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적 공감 부여잡기
반성의 주간. 그 5일째. 오늘은 듣는 사람마저 기분 나쁜 내용이니, 우울하신 분은 내일 봅시다. 아니, 내가 뭔 얘기를 하던 수박 먹는 소리로 들어주실 분만 남아주십시오. ..그럼 시작한다.
칼린쇼를 진행한지 어언 3년, 그간 내가 가장 욕먹었던 때가, 그러니까, 그... 조두순 출소를 두고 관종짓 벌였던 때였지.. (...?) 조두순이 누군지는 기억 나? (..) 그래, 차라리 기억 못 하는 편이 좋아. ..이 말종은 8살 소녀를 성폭행 했어. 아이는 생식기와 배변기관이 찢어져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나, 정말 다행히도 행인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지.. 조두순! 조두순..
난 이 경악스러운 사건을, 무려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는 변명으로, 킥킥 거리며, 섹스 섹스 거렸다.. 죄송합니다. 전 조두순만큼이나 상처를 줬던 인간입니다. 죄송합니다..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부끄럽지만, 당시엔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어.. 어쩌라고! 내 쇼에서 내 말 하겠다는데! 이런 바퀴벌레들! ..애청자 여러분을 매도하기만 했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인정해야 해. 난 사람답게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간답지 못한 부분이 많아. 그 중 하나가 공감능력이지. ..조두순에 조자만 나와도 치가 떨릴 소녀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잖아. ..시간이 흐르고, 2년이 지나고, 여러분의 분노가 떠오르고, 깊이 사고하고, 내 자신을 소녀에 대입하고서야, 그제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어.
..그럼 앞으로는 선 넘지 않고, 사람 마음 후벼 파지 않고, 쇼를 진행할 것인가? 글쎄.. 노력은 할게! 이 말 밖에 약속드릴 수 없다! ..조심한다지만 언제 또 내가 무지성 말 뱉기를 시전할지 몰라. 끄응.. (...)
어제 오늘도 그래. 조동연 씨 문제.. 내가 그토록 경멸하는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조동연 바람 피웠대요, 혼외자식 있대요, 아이 이름은 뭐고 얼굴은 이렇게 생겼대요, 볼썽사나운 파멸을 퍼뜨리고 있을 즈음, ..난 가세연보다 더한 막장극을 속으로 그리고 있었어.. 아이의 신상마저 공개된 이 타이밍! 어머니가 비통에 빠져 목숨을 끊기 가장 적절한 시기! 비극의 클라이맥스! 아아, 보고 싶다. 카타르시스 안겨줄 파국의 끝! ..이런 미친놈! 존슨! 한 방 갈겨!(짝!) 한 대 더!(쩍!)
..조국 때랑 달라진 점이 없어.. 그때도 연기자 심정은 일언방구 괘념치 않고, 그저 자극적인 상상에 목말라, 여기서 딸이 죽고, 저기서 아내가 실명하고, 동생과 원수지간이 되며, 국민에게 쌍욕 먹고, 심지어 자신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저 버림받는, 아아! 남의 불행은 언제나 짜릿해. 보고 싶다! 사망에 이를 정도로 나락에 떨어진 사나이를! ..그랬으니.. 후우.. 이거 완전 소시오패스 새끼 아냐! 아니다, 사이코패스잖아! ...조국 씨를 비롯해 가족 분들에게 사죄드리겠습니다. (...) ..오해는 마. 정치적 고려는 없어. ..사람으로서 사과드리는 거야!
아무튼... 난 본능적으로 공감할 수 없으니, 머리를 굴려가며 역지사지 정신 일깨우겠어.. 간혹, 아니, 허구한 날 그 정신을 망각하겠지만, 난 믿어! 너님들 죽창 수준이면 내 둔감한 소시오 껍질도 꿰뚫을 거다! ..다만, 적절히 찔러야 돼. 병 던지는 정도로는 3초 후에 까먹어 버려. 그렇다고 패드립 섞으면 법원출두서 날릴 거고, 그 사이 강도로 은근히 압박해 줘. 알았지? (...)
후우.. 이것으로 반성의 주간은 끝이야! 내일? 안 해! 웃자고 개설한 시간에 무거움만 더해지는 행위는 이제 그만! 힘들고 괴로워서 더 이상 못해 먹겠어! 여러분은 더 싫을 거고, 그래.. 내일부턴 다시 멍멍이 소리 가득 담아오겠다! 반성은 업보스택 쌓이면 다시 열게!
아울~ 왈왈왈! 고마고마월!
코로나와 함께 나타난 '이 유형', 소시오패스입니다. 우리 주변에 은근히 흔한 소시오패스의 특징과 대처법 [심리읽어드립니다 EP.04] | 김경일 교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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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피해자 아버지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는 현실...12년간 달라진 것이 없다' - BBC News 코리아
민주당 “관음증적 시선으로 조동연 가정사 난도질” 가세연 고발 - 경향신문 (khan.co.kr)
요 근래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이 대체로 미디어의 비-인간화를 꼬집는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캐빈 인 더 우즈, 이스케이프 룸, 나이트 크롤러)
더 자극적인 것을 기대하며 컨텐츠를 감상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새삼 놀랄 때도 있고
특히 컨텐츠를 창출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이게 혹시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거나 오해를 사진 않을까' 하고 자꾸 반추하게 되더라구요.
혹자는 이를 두고 '발언권의 자유를 거세하는 자기검열, 불편충의 발광'이라고 혹평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도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잘 넘지 않는 선'을 넘나들며 기가맥힌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을 항시 염두에 둬야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