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생이랑 밖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보통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들이 그렇듯이...
저희 집이 있는 아파트도 지하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데요.
1층 현관처럼, 엘리베이터 대기실(?)같은 곳에 들어가려면 카드 키를 찍어야합니다.
예전에 카드가 없는 경우엔 경비실을 호출해 열어달라 부탁해야 했는데요.
그걸 악용(?)해서 무조건 경비실에다 열어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심지어 잡상인이나 부동산 등, 입주자가 아닌 사람들도 그걸 악용해 마음대로 드나들었다고..
다른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호출이 남발됐었다네요.
그래서 이번에 시스템을 정비, [동호수+비밀번호]를 입력해두고,
카드가 없을땐 그걸 누르면 열리게 바뀌기도 했죠.
"경비실에 호출을 해도 절대로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는 공지도 붙었고요.
어쨌거나, 저랑 동생은 카드키가 있었기에 평범하게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유리 출입문을 쿵쿵 두드리더라고요.
뒤돌아보니 등산복에 백팩을 맨, 50~60대 정도의 아줌마가 서 있었습니다.
물론 모르는 사람...
저희를 쓱 한번 보더니, 손바닥을 위로 하고선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더라고요.
그.. 매트릭스에서 네오랑 모피어스가 대련할 때 그러잖아요? 그거....;;;;;
"죄송한데 문 좀 열어주세요."라든가 그런건 일절 없이,
아무 말도 없이 무표정으로 손가락만 까딱까딱...;;
저는 이게 뭐지 하고 황당해서 서 있는데...
그래도 동생은 표정은 별로였지만 일단 가서 문을 열어줬습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 고맙단 인사는 물론 없고, 눈 한번 안 마주치고..
마치 아무도 없다는 듯이 우리를 쓱 지나치더니 엘리베이터 문 앞에 가서 척 서더군요.
어찌나 황당했던지 저랑 동생이 그 아줌마 뒤에서 허탈하게 소리내며 웃어도 모른척...
결국 엘리베이터에 타고, 그 아줌마가 9층에서 내릴 때까지 들으라고 뒷담화를 깠습니다.
동생 왈
"아니 나이먹은 사람들은 웃긴게, 젊은 사람한테 고맙다, 부탁한다고 말하면 무슨 혀라도 뽑히나."
하면서요.
사실 개인적으론, 안면 없는 사람이 출입구에 서 있다고 안에서 문 열어주는거 좀 별로였거든요.
솔직히 그게 입주자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혹시나 불순한 의도로 들어오는 사람이 사고라도 치면 내가 공범이 되는 꼴이라..
이참에 그냥 모르는 사람이 문 열어달라는 듯한 눈치를 주며 서 있어도 안 열어주려고요.
비밀번호 설정하면 카드 없이도 열 수 있게까지 해놨는데,
그걸 안하고 안에 있는 사람한테 열어달라는건 그냥 게으른거죠.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아무한테나 막 열어줘버리면, 기껏 보안장치 설치한 의미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