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었구나<-meta />
오늘 점심이었어. 어느덧 텅 비어버린 볶음자리 딸기잼 유리병을 싱크대에서 손질했지. (뭔 소리야?) 다 먹은 잼 유리병을 분리수거 하기 쉽도록 깨끗이 씻었다는 뜻입니다. (...) 철수세미로 겉면 스티커를 떼어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더라고.. 여긴 어디? 난 누구? 삐엑! (...)
그렇잖아. 난 지금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리병을 박박 밀고 있건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수돗물이 더 아까운 거 아닐까? 내 노동력이, 앙? (...) 피스톤 운동은 하지도 않았는데 현자타임이 찾아오더라고. (짝!) ..이게 무슨 친환경이란 말인가! 무라벨 유리병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하여 시작된 거야. 분리수기 하기 딱 좋은 유리병을 찾아서 떠나는 모험이! (...) 우선 퀴즈. 유리병에 달린 뚜껑은 닫고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분리해서 버려야 할까요? (.....) 그, 난 당연히 유리와 뚜껑을 분리한 다음 버려야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아뿔싸, 아니었다!
유리병을 가장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방법, 그것은 온전한 유리를 세척해서 다시 쓰는 것! 이러려면 깨진 조각 없이 깨끗한 상태로 들어와야겠지? 이때 뚜껑이 중요한 역할을 한대. 상처받기 쉬운 병 입구를 든든하게 보호한다나?
한편, 해외물 먹은 유리병은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사실, 알고 있었던 분? (...) 난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어.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갈색, 녹색, 백색 투명, 이렇게 딱 3가지 색상의 유리병만이 다시 쓰일 수 있대. 조금이라도 다른 색이 섞이면 불순물 판정을 받아버리걸랑. 그러니 어떡해, 바다 건너 와인병은 일반 쓰레기마냥 땅에 묻어서 썩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참고로 유리가 썩어 없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100만년이야..
참.. 이럴 바에 정부가 유리병 규격이며, 색상이며, 성분을 모조리 통일시켜 버리면 좋겠어. 아주 그냥 중국 공산당처럼, 오늘부로 한반도에서 유통될 수 있는 유리는 무색 투명 뿐이다! 어기는 놈, 숙청! ..어때? (...) 예시가 너무 과격했나.. 그럼 EU가 아이폰 단자를 USB-C로 획일화 한 것처럼! 유리병도 단색으로 대동단결, 오케이! (...)
막간을 이용한 퀴즈, 그 두 번째. 페트를 버릴 땐 뚜껑을 분리해서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유리병처럼 뚜껑을 닫고 배출해야 할까요? (.....) 정답은, 페트 또한 뚜껑을 닫아서 버리란다! 환경부 공식 영상에서 그렇게 하래란다! 뚜껑을 닫아야 페트 속으로 이물질이나 공기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래. (...) 난 여태 니퍼까지 동원해가며 뚜껑을 떼어냈건만, 다 무의미한 짓이구나. ...흑흑,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환경부와 달리 일선 재활용 업계는 오히려 뚜껑을 떼는 편이 좋다네? 뚜껑 하나하나 분리하는데 드는 인력을 생각하면, 그깟 이물질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거야. ..거참, 허참! 누구 주장이 더 타당한 겁니까! (...) ..일단 환경부 공식은 뚜껑을 닫는 쪽으로 결정 났다니, 닫읍시다!
아무튼.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분리수거는 소비자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생산할 때부터 경박단소 에코에코하게 만들어 줘야 분리할 맛이 나지! (...) 또, 정부와 의회! 이 놈들이, 아니, 이 분들이 제대로 법규, 규정, 정책을 잡아줘야 진정한 친환경이 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 인정? (...)
투표를 잘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친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