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군분투 격겜 개발중인 아PD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6가 출시 1개월에 200만 판매량을 돌파했습니다.
물론 대전 격투 게임안에서는 좋은 지표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판매량이 대중적 장르에 비하면 확실히 격겜 장르가 매니아 장르인 것이 보여지는 지표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완성도에 높은 메타 점수에 유저 케어 해준다고 신경 써서 개발 리소스도 전 시리즈 대비 거의 2배!
올해 출시된 쟁쟁한 타이틀들이 일주일 정도에 1000만장 돌파를 기사로 냈던 것에 비하면
경쟁 부담이 큰 장르에 1:1대전인 대전 격투 게임에 입문 장벽이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체감하고 있습니다.
콘솔 플랫폼 격투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으로 스파6급의 메인 스트림이 이 정도의 지표라면 제가만드는 듣보잡 새 타이틀의 경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그래도 재밌으면 되지 않냐라는 의견이실텐데 PVP게임에 중요한 지표를 위해서는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해야 하고 어떻게 유저들을 데리고 올 것인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스파6 출시 후 다양한 격투게임들의 지표자료와 기사를 조사하면서 제가 느낀 고질적인 대전 격투 게임의 큰 문제점들을 공유 드려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요소들을 기록하는 느낌이니 보시고 여러분들의 생각들도 자유롭게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높은 학습 난이도
인기많은 주류 장르인 슈터(FPS,TPS)나 AOS장르들을 보면 기본적인 행동 복잡도가 낮은편입니다.
슈터의 경우 적을 조준해서 쏜다라는 간단한 조작을 베이스로 살이 붙어 나가는 형태이고 AOS의 경우도 다양한 캐릭터가 있지만 기본 QWER의 공통 스킬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게임들은 대략 기본적인 무빙과 공격을 학습시키고 바로 게임플레이로 유도합니다.
스파6와 비슷하게 출시된 디아블로4도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어서 바로 게임에 들어가게 되죠.
이에 반해 격투게임의 경우 조작 버튼이 많고 소위 커맨드 조합을 학습해야 기본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트레이닝이나 튜토리얼에 초반 시간 투자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요소를 요즘 젊은 게이머들이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최신 격투 게임들은 각종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므로 시스템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고
이러한 요소들을 어느 정도 학습해서 실시간 대전이라는 3~4분의 플레이 시간동안 시험 보게 되는 느낌이 됩니다.
패배 시 좌절감은 덤이죠.
위의 이슈로 안 그래도 마이너한 장르인데 동 장르 게임 별 유저 이동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스트리머들이나 유튜버들은 새로운 소재가 등장했으니 플레이를 한 번씩은 해보지만
철권의 유저가 스파로 이동하거나 그 반대의 유입이 크게 없습니다. 이번 상금이 약 20억 규모임에도 말이죠.
정말 스포츠와 비슷합니다. 종목 바꾸는데에 부담이 크고 학습량이 많다 보니 쉽게 바꿀 수가 없습니다.
축구 프로 선수가 갑자기 농구 프로 대회에 나가는 수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주력 타이틀에 대한 충성심이 강력합니다.
저는 철권5때부터 지역 배틀팀을 운영하였고 지금도 그 당시의 동료들이 많은 톡방이 있습니다. 대략 30명이 넘는 방인데 이 방의 유저중 스파6를 구입한 사람은 4명도채 되지 않습니다. 철권의 학습 복잡도 매우 높은 편이라 유저들이 두 가지 게임을 운영하는 데에 부담을 크게 느낍니다.
당연 프로도 아니고 주요 타깃 연령층도 3-40대라 시간도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 부담이 큽니다.
철권을 하는 유저가 FPS게임이나 디아블로를 하는 데에는 큰 부담이 없지만 동장르를 여러 개 소화하는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쉽지 않습니다.
2. 조작 인터페이스
현재 메인 스트림 격투 게임들이 일본 아케이드 시절의 베이스 시리즈들이라 최신 게이밍 환경에 아직도 적합하지 않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격투게임의 조작 인터페이스는 아케이드 소위 '오락실'의 환경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기에 조이스틱 레버를 활용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정용으로 오게 되면 추가 장비 구매를 하게되는데 정식 라이선스 스틱이 아니어도 게임의 가격보다 비싼 전용 콘트롤러가 필요하다는 것 부터 큰 장애물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키보드나 조이패드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게임의 매커니즘이 아직도 완벽히 가정용 인터페이스에 최적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EX.스틱을 회전시키는 형태의 커맨드, 키보드 조작 시 대각선 입력의 누락 등)
스트리트 파이터6의 경우 모던 조작을 통해 이 장벽을 해소하려고 했지만 일부 기본기와 특수기를 포기해야 하는 등 제 기준에서는 약간 아쉬운 요소였습니다. 기본 6키의 공격버튼과 클래식 캐릭터들의 커맨드 등은 시리즈의 정통성 때문에 바꿀 수가 없었기에 완전한 차세대 조작으로 통합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제 주캐릭터인 장기에프의 경우 모던 조작을 활용하면 원버튼으로 스크류파일드라이버가 가능하여 커맨드 패널티를 완화하는 큰 이득이 생기는 요소도 있었는데 기존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유저들은 기존의 짤짤이나 특수기 등이 제대로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한 어색함 운영 방식의 차이를 다시 학습해야되는 요소가 생기기도 합니다.
예로 G식백과의 김성회님과 짬타수아님의 대전영상을 보면 김성회님은 기존 스트리트 파이터에대한 경험이 있어서 모던 시스템의 장기에프를 플레이하는데 기존의 운영과 모던의 운영방식은 차이가 컸기에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3. 유저 케어
1대1로 대전하는 PVP게임이다보니 탓할 사람도 없고 초보의 경우 실력에 대한 경쟁에 대한 자신감도 없기에 쉽게 온라인 매칭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스파6의 경우 월드 투어 모드를 만들어 유저의 학습과 부담 없는 PVE콘텐츠를 제공하였는데, 이 요소가 정말 큰 볼륨이었지만 이 게임을 사는 유저들의 대부분은 대전을 전제로 구입을 하는 유저들이기에 오픈월드 게임모드가 크게 게임의 구매 조건으로 판단이 되지는 않았 던 것 같습니다.
원래 내가 하고 싶은 경험도 아닐 뿐더러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오픈월드 게임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분석하면서 닌텐도의 스매시 브라더스가 가지는 게임 디자인에도 크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지만 스매시 브라더스의 경우 다대다 대전으로 경쟁 스트레스의 부담이 낮아지고 기본 스킬도 AOS처럼 공통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조작도 조이패드 인터페이스에 최적화 된 편입니다.
제가 개발하는 게임도 해외IP 협업이라 원작사와의 미팅에서도 '한국은 철권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서양 유저들에게 철권은 너무 어려운 게임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몇 개월간 각종 지표데이터와 분석 기사등을 보니 글로벌 시장을 타게팅해야 하는 저로서는 어떻게 해야 좋은 대전 게임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비전과 목표를 정해 개발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최근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 처럼 국내에서도 좋은 스탠드 얼론 게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좋은 선례가 되어 계속해서 회사들이 좋은 게임들을 만들어 주면 좋겠네요 ^^
그리고 올해 다양한 대전격투 게임들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철권8 베타 그랑 블루 버서스 베타 다 신청했는데 됐으면 좋겠습니다.
P.S.
더불어 저번 저의 푸념글을 보시고 동종 업계 분께 연락이 와 만나서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ㅎ
언리얼5 콘솔 대전 격투게임이라는 국내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개발 경험!
모델러와 애니메이터도 구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소위 오락실세대로 스파2를 현역 오락실에서 스틱으로 시작했으나,
중간 즈음부터는 콘솔을 통해 격겜을 즐겨왔습니다. 그저 패드가 있었으니까 패드로 '도' 격겜을
했던 것이고, 그러다보니 패드로도 큰 문제없이 즐겼고, 소위 어렵다고 알려져있는 커맨드인,
버파의 수패고나 붕격운신쌍호장 등도 조금의 연습 후에는 가능해질 정도로 패드에 익숙해진 상태였지요.
그러다보니 스파5를 즐기고, 스파5의 각종 대회들을 보면서 한국의 유저분들이 해외의 유저가
패드를 사용할 때 놀라워하는걸 보면서 '응? 왜저러지? ' 라는 생각마저도 종종 들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