다 버려야겠군요.
(참 재밌는 것은, 정치에 관한 서적 중 '인물론'은 단순 자극적인 교양 서적이 많지만, '정당론'은 진지한 학문적 접근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서 학술적 접근의 '정당론'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자유론 서적과 보수주의자들의 서적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보수주의 개념과 단어를 써가면서 그들과 대화를 여러 번 했습니다만..
정작 나는 보수주의자다, 자유주의자다 외치는 사람들과 대화했을 때..
그들은 그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이념과 단어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에드먼드 버크, 존 스튜어트 밀, 이사야 벌린, 칼 포퍼... 그들의 책을 읽으면서 새삼 보수주의의 미학과 아름다움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보수주의는 정말 멋진 것이었습니다만.. 하지만 그건 책에서나 훌륭한 것이겠죠.
정작 그들의 단어로 자유를 논하니 돌아온 것은 비난 뿐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