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불국사역을 추억하며
제군들, 5월의 마지막은 뜻깊게 보내고 계신가! 난 나름 오늘을 알차게 보냈어. 근 2주 만에 카메라를 들쳐 매고 야외로 나갔거든! 한 동안 독감 때문에 밖에 나갈 생각조차 못 했는데, 마침내! ...는, 내가 독감을 얕잡아 봤어. 또 머리가 무거워. 기침이 나. 아오! 감기 조심하세요!
아무튼. 뜨거운 여름이 세상을 덮치기 전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담고 싶은 요즘, 경주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고 싶을 찰나, 어라! 내 고장 부산에서 경주 불국사역으로 가는 기차가 없네? 그럴 수밖에. 2023년 현재 불국사역은 없으니까! 폐역이니까...
여러분은 불국사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옛 경주역이며? (...) 난 오늘에서야 알았어. 맙소사... 불국사역은 2021년 12월 27일에 기능을 멈췄대. 불국사역 뿐만 아니라 근처 죽동역, 모화역, 경주역, 청령역, 등등, 동해남부선 일대가 모조리 폐쇄됐어.
대신 신경주역으로 대동단결 했던데, 글쎄다... 솔직히 불국사니, 신문왕릉이니, 성덕왕릉이니, 토함산 석굴암에 가기엔 불국사역이 요긴하잖아? 이 정감 넘치는 노선을 왜 폐쇄했담? ...심지어 부산역에서 신경주역까지 가는 기차는 오직 KTX, SRT 고속열차 뿐이야. 무궁화가 없어. 나 같은 서민은 어떻게 경주 가라고! 싸우자 철도공사!
그런데, 철도공사도 나름 할 말이 있더군. 기껏 신경주 노선을 지어놓았는데, 기존 경주역 노선까지 운행하기에는 경제성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여기서 유네스코 깜짝 등장! (...?)
그게, 불국사와 석굴암이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에 이어, 2000년에는 분황사, 황룡사지, 월성, 대릉원 일대를 이르는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어. 당시 유네스코가 요구하길, 해당 지역을 관통하는 철도를 20년 안에 철거해라! 약속해라! ...그래서 불국사역, 동방역, 경주역을 없앨 수밖에 없다나.
참, 보통 유네스코가 걸린 일이면 무조건 유네스코 편을 들던 나였거든? 개발 보다 역사가 더 중요하다! ...근데, 불국사역 건은 모르겠어. 불국사역이 무려 1918년 11월부터 영업을 개시했다니까, 100년이 넘은 공간이잖아? 이 곳을 치워버리기엔 가슴이 멍울이 남아... 아잇! 하물며! 저기 인천 검단신도시는 세계문화유산이건 말건 잘도 왕릉뷰 아파트 올리지 않았었나? 거기에 비하면 불국사역은 양반이지! 인정? (...)
여하튼. 불국사역, 경주역... 그래도 난 운이 좋았어. 내 생에 최초이자 어쩌면 마지막 경주 여행을 마침 2020년 겨울에 다녀왔거든. 그것도 기차를 타고! 불국사역에서 불국사까지 걸어가 본 사람이 바로 나야. 경주역 근처 시장에서 진짜 경주음식 먹고 나서, 무궁화호 타고 부산까지 돌아온 사람이 바로 나야. ...정말 다행이야.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기차를 탈 수 있었어... 자랑입니다...
옛 추억에 잠기며, 오늘은 여기까지.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주역·불국사역 폐쇄’ 후속대책 너무 느리다 - 대구일보 (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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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프다 101세 불국사역… 현재진행형 불국사역 기대하며 재검토 돼야 - 경주신문 (gj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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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생각 없이 갔다가 시내나 보문단지로 가는 교통편 자체가 절망적이라는 걸 알고 바로 쏘카 예약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애로사항이 꽃필 뻔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