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충격과 공포는 없다
12월 30일. 남들처럼 한해 되돌아보기 해보실까! 캬하하. ..는 아냐. 반성할 게 너무 많아. 안 그래도 슬픈 연말 보내고 있을 너님들에게, 나까지 우중충한 소리 할 필요 없지. 인정?
다만 딱 하나.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반성”이 있어. ...대단하지만 별 건 아냐. 그러니까, 그, 표현의 무게?, 근원?, 내포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쓰자! ...아잇, 미안해. 내 짧은 어휘력으론 여기까지가 최선이야. 두루뭉수리 정의 내릴 바에, 확실한 예시로 빨리 넘어가자고.
이를테면,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캬하.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들었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이 어구.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친숙해. 여기서 질문. 이 살벌한 명언 내뱉은 인간은 누구일까요? ...마오쩌뚱! 정답! 뭐야, 왜 이리 빨리 맞춰. 다들 알고 있었어? ..호오.
난 그저께야 알았어. 지나가는 유튜브 보고. 세상에, 내 인생 전체를 쥐락펴락 했던 사상이 모택동 발이었다니! ...워워! 오해 마시라! 나 공산주의자 아냐. 사회주의자라면 모를까.(찰싹) 이 말에 감복해서 가슴에 새긴 것도 아냐! 권력, 총구, 이딴 무시무시한 낱말로 이루어진 문장을 내가 왜 좋아하겠어.
하지만! 아무 비판 없이, 마치 고대로부터 내려온 절대 명제인 것 마냥 받아들였거든. 학교에서는 주먹 쎈 놈이 짱이다, 사회에서는 조폭 친구 둔 놈이 최고다, 정치를 바라볼 때면 검찰, 경찰, 국정원 같은, 실질적으로 목구멍에 칼 들이댈 수 있는 권력 기관 잡고 있는 놈이 대빵이다. 아항?
정말 구닥다리 발상이지.. 아니, 맞잖아! 독일 히틀러, 소련 스탈린, 대한민국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나 어울릴 법한 생각! 자라나는 꼬꼬마들에게 절대로 넘기고 싶지 않은 사상! ..후우, 겉으론 민주주의 최고. 나는 자유로운 영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했지만, 실체는 20세기를 벗어나지 못한 인간이었어. 꺼흑.
..잠깐만, 생각해 보니 내가 이딴 상태에 이른 건 당연하네. 미국은 트럼프 헷가닥한 놈이 다스려, 러시아는 스탈린 장기집권 뛰어넘은 푸짜르가 종신집권하며, 중국은 핑핑이가 신비의 인체전시전 펼치는, 그야말로 힘만 가득한 시대. ..아, 우리나라도 빠질 수 없지. 순실하게 말아 드신 박정희 따님. 그 따님보다 더 무서운 검찰총장.(찰싹)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자유의 자식이라 자부하는 인간이면 더욱 그렇지. 내가 바로 그 인간이야. 캬하하!(찰싹) 그런 의미에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이 철거머리 같은 어록을 내 사전에서 지울 거야. 대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아냐? 에이, 노오력~ 하면 되겠지! 꿈은 크게 잡아야 한다고, 친구.
자, 또 하나 날 충격과 공포로 몰고 간 표현, 바로 “충격과 공포”! ..너무나 많이 썼어. 걸핏하면 충격과 공포다 거지 깽깽이들아!(찰싹!) ..그저 인터넷 밈인 줄, 심슨 만화에 나오는 관용어구인 줄 알았지. ..아니었어, 권력은 총이다 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말!
1996년 할란 울먼이 쓴 책 제목에서 유래했대. 이 분이 군사전문가걸랑. 미군이 어떻게 하면 압도적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바로 신속하고 압도적인 “충격”으로 적을 “공포”에 몰아넣으면 가능하다! 쉽게 말해, 선빵에 내 모든 힘을 싣는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이 전략에 맞춰 군사작전을 펼치는데! 두둥탁!
결과는요!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처참하더라. 처음에야 후세인 두 아들 우라늄탄으로 보내고, 바그다드 불바다 만들고,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된 사담 후세인도 체포했지. 그러나 이후 사정은 여러분이 잘 알 거야. ...그래, 아직까지 일어나는 테러, 학살, 전쟁! 이에 우리 할란 울먼 선생님 왈, 내가 말한 충격과 공포는 이게 아니다! 초반에 이라크 정예군 절반을 깡그리 죽였어야 했다! 고작 바그다드나 폭격하는 게 무슨 충격과 공포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미국이 이루지 못한 할란 울먼의 의지, 이대로 끝인가? ..아니. 미국보다 더 찬란한 나라 있잖아. 하나님이 보우하사 이스라엘! 진정한 충격과 공포를 시연했어. ..감히 다윗의 후손에게 돌을 날려? 그 순간 마을 하나를 초토화 시켜. 민간인이고, 여자고, 임산부고, 아이고, 상관없어. 다 죽여. 두 번 다시 덤빌 생각 못하도록.. 네놈이 반항하는 순간, 너의 가족, 친구, 자식, 마을사람 모두가 소멸할 거라는 공포를 심어.. 지옥에나 떨어져라, 사막잡신.(찰싹!)
그렇게 자유와 박애를 강조하는 미국 서방 지도자들, 이스라엘님이 하는 일엔 침묵 해. 너무 무서운가 봐.. 팔레스타인에 철의 장벽을 쌓고, 조직적으로 인구 멸절 정책을 쓰고, 심지어 금단의 무기 백린탄을 날려대지만, 아무도 태클 걸지 않아. ..백린탄, 사람 피부를 뚫고 내장을 태워버려. 새하얀 가루가 한번 날리면 남는 건 죽음 뿐. 그 지역은 풀 한포기 나지 않지. 진정한 충격과 공포.
몰랐어.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 말인 줄 몰랐다고! 장난처럼 씨불이기엔 너무, 너무.. 끔찍한 표현이야. ..이젠 안 쓸 거야! 무의식에 툭툭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안 쓰려고 진짜 노력 할 거야!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이 표현 쓰지 마십시오! 그건 아냐.. 쓸 수 있지. 얼마나 좋아. 입에 착 붙고. 단지, 나 스스로 한 약속. 칼린쇼에서 만큼은 자제하기로. ...오케이!
온 누리에 “평화와 사랑”! 가득하길, 하나님의 이름으로..안 해! 부처님, 아테나님!(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