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전국에서 촛불시위가 크게 있었죠.
서울만큼은 아니겠지만, 부산 서면도 매주 크고 작은 집회가 있습니다.
보통은 지나가나가 행렬이 보이면 잠시 따라 걷거나 구경만 하는 정도인데...
그 날은 일 관련해서 서면 쪽엘 좀 갔다가,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내려왔었죠.
아마 본 집회는 끝이 나고, 행진을 하거나.. 그렇잖은 사람들은 돌아가는 즈음이었나 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서면 역은 붐벼서 스크린도어 양 쪽으로 길게 줄들을 서 있는데...
한.. 중학생? 고등학생?
그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 너댓이, 박근혜 탄핵 플래카드 같은걸 들고 있더군요.
뭐 비슷한걸 든 사람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선 줄 맨 앞에... 자기들끼리 뭉쳐서 슬쩍 나란히 서는 겁니다.
보통 노인들이 많이들 하는 그런 새치기...라고 하면 연상이 되시려나요?
모른 척 하면서 맨 앞 사람 옆에 나란히 서는 그런 새치기요.
지하철이 도착하고, 자기들끼리 낄낄거고 플래카드를 흔들면서 타려 하길래..
바로 뒤 쯤에 서 있던 제가, 보다못해 팔을 뻗어서 못 들어가게 막고 먼저 탔습니다.
저도 순간적으로 짜증이 나서,
"박근혜 퇴진 그거 들고 흔들면 뭘 해도 다 되는거 같나?"
하면서 좀 노려봤죠..
결국 타자마자 주위 눈치를 조금 보더니 다른 칸으로 우르르 몰려들 가더군요.
사실 뭐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새치기쯤 일상 다반사고, 노인이 하나 애들이 하나 그냥 흔한 새치기죠.
"좋은 일 하러 나왔는데, 줄 좀 안서면 어때? 새치기쯤이야 뭐 어때?"
그런 이쯤이야, 하는 생각이었겠죠.
근데, 박근혜 퇴진! 특검 연장! 하는게 다 뭡니까.
전 기본적인 상식 안 지키고, 사회적인 규칙이나 법 무시한데 대한 분노와 실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걸 규탄할거라고 나와서 플래카드 흔드는 사람이,
정작 자기들 흥에 취하고 이쯤이야 하는 생각에 새치기를 한다?
그게 너무 아이러니 하면서도 실망스러웠습니다.
평소라면 그 애들도 그렇게 당당하게 새치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겠죠.
설령 평소에 양아치같은 애들이었더라도, 여느 주말 서면에서 그러진 못했을겁니다.
내가, 우리가 다수고 정의다, 지금 우리가 대세고 뭘 해도 정당하다.
그런 분위기랑 흥분에 취해 있었기에, 그런 황당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겠죠.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떠들석하게 패거리로 몰려와서, 태연하게 주위를 쓱 둘러보며 맨 앞에 새치기를 하던 그 표정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