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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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우린 바퀴벌레가 아니다 (6) 2021/09/30 PM 11:57

 

 

 

우린 바퀴벌레가 아니다

 

 

 

나는야 인간 바퀴벌레! 오늘도 한강공원에서 예쁜 여자애들이 먹다버린 일용할 양식을 획득한다! 지쟈스! (뭔 개소리야!) 절대 내가 그랬다는 소리가 아니고! ..유머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처음엔 성적 코드로만 해석했어. 이 자식, 돌고래박이도 모자라 이젠 간접 입맞춤까지 꿈꾸네? 건강, 자존감까지 버려가며! !

 

하지만! 변태행위라기엔 글에 서민적 고통이 묻어나는 거야.. (...) 이걸로 다음 주 일주일 먹고 살아야지.. 아니! 서글프게 어그로 끌면 어쩌라고! 걱정되잖아! ..먹을 게 없어서 한강변을 어슬렁거린 거냐? ! 차라리 무료급식소를 가! 식중독, 헬리코박터, 코로나 걸리면 어쩌려고! 끄응.. 부디 주체 못할 성욕증에 불과하길 바란다. 2021년 대한민국에 기아라니, 내가 용서 못 한다고! (...)

 

..이렇게 떠들지만 정작 나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야. 계란 값이 7천선 돌파한 뒤부터 강제 다이어트 들어갔거든. 서민의 단백질원 달걀, 아니, 이젠 고급 레스토랑이다. 끄흑.. (..) , 난 괜찮아. 덕지덕지 체지방 줄이고 좋네! 그러나, 한창 먹기 바쁠 아이들마저 굶주린다는 건 안 될 말이지, 그럼!

 

급식카드라고 들어봤어? 정부에서 18세 미만 결식 우려 아동 청소년을 위해 발급하는 카드. (..) 부끄럽지만 난 최근에야 이것의 존재를 알았어.. 이런 세상물정 모르는 놈! 후우.. 난 우리나라에 결식따윈 40년 전에 소멸한 줄 망상했거든. 천만에! 현실은 매년 30만 명 이상 아이들이 배고픔을 겪는 중이었어! 에라이!

 

..그나마 다행인 점, 내가 모르는 사이에도 세상은 따뜻해 졌다는 거야. 이를테면 무상급식!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물론 유치원까지 확대되는 추세지. 캬하하! (...) , 애들 먹거리보다 국고 건전성이 더 중요한 분들은 아니꼽게 보시겠지만, 응 대세는 이미 기울었죠. 무상급식에 시장직 걸었던 현 서울시장님도 찬성파로 돌아섰죠! ..돌아섰나? (..)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급식카드. 아직 지원액이 부족하고, 꺼내기 감수성 상하는 경우도 생기고, 사용처가 한정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차차 개선되고 있대. 문제는 지자체별 편차! 구청장 맘에 따라 지급액이 들쑥날쑥 거려. 대전 유성구는 한 끼 8천 원! 반면 대다수의 경우엔 5천 원 선을 끈질기게 고수한다니, 아잇! 요새 기사 식당도 6천원 받아요! 중앙정부에서 주체적으로 적정수준까지 올립시다! ! ..동의? (...) 보감. ..미안하다. (...)

 

그런데 말입니다.. 굶주림에 관한 시야를 지구급으로 넓히니, 어후.. 감당 못할 무력감이 몰려와. 쓰레기장을 뒤져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아이들.. 시리아, 케냐, 마다가스카르, 인도, 심지어 그럴 거라 상상조차 못한 필리핀 마닐라에 이르기까지, 왜 이리 안타까운 장면이 많은지.. 파리가 들끓는 찌꺼기를 서슴없이 입에 넣어. 날카로운 유리병에 손과 발이 찢어지는 한이 생기더라도 음식물을 파헤쳐.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거 어쩌면 좋냐?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인간 바퀴벌레? 강요된 다이어트? 이 아이들을 앞에 두고 내색하기조차 부끄러워. ..아잇, 이게 아닌데. 모두가 잘 먹어야 하지! 얘들은 물론 인간 바퀴벌레까지! ..다만, 재생음식물로 허기를 채우는 마닐라 톤도 사정을 보니, 뭐랄까.. 농담할 여유마저 사라졌어. (...) 바퀴벌레군, 우린 그나마 행복한 놈 같아. (...)

 

아무튼. 여기서 퀴즈. 작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누구였을까요? (...트럼프?) , 그 인간이 후보군에 거론되긴 했지만, 아니! 정답은 세계식량계획! 생명을 구하자, 삶을 바꾸자! 라는 뜨거운 구호로 세상을 구하는 단체에 돌아갔어. 영어로 WFP. 월드 푸드 프로그래미, 외우기 쉽지? (..) 세계 80여 개 나라, 1억 명에 달하는 생명을 수호하고 있어. 캬하, 박수 주세요! 식량이야 말로 인간 행복, 평화, 찬미일지어니! 격하게 응원합니다!

 

헌데 상황이 녹녹치 않더라. WFP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굶주림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어. ..기후위기! 코로나! 식량이 없다! ..작년에만 기아 인구가 18천명 증가했대. 그렇게 잡힌 세계 영양 실태 통계란 참혹할 정도야. 무려 24억에 가까운 인구가 제대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 했어. 그 중 8억 명이 기아 인구로 분류됐고, 맙소사..

 

후우. 죄송합니다! 더 이상 못 떠들겠다. 인간 바퀴벌레 빌드업으로 가볍게 장난삼아 떠들려 했건만, 이건 아냐. 도무지 내 따위가 감당할 만한 주제가 아녔다고! (...) 뭘 해야 할지, 뭘 할 수 있는지, 거대한 문 앞에 감조차 오지 않아..

 

그래도 딱 하나, 결심한 건 있다? ..진심으로 먹자. 필요한 만큼만 남김없이 먹자! 이 세상 모든 식재료에 감사를 담아!

 

 

 

 

 

디시의 인간 바퀴벌레.JPG | 유머 게시판 (ruliweb.com)

10년 만에 무상급식 전면 시행 결실…'3대 교육복지' 실현 | 서울시 - 내 손안에 서울 (seoul.go.kr)

아직도 결식학생 32만명… 고교 결식 학생 8%대로 가장 높아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아이들 한 끼에 최소 6천원" 권고했지만 현실은… | 모바일 JTBC뉴스 (joins.com)


쓰레기장에 널려있는 유리 조각 위에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 - YouTube

희망 프로젝트 Love Mission 43회 필리핀 톤도 쓰레기마을편 - YouTube

Syria: Kids in Idlib scavenge for food - YouTube

Would you eat recycled landfill meat? - BBC News - YouTube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세계 기아 인구 1억8000만명 증가” - 더나은미래 (futurechosun.com)

[뉴스 깊이보기]세계식량계획(WFP)에 노벨 평화상…트럼프 향한 '경고' - 경향신문 (khan.co.kr)

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WFP) - WF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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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밑바닥에서부터    친구신청

컨셉이에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콘셉트 입니다!

라이넥    친구신청

변태가 아니라 거지엿고...

풍신의길    친구신청

기아 보다는 차라리 변태였으면 좋겠습니다. 피해주지 않는 변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응?

=ONE=    친구신청

언뜻 저질스러워 보이는 농담으로 시작해서
그 농담이 전제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 등한시했던 현실을 지적한 뒤
중간중간 말장난과 팩트를 버무리며 빌드업을 거쳐
전 지구적 지향점을 모색하면서도 개인의 한계라는 벽에 통탄하다
그래도 스스로 깨달은 바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짓는
굉장히 잘 짜여진 수필이라 생각하는데
댓글들 반응을 보니 아직도 인류가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이른 문체인가 싶기도 합니다.

여하튼,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풍신의길    친구신청

과찬이십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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