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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아내가 집에 와서 울먹인 이야기 (41)
2014/09/20 PM 08:46 |
앞서 말했듯이 아내는 외국인입니다. 영국인...
산지가 오래되서 한국말 무지 말하고 콩글리쉬도 곧잘 알아듣습니다.
뭐 외모도 외모이거니와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거의 한국인이죠
학원열풍에 동참하려는 아내의 요즘을 보면
개방적인 외국인 맞나 싶을정도로 착찹하기도 하고요
최근 아내는 지인의 소개로 모 대학에서 알바삼아
어떤 논문을 도와주고 조언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영국에 있을때 인문사회학을 전공했는데 그쪽 관련일인거 같아요
저는 인문 뭐 어쩌고 하는건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제 갑자기 아내가 집에 시무룩한 얼굴로 오더니 칭얼거리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한참을 뜸들이다 입을 열더군요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 일본에서 초청교수가 왔는데
그 교수가 한국어가 어눌해서 다른사람들은 알아듣기가 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한국인도 아닌 아내가 그 교수가 하는말을 잘 알아들어서
서포팅을 해주고 있었다는군요
여기까진 좋았는데.....
요며칠 자기딴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류작성을 하는데 갑자기 그 일본인 교수가 오더니
뭐라고 했는데 적잖이 충격먹어서 하루종일 멘탈붕괴상태였답니다.
그 말이 뭔가 하고 들어봤더니 바로..
"밥값해라"
였습니다.
듣고 있던 저도 충격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부지런하고 성실한 성격은 익히 겪어봐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보진 못했더라도 밥값해라 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는 아니란걸
확신하고 있었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한여자의배우자로서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때는 너무 늦은시간이라 겨우겨우 참았는데
너무 화가나서 밤에 잠도 안오더군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출근해서 당장 지인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따졌습니다.
(지인을 소개해준 사람이 접니다.)
이 친구도 이게 뭔일인가 싶어서 당황하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해서
점심에 관악산으로 달려갔습죠
일단 정신추스리고 본인에게 직접 들어보자고 해서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도 할겸해서 넌지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화가나긴 했지만 정확한 앞뒤사정을 몰라서 다짜고짜 따졌다가
결례를 범하면 친구에게 면목이 없기도 했고요
만난 일본인 교수님은 아내에게 그런 폭언을 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온화하고 유들유들하신 분이었습니다.
외모에서 오는 호감이랄까요? 정말 선하게 생기셨더군요
실제로 말투도 정중하시고 예의도 바르시고
그러다 보니 한국말이 어눌하신것도 애교로 보일정도로 괜찮은 분이었습니다.
뭐 이러니 함부로 말하기도 힘들었고요
어찌해야 하는데 일본인 교수님이 해주신 이야기에 갑자기 식당에서
친구랑 둘이 빵터졌습니다.
말인즉 이렇습니다.
식사중 교수님이 갑자기
"김상 아내분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서 새삼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제 백업을 부탁드렸는데 깜빡잊고 가셔서 제가 컴에 문외한이라 문서를 좀 받아야 하는데
오늘 안나오셔서 곤란합니다. 어디 아프신거 아니면 오셔서 도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한국말이 어눌한 일본인이라고 했었죠???
일본인들이 영어나 한국발음이 이상하다고 하는데
요즘 젊은친구들은 그렇지도 않고 곧잘 합니다.
근데 이분은 너무 오래 일본어를 쓰신 노인분이시라
새로운 언어가 익숙치 않아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어랑 한국어 발음이 이상한 일본인인것이죠
(차별발언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게 뭔소리냐면
우리가 흔히 아는 백업, 즉 backup을 이분은 발음을 잘 못하셔서
영어 잘 발음못하는 일본인이 하는 발음인 "박꾸업" 으로 발음 하신겁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박꾸업해주세연" 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아내가 이걸 잘못 알아들어서 "밥값해주세요"라고 들은거였다는 이야기죠
정말 한참을 웃었네요
퇴근하고 와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이불속에 들어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파커여사님 뭐하십니까?" 라고 쿡쿡쑤시니까
자니까 못일어납니다 깨우지 마세요 라고 하는데 정말 웃겨 죽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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