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조직 부적응자
신사임당은 그러셨지. 지금이야말로 조직 부적응자도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워워, 율곡 이이 어머니 아냐. 5만 원 권 장식한 그 분 아냐. “유튜버” 신사임당께서 그러셨단 말씀! 난 몰랐는데, 이 분 구독자가 112만이다? 와우.
대충 채널 둘러보니 마치 영상판 자기계발서 보는 기분이었어. 부자가 되는 사람들의 특징, 가난한 사람은 모르는 것, 매달 천만 원 만드는 현실적 구조, 자면서도 돈이 들어오는 5가지 방법, ..무섭다 야. 내가 이런 쪽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동감하는 사람? ...오, 꽤 있네. 너님은 어떤 연유로 이 분야 포기했어? .....아. 성공한 사람의 조언은 성공한 후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캬하. 인정! 사람 생각 똑같네. ..맞아. 계발서의 조언은 너무 빡세거나, 두루뭉술하거나, “성공”을 강요해. ..뭐, 나쁘다는 건 아냐. 단지 다는 이렇게 살 수 없거든. ..적어도 난 그렇게 살 수 없었어.
이래봬도 소싯적엔 이쪽 책 꽤 읽었다고.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카네기 인간관계론, 신뢰의 속도, 신념의 마력, 경영자의 길, 해빗, 시작의 기술, 또 뭐야, 우리 트황상이 지은 거래의 기술! 그릿, 시크릿, 참.. 지금 생각하면 그 중에 내가 읽고 싶어서 본 책은 하나도 없어. 남들이 읽으니까, 면접에서 유식한 척 하려니까 읽은 거지.
어째 계속 까는 분위기로 간다? 오해 마시고! 좋은 내용인데 나랑 안 맞았다는 거야. ...오케이! ..신사임당 님도 대단한 분이지. 삶에 목표와 희망을 주잖아. 박수 보낼 일이야. ..그런데 말입니다., “조직 부적응자”를 거론한 건 선 넘었어! 그럼! 이건 아니지! ..너님이 진짜 부적응자를 알기는 해! ...(존슨, 왜 안 때려? 대본 까먹었니?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호오. 이 반응 기대한 게 아닌데.. 아차! 여기 루리웹 극장이지! 대한민국 대표 찐따 집합소.(찰싹!) ..죄송합니다. 순화해서 쉽덕이라 하(찰싹!) .. 세상에 때 묻지 않은 영혼들. 됐지? 크흠. ..우리가 어떤 인간들입니까? 사람 눈 쳐다보는 것조차 못해서 비비 꼬는 존재! 말 걸기가 세상 가장 어려웠어요!
우린 부적응할 틈도 없었어. 왜? 조직생활 해볼 기회조차 없었으니까. ..도전하지 않은 건 아냐. 수도 없이 했지. 멘탈이 가루가 될 정도로. ..그렇게 끝났어. 안 그래도 소심한 성격, 아예 방구석코모리가 돼버렸지. 얼굴은 잿빛, 말투는 병자, 마음은 바사삭.
..워워. 자기 이야기 한다고 감정이입 해버렸네. 아무튼. 부적응 혼모노가 보기에 신사임당 말씀은 과한 거야. 안드로메다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펀딩 모을 수 있는 시대? 아니! 혼모노는 펀딩 모을 만큼 사회적이지 않아. 게다가 요새 펀딩 사이트는 다 한끝 먹튀 장소 아닌가? 투자금만 쪽! 와디즈, 와디즈, 신나는 노래! (찰싹!)
판로 개척, 직원 관리, 고객 응대, 그 무엇 하나 “찐” 부적응자에게는 호락하지 않아. 인터넷 방송? 상상조차 못해. ..그러니 잘 생각해야 돼. 우리 루리웹 아웃사이더 제군들! 사회에서 말하는 부적응자는, 고작 기업에서 뛰쳐나왔다든지, 공무원 합격하고도 꿈 찾아 때려치웠다든지, 적어도 대인관계는 찰떡 주무르듯이 할 수 있지만 과도한 조직생활은 거부한, 이런 사람을 뜻해. 절대 우리 같은 인간들 말하는 게 아냐!
그럼 우리 찐들은 어쩌냐? ..어쩌긴 어째, 부모님 등골이나 빼먹으며 살아야지.(찰싹!) ..사실, 모르겠어. 우리 어쩌면 좋니? ...뭐, 할 수 있나. 포기할 수밖에. 우정, 사랑, 결혼, 자식, 효도, 노후, 자아성취, 다 접고 스님처럼 생활해야지.
다만. 그럼에도! 붕가까지 포기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 생명으로 태어나서 한 번은 해 봐야지! 우리가 아무리 모니터 픽셀을 사랑하지만, 2D를 좋아하지만! 내면에 끓어오르는 외침! 아! 섹스하고 싶다! 여자사람과 섹스하고 싶다! 사랑하는 여자사람과 밤새도록 섹스하고 싶다!
난 동정만 떼도 감사할 거야. 핫. 당당하게 네덜란드에서! 그러려면 뭐다? 비행기표는 살 수 있어야 한다! 누님에게 드릴 일용할 곡물도 필요하다! 암스테리담 비행기값 64만원! 긴 밤 넉넉하게 500유로해서 66만원! 도합 130! ..자, 목표 나왔네. 어찌됐든 130 모으자. 야너두, 야나두, 우리 모두!
이렇게 조직 부적응자 1명이 사회로 발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