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로 기억하기<-meta />
어제에 이어 오늘도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 왜, 어제 내가 실없이 하소연을 내뱉었잖아. 사진이 좁네, 어렵네, 앙? 그랬더니 한 애청자께서 왈, 광각을 폰으로 찍어봐라. ..이 말을 듣고 처음엔 한쪽 귀로 흘려들었어. 아시잖습니까. 나, 폰카는 카메라로 취급 안 “했던” 인간이야! (...)
그러다 성찰의 시간을 갖고, 사고하고, 애독자님의 충고를 다시 맘속에 새겼더니, 어라? 폰이 왜 카메라가 아니야? 세상 가장 강력한 카메라인데, 앙! 그때서야 머리를 탁 쳤습니다. ...그래, 투 바디 투 바디 애걸복걸 거리기 전에, 이미 난 투 바디를 쓸 수 있잖아? 하나는 카메라, 하나는 폰!
요즘 폰카가 얼마나 좋습니까. 작고 가볍지, 언제 어디서나 꺼내 쓰기 편하지, 8K 영상에, 2억 화소 사진에, 실시간 공유 기능이며, 강력한 자동보정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게다가 세로촬영하기에 최적의 구조잖아? 카메라와 달리 폰은 세로로 쥐는 게 일반적이니까. 왼손으로 잡기도 편해요. 캬하!
그래서 말인데, 카메라 기능이 강력한 폰을 마련해야 할까나? 어떻게 생각해? 참고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폰은 LG V50S야. 딱히 사용하는데 불만은 없다만, 흐음... (....) 어쨌든.
카메라 성능이 강력한 폰이라, 일단은 빙 AI에게 물어봤지. 자, AI님께선 과연 어떤 폰을 추천해 주셨을까요? (...) 정답은, 샤오미!
샤오미 13 프로. 메인 카메라는 5천만 화소 소니 IMX989 1인치 센서에 23mm F1.9 렌즈를 탑재했어. 가격은 105만 원 선이래. 호오... 근데 샤오미를 100만원 넘게 주고 사기엔 뭔가 꺼림칙하잖아. 아무리 요즘 중국폰 성능이 좋다 한들, 뭔 말인지 알지?
차라리 갤럭시 S23 울트라는 어떨까!
갤럭시 메인 카메라도 헉 소리 나게 좋습니다. 무려 2억 화소 삼성 아이소셀 HP2 1/1.3 센서에 24mm F1.7 렌즈래. 가격은 512GB 모델이 172만원. 호오... 근데 갤럭시를 200만원 가까이 주고 사기엔 뭔가 꺼림칙하잖아. 아무리 S23이 잘 나왔다 한들, 뭔 말인지 알지? (...)
아싸리 아이폰은 어떨까!
핫! 아이폰인데 스펙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애플은 진리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회사입니다. (...) 허나 아직이다! 난 아이폰에 멀쩡한 USB-C타입 단자 달리기 전까진 살 생각이 전혀 안 나요. 야너두? (...) 15에서는 드디어 USB-C가 들어온다니, 기대해 보자고.
여러 폰을 언급했다만, 사실 내 맘 속에 1인자는 따로 있어. 소니 카메라를 쓰는 이상, 폰도 소니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개합니다. 소니 엑스페리아 프로!
물론 카메라 성능만 놓고 보면 쟁쟁한 경쟁자들에 비해 아쉽지. 메인은 1200만 화소 1/1.7인치 센서에 24mm F1.7렌즈니까, 크흠... 그럼에도 내 마음이 엑스페리아 프로를 갈구하는 이유, 무려 HDMI 입력이 됩니다. 보조모니터로 쓸 수 있습니다. 3.5mm 이어폰 단자도 있죠. 독보적입니다. ..,그래서일까, 21년 1월에 나온 폰 주제에 가격이 떨어지질 않아. 여전히 1999.99달러 미친 판매가! (...)
이상. 달콤한 꿈을 꿨습니다. 제 통장이 허락하지 않는 꿈 말이죠... 그럼에도 성과는 분명합니다. 카메라와 폰카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계획! 이 탁월한 안을 일깨워주신 애청자님께 그랜절을 올립니다. ...이제 남은 건 통장을 채우는 일과, 그리고 내 안의 꼰대력을 없애는 일이겠지. 폰카는 카메라가 아니다, 화질이 안 좋다, 괜한 맹신, 비난, 혐오를 불살라 버릴 때까지!
폰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제 진짜 속마음을 털어 봅시다. (?) ...그, 며칠간 부산 코믹월드 이야기만 계속 나누었죠? 찍어온 사진이 부족하다, 마음에 걸린다, 계속 변명을 하고, 남 탓을 하고, 참... 무엇이 날 이렇게까지 소인배로 만드는가 성찰해 봤어. ...죄송해서 그런 것 같아. 코스어님께 죄송해서...
귀멸의 칼날 렌고쿠 역을 맡으신 심됴 님, 그리고 토키토에 무명 님.
이 두 분이 함께 있는 장면을 찍었어. 그리고 지웠지. (?) 배경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만으로 삭제했어. 그렇게 지운 사진이 수십 장이야... 무명 님이 메일로 내게 사진을 요청하셨어. 잘 안 나온 컷이라도 좋으니,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니, 사진을 더 보내달라고... 그 요청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어. 다 지웠으니까!
난 사진의 본분을 잊었어. 작가병 도진 거 마냥, 배경이 어지러워서 안 돼, 구도가 이상해서 안 돼, 색감이 안 좋아서 안 돼, 빛과 어둠이 없어서 안 돼, 이러니 저러니 툭툭 삭제해버리면 대체 남는 게 뭐람. 사진은 기억으로서 가치가 있는데, 나랑 인연을 맺은 분들인데, 그 소중한 순간을 내 따위가 뭐라고 소멸시키다니...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부로 각오하겠습니다. 사진은 지우지 않는다. 저장할 용량일랑 구글 포토를 믿고 그대로 남겨둔다. 결국 사진은 기록이다. 기억은 중대 사항이다!
...코믹월드에 두 번 다시 안 갈 거라 다짐했지만, 아니, 가야 할 것 같아. 이번 실패를 도약삼아, 사죄삼아, 좀 더 나아져야지. 혹시 알아? 다시 두 분을 만날지? 많은 인연이 생길지? 그때는 더 좋은 사진, 더 많은 추억을 공유 할 수 있을지... 카메라 든 사람으로서 의무감이다, 이 말이야! 에헴!
아무튼... 오늘도 제 투정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은, 또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야!) 드디어 찐 장비 이야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