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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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내가 작가병? (2) 2022/10/26 AM 12:41





내가 작가병?<-meta />

 

 

 

오늘은 개인 하소연입니다. 무심한 분은 꺼져주십시오. (짝!) ...사진 생활에 현타가 왔어. 그저 즐겁게 찍으면 될 것을, 딴엔 “있어 보이게” 찍고 싶은 맘에, 구도를 잡고, 셔터 속도를 따지고, 조리개를 조았다 풀었다, 이러니 너무 힘든 거야.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이건 이래서 아니다, 저건 저래서 아니다, 찍어 봤자 꽝이다, 각종 변명을 둘러대며 순간을 지나쳐버려. 아올...

 

설마 나도 “작가병”에 걸린 걸까? 가슴 속에는 허세가 무럭 자라났으나, 차마 실력은 밑바닥인 상황, 앙? (...)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내가 뭘 찍고 있는지, 왜 찍고 있는지, 어떤 장면을 담고 싶은지, 하나도 모르겠어...

 

글쎄다. 난 뭘 남기고 싶었더라? ...사라져가는 부산 구도심? 길거리 고양이? 섬뜩한 거미? ...혹은 코스프레? (...) 예전에는 지스타만 기다렸어. 게임, 만화, 애니 속 2D와 3D의 경계를 찍을 생각에 얼마나 두근댔게요. 그런데 지금은 헷갈려... 난 진심으로 코스프레어들을 찍고 싶은가? 엄... 끄응.., 생판 남의 얼굴 찍어서 뭐하게요... (...) 아잇! 이런 나약한 자식!

 

예전에 패기 넘쳤던 난 어디로 갔는가! 여자사람이면! 여장 코스어면! 헤벌레 정신을 못 차리고 찰칵대던 나는! (미친놈) ...지금은 자신이 없어. 그 분들의 눈동자, 손동작을 놓치지 않고 난 포착할 수 있는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뽀샵 처리 할 수 있는가? ...끄아악! (...)

 

나름 사진 공부한답시고 작가님 강의를 듣고, 유명 사진을 봤거든? 근데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정신만 붕괴되더라... 압도적 격차감에서 오는 절망감이랄까! 거기다, 난 소인배라 대가님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됐어. 계속 내 고집을 개입해.

 

이를테면, 그런 사진 있잖아. 현실을 초월하여 작가 내면이 담긴 사진이랄까. 현대 미술을 넘나드는 사진. 추상의 극, 느낌으로 접하는 사진, 대충 느낌 오시죠? (...) 그런 사진을 볼 때면 속으로, 저렇게 찍을 바에 붓으로 그리는 게 낫겠다, 차라리 미술을 하시죠, 사진은 현실을 담아야 합니다, 이런! 이따위! 발칙한 아집이 발동해...

 

그나저나, 사진과 그림은 뭐가 다르지? 어디까지가 사진이지? ...아악! (...) ...그렇게 현실 거리는 나조차도 실은 후보정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든. 가령, 하늘 사진이면, 여기에 초승달을 넣고 싶고, 저기에 적란운을 피어올리고 싶고, 합성하고픈 욕구가 치솟아. 다만 내 안에 뭔가가 끝내 가로막아서 안 할 뿐. (...) 대신 명암, 대비, 색 비틀기는 사정없이 했습니다. 리퀴파이 몸매보정? 피부보정? 기본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머리가 빙빙 돌아. 사진생활에 방향을 잃었어. 내가 원하는 사진은 뭐지? 뭘까? (...)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소니 카메라 판매 페이지에 올라온 샘플 이미지 전부를 감상했단 말씀! 수많은 사진 중에 나만의 단 한 장을 골랐으니, 짜잔! 함께 감상하시죠.

img/22/10/26/1840fcd3821254fa.jpg

퀴즈, 어떤 렌즈로 찍은 사진일까요? (...) 정답, 1224GM. 하! 광각을 싫어하는 내가 정작 1224 화각대를 뽑을 줄이야. ..어쨌든, 이거다!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사진! 칼 같은 좌우대칭! 화면에서 튀어나올 듯한 선명함! (...)

 

희한하지. 난 첨에는 대비와 명암차가 절제된 사진을 좋아했거든? 부드럽고, 보기 좋잖아. 헌데 지금은 명암이 없으면 허전해. 일부러 대비를 올려. 명암이 없으면 비네팅을 일부러 넣어서라도 암부를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렀어. 나, 취향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흐음...

 

한편, 저작권 때문에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내 인상에 남은 또 하나의 사진이 있으니, 바로 유별남 작가님이 찍은 티베트 소녀! 얼굴만 꽉 차게 찍으셨는데, 그 빛나는 눈동자가 잊히지 않아. 그야말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눈! 그걸 200% 고스란히 담은 사진! 캬하! ...잠깐, 그래서 내가 고양이 눈을 많이 찍나? 호오... (...)

 

어라, 말하다 보니 대충은 길을 찾은 것 같아.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빛과 어둠이 대비하며, 상하좌우가 자로 잰 듯이 서로를 겨누고, 강렬한 눈동자가 나오는 모습이었다! 눈동자의 정맥과 동맥까지 보이는 해상력! 습기 0, 먼지 0, 노이즈 0% 사진! 히히히! 정답을 찾았다제! ......는 확신을 못하겠어. (어휴)

 

아잇! 그러게 취미로운 장비생활만 하면 될 것을! 장비가가 무슨 욕심으로 사진에 손을 댄담! 이 난리를 부릴까! ...그래, 이게 다 장비에 마음을 소홀히 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진지한 장비 생활 다시 영위하겠습니다. 내 주제에 맞게, 내 관심을 장비로! 벌써부터 카메라 가방이 눈앞에 어른거리는군요! (짝!)

 

투정은 여기까지. 앙탈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은 신박한 개소리로 돌아올 것은 약속드리지는 못하면서, 오늘 쇼를 마칩니다. 끼요옷!



 

 


 

 

유별남 - YouTube

SOUNDRAWING사운드로잉 포토스 - YouTube (송철의 작가)

김홍희 채널 - YouTube

[장비3부작] '사진'보다 '장비'가 취미로 더 행복한 이유!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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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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