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뭔가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고,..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이유가 학부모의 과도한 언성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고...
이런 뉴스를 듣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났어. 6년 전이었나? 내가 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잠깐이나마 일했었거든. 나름 성실하게, 즐겁게 일했지. 해맑은 아이들, 소중한 추억, 뜻깊은 기억 한 가득이야.
그러나 아픈 순간도 종종 있었어. ..이를테면 방과 후 텅 빈 운동장 한편에서 학부모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쩔쩔매고 계시는 선생님,.. 대화 내용이 공기 너머 내 귀까지 들릴 정도로 앙칼졌던 목소리... 울먹이고 계신 선생님을 난 모른 척,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며 운동장을 황급히 벗어났지만, 차마 침통한 표정은 숨기지 못 했어...
이왕 말 나온 김에 오늘은 내가 초등학교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풀어놓을까? 과거의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는 오늘 쇼를 이끌어가지 못할 것 같아. 머리가 너무 복잡해... 아무튼. 난 1, 2학년 특수반을 맡았어. 특수반? 쓰고 싶지 않은 단어야. 내 딴엔 명칭을 달리 불렀는데, 아아, 뭐라고 불렀는지 이젠 기억이 나지 않아.
특수반이라 해서 문제 가득한 아이들이 온 건 절대 아냐. 그저 구구단을 못 외우거나, 책을 술술 읽지 못하거나, 수업 중에 집중을 못하거나, 그 정도의 아이들이 왔어. 이게 뭐가 문제야. 오직 사랑스럽고 착한 아이들... 다만, 몇몇은 진짜 “문제”였어. 친구를 괴롭히고, 때리고, 군림하려는 아이...
모든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고자 다짐했다만, 안 되더라고. 그 몇몇 “개구장이”들에겐 속앓이를 했어. ...첫날부터 충돌했지. 7살 꼬꼬마가 날 보자마자 6개월 임시직인걸 알아채더라고. 곧 무시하는 눈빛을 보냈어... 뭐, 나도 밀리지 않았어. 난 비정규직이니까, 뒤가 없는 놈이니까, 널 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고함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다짐만 했어...
참고로 아이들은 눈치가 빨라. 누가 자길 혼낼 수 있는 사람인지 대번에 파악하더군. ...내 말은 안 듣지만, 담임쌤 말은 슬쩍 듣지만, 부모님 말은 잘 듣더라고... 아이에게 중심은 부모님, 그러니 학부모님들, 부디 선생님을 존경해 주셔야 합니다. 맘 속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이들 앞에서는 선생님을 높여주셔야 합니다. 아이는 마치 늑대 무리 속 서열을 따지듯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아잇. 아이들을 개에 비유해서 미안해. 허나 다른 적절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네... 아까 말했던, 운동장에서 학부모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있던 선생님, 그 모습을 아이들이 봤어 봐. 아이는 부모가 선생을 무시한 것 똑같이 선생님을 하찮게 취급할 거야. ...다행히 난 운이 정말 좋았어. 학부모님들이 날 선생님 대접 해 주셨거든... 비정규직에, 변변한 경험도 없는 주제에, 아이들 가르칠 자격도 없는 날 말야.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무튼. 주변 친구에게 해를 입히고, 선생님에게 대들고,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빠따질이면 해결인가? 생활기록부에 낙인을 찍으면 되나? 학부모를 소환하면 될까? ...난 잘 모르겠어. ...그 전에, “교권”이 대체 뭐야? 교권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어? ...아리송한데.
내가 확실히 느낀 점은 2가지야. 첫째, 문제 아동의 학부모님 결단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개구장이” 중 한 녀석이 내게 대뜸 담배 피냐고 묻더군. 난 피지 않는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까 친구도 피면 안 되겠죠? 타일렀더니, 그 친구는 기어이 피겠대. “아빠”가 피니까, 자기도 필거라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별별 망상을 다 펼쳤어.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느그 아버지 몇 살이고, 분노가 목구멍까지 맴돌았어... 워워, 요점은 부모님은 아이의 거울입니다.
둘째, 아이들을 위한 인력과 예산이 확충되어야 한다. ...얼마나 지원에 인색했으면, 어떻게 나 같은 놈이 특수반을 맡았겠니.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고, 교대를 간 것도 아니고, 그저 몇 시간 반짝 교육학 익힌 내가 그 아이들을 제대로 인솔할 수 있겠니? 이건 아니잖아...
물론 나 열심히 했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해! 깊은 고민을 선생님들과 나누고, 방법을 찾고, 교육 서적을 뒤적이고, 그랬어... 그럼에도 후회가 남아. 난 좋은 사람이었나? 아이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나? ...결정적으로 난 학교 폭력을 결국 막지 못 했어. 한 아이가 다른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음에도 까맣게 몰랐어. 우당탕탕 정신없는 와 중에 신경을 못 썼어. ...변명이지. 깜냥이 안 됐지! 죄송합니다! 아이에게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러니, 정말 전문적인 지도사가, 인당 5명, 아니, 5명도 많다. 1 대 1 수업으로 갑시다. 이 정도는 해야 아이를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 난 그렇게 생각해. 난 5명을 감당 못 했어...
그.. 내가 어떤 미친 발상까지 했는지 알아? 폭력적인 아이, 가위를 들고 날 위협하는 아이, 그 아이를 보면서 우생학이니 유전학까지 생각했어. 히틀러 마냥! 쟤들은 유전인자부터 가망이 없다! 호르몬 치료, 유전적 거세 밖에 답이 없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 도태시켜야만 한다! ...이런 나치식 발상 말야... 감정이 격해서 뒤죽박죽 말했네. 우생학은 잘못! 그러나 약물치료, 호르몬 치료는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여하튼. 심경이 복잡한 요즘이었어... 아참, 학부모님들 안심하십시오. 전 더 이상 학교에서 일 안 합니다. 아이들은 안전합니다..
아잇, 중구난방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쨌든, 오직 힘내시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력하지만, 그럼에도 이 땅에 선생님들, 힘내십시오. 그리고 학부모님들, 힘내십시오. 우리 모두 아이를 위해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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