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선별진료소로의 길
다들 백신 예약은 잘 했어? (..그래) 당연 그래야지. 나도 성공적으로 예약했어. 9월 13일, 오픈 하자마자 바로 맞는다! 항상 가는 부산 중구 ***병원에서! (...) 이왕 방문하는 김에 간 초음파까지 받고 올까 고민 중이야. (...?) 모르시는구나? 나 B형 간염 보균자야. (...)
B형 간염, 에이즈처럼 피로 옮아. (..! 너 모쏠 아니었냐?) 응? 잠깐!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겁니까! 내가 동정이라도 떼고 걸렸으면 억울하지 않지! ..내 의지와는 아무 관계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녀석과 함께 했어. 엄마한테서 숑~ (...) ..뭐, 괜찮아! 얘가 은근 착해요. 내 몸 안에선 백혈구랑 별 탈 없이 잘 지내걸랑. 문제는 나랑 피를 나눌 다른 사람! 넘어가서 뭔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함부로 거시기를 놀리지 않는 겁니다. 항상 감사하십시오, 휴먼. (짝!)
후우. 나랑 동거할 바이러스는 B형 간염이 마지막 일 줄 알았다? 헌데 올해 7월 12일 부로 그 계약관계가 틀어졌는지 몰라. (...?)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할라 말라 했을 때, 델타 변이가 암암리 세력을 넓히고 있었을 때, 마침 그 때! 3일 동안 앓아누웠었거든. 콧물, 오른쪽 어깨 결림, 극심한 편두통, 몸살기, 피로감. 알고 보니 델타 변이 증상이었네? (미친놈아!)
워워! 아직 확실한 건 아냐. 지나가던 감기일수도 있잖아? (야!) 단지, 아주 조금, 코로나로 의심될 뿐이다, 에헴. (짝!) ..벌써 때리지 마! 아직 맞아 죽을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크흠.. 그 뒤로 이상하게 외출만 했다 하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어. 대신 강도는 훨씬 덜했지. 6시간 지끈하면 낫는 정도? 가래 끓는 건 똑같더라. (아오!) 워워!
그래서 말인데, 내 콧속에 코로나 델타가 새살림 튼 거 아닐까? 체내 깊숙이 덤볐다가 면역계에 깨갱하고, 이젠 얌전히 비강 섬모세포에서 고분고분 살아가는 상황. 마치 B형 간염이 간에 세 들어 지내는 것처럼, 앙? (..) 마침 내 추측에 불을 댕기는 기사가 있더라고. ..백신 접종자라 하더라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보유량은 미접종자와 비슷! 이 말은 뭐다? 백신 서너 방 맞았음에도 바이러스를 몸에서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다! 백신 무쓸모! (짝!) 커헉!
하지만! 난 기꺼이 백신을 맞을 거다! 2번, 아니, 그 이상! 내 몸은 소중하니까! (...) 실제로 코로나 대응력을 극대로 발휘하는 케이스가, 한번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백신 맞았을 때래. 바로 나 같은 경우! (짝!) 부러우면 지는 거. (쩍!) ..죄송합니다.
아무튼. 코로나랑 종신계약 맺은 이상,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냐. 평생 B형 간염 돌봐온 이 몸께서 보증하지. (..) 6개월에 한번 피 뽑고, 농도 확인하고, 초음파 촬영하고, 어후. ..코로나도 비슷하지 않겠어? 6개월 마다 백신 맞고, 한 달에 한번 콧구멍 깊숙이 솜방망이를 찌르고,. 오우야. (이렇게 떠들 시간에 넌 선별진료소부터 가!)
끄응.. 무섭단 말야. (짝!) ..알았어! 다음 주 안으로 반드시 갈게! 내 속에 코로나가 있는지, 아니면 뇌내망상이었는지, 결판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