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ietKir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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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합리, 이성, 숫자 (5) 2015/06/08 AM 01:08
계량사학이라는게 있습니다. 숫자로 역사를 설명하는 겁니다, 이 학파는 인구수 증가, 국내 총 생산량 변화, 화폐 유동성 등이 역사적으로 큰 변화를 이끌었다는 걸 중요시하죠. 여러 측면에서 역사를 본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연구 방법이지만 회의가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숫자로 이루어진 자료를 이용해 가장 말이 되는 이유를 찾고 그게 맞다고 당연시 여기기 때문에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오해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하게된 개개인의 판단을 모두 묻어버리는 단점도 갖습니다.

앞의 이야기는 사실 사족이고 실제 이야기하고싶은건 메르스 이야기입니다.

가끔 마이피나 게시판 글을 보면 독감 사망자나 사스 사망자와 비교하면서 별일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네 분명 사스 사망자나 계절독감 사망자와 사망자 비율은 비슷할 겁니다.
문제는 그 사망자 수가 나오기 까지의 인간의 행동입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남들과 접촉을 피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병원을 자주 찾고 민간 요법을 취하고... 이런 행동들은 비 합리적일 수도 있고 숫자로도 표현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정부의 담화내용, 대응방식도 마찬가지죠.
상황이 진정되고난 후에 메르스는 신종플루와 함께 국내에 들어온 다른 종류의 감기로 치부될 겁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신종이란 이름을 달아서 호들갑 떨었지만 결국 메르스도 여느 감기와 다름없이 사망자 수는 비슷한 것으로 평가하겠지요. 어느새 사람이 걸린 병을 이야기 하면서 병과 수치만 남고 사람은 사라지겠지요
이렇게 사망자 수로 메르스와 계절 독감을 비교하시는 분들, 그리고 앞으로 비교하실 분들에게 부탁드릴게있습니다. 메르스 감염자들과 사망자들을 64명과 5명, 치사율 8%로 보지 말고 한명 한명의 사람으로 바라봐주세요. 여러분이 지금 평가하고 있는건 병이 아니라 사람이란 걸 잊지 마세요
숫자가 다른 질병과 비교하는 것과 위험성을 측정하는데 용이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 분들은 병에 걸려 돌아가신 '사람'들입니다. 여타 다른 질병에 감염되어 돌아가신 이전의 사람들과 비교되어야 할 '숫자'가 아닙니다. 이분들이 어떻게 병원에 가게 되었고 어떻게 병을 얻었고 어떻게 입원을 했고 어떻게 보호받았고 어떻게 사망하셨고 이분들이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표현하기엔 숫자란 너무 단편적이니까요

다 쓰고 다시 돌려보니까 너무 두서없이 썼네요 새벽녘에 이런 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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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물린    친구신청

좋은 글 감사합니다.

써냔    친구신청

한 사람의 죽음은 커다란 슬픔이지만, 수만 명의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

큐로비트    친구신청

뭐랄까 한국사람들을 보면 "넌 나와 뭐가 다른데? 니까짓게..." 라는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일종의 오지랖같은 것도 있고... 외국은 미디어로 접하거나 인터넷에서 나온 것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 사람 개인적인 것 사생활이 문란하다 거나 너무 깔끔떤다거나 이런것을 들춰내거나 숨기거나 하는건 한국과 다를바 없지만 직접적으로 그 사람의 문란함을 교정해야 겠다! 고 나서는 사람이 없지요. 자기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요... 피해가 온다면 당신 그런 점이 문제가 있어 나나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어떻게 조치를 취해달라. 식으로 말을 하는데... 한국은 무슨 사명감을 가진 것 처럼 개인의 개성과도 같은 사소한 것을 교정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마치 사회주의를 이념으로 한 국가에 살고 있는 것 처럼 내가 상대를 통제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습니다.
이건 마치 말이 민주주의지 사회주의의 폐해가 곳곳에 남아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싱크탱크.    친구신청

추천버튼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추천.

타박길    친구신청

1명의 삶을 "숫자"로만 표현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을

부드럽게 쓰셨네요.

글 더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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