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가 팀 버튼에게 배트맨의 감독을 맡긴 이유는 간단했다. 만화 원작의 영화이니깐 밝고 코믹한 분위기의 영화를 원한 것이다. 팀 버튼이 연출했던 피위의 대모험, 비틀쥬스같은 영화 말이다.
하지만 팀 버튼은 5천만 달러짜리 예술영화를 한 편 만든다. 주연 캐스팅부터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키튼은 그 전까지 코메디 배우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결국 촬영은 시작되었고 논란은 좀 처럼 사그러 들지 않았다. 촬영장에 몰래 들어온 코믹스 팬이 배트맨의 복장을 촬영해서 공개 했는데 원작 팬의 상당수는 매우 놀랐다고 한다. [검정색 가죽옷을 입은 배트맨이라니!] 라며 분개 했다.
액션장면 조차 처음에는 거의 없어서 워너에서 강제로 집어 넣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되었고 영화는 제작사의 기대와 정 반대의 영화가 된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정신병자와 싸우는 영화에 액션도 카타르시스도 찾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편집은 불가능 했다. 더 찍어놓은 분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팀 버튼은 시사 참석도 거절한 채 해외로 도망나가 버리고 코믹스 팬들은 시사회장에서 자신들이 원하던 배트맨이 아니라며 난동을 부려댔다. 그러나 [배트맨]은 워너브라더스 최초의 2억달러 돌파 작품이 되며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을 물리치고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됐다. 영화를 예술로 부각시키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프랑스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배트맨]을 표지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