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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기 (2) 2019/10/25 AM 04:28

 

 

현재 나이 33살. 돌이켜보면 열심히 하는 것도 없고 노력도 없이 낙오자처럼 살아왔었다.

꿈은 있었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었기에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고 28살에 뭐하나 이룬 거 없는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만 보였다.
막연하게 하고 있던 고시생 생활을 때려치웠고 전문학원에서 거의 기초나 다름없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
그 인연은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나버렸다.
슬픔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몇 년간 그리워하며 지냈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남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워 속으로 많이 앓았다.
게다가 무엇을 해도 집중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진로를 다시 바꾸기엔 나이는 나이대로 먹은 터라 울며 겨자 먹기로 9개월간의 과정을 모두 끝마쳤다.
그때 배운 것들은 거의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수료 전 이력서 쓸 때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느 정도 운은 있었는지 대학교 중퇴인 나를 써주는 회사도 있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늦게 취직한데다 배우고 익힌 게 별로 없어 욕도 많이 얻어먹었었다.
 
그래도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익숙해져갔다.
회사에 불만이 많이 쌓여갈 즈음에 계획을 세웠다.
3년만 다니고 이직하자.
그게 올해 3월이었다.
3년간 목표로 했던 금액보다 천삼백만 원이나 더 모으게 되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느껴졌을 때였다.
그리고 3개월이라는 자유를 스스로에게 보상해주었다.
그 3개월은 나에게 사치스러운 휴식이었다.
나태하고 게으르게 지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유를 누리는 동안 전 팀장이 말했던 1개월까지만 좋을 거란 얘기가 우스갯소리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다 3개월째에 이직 준비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이직을 너무 쉽게 봤던 것 같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고 나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오래 쉬니 부모님도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되는대로 구직 사이트에 등록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력서 수정할 부분을 계속 검수 받았다.
학력이 낮다 보니 지원할 수 있는 회사의 범위도 너무나 적었다.
그러다 몇 군데 지원했는데 서류에서 탈락하였고 헤드헌터에게만 연락이 왔다.
다시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헤드헌터가 추천한 회사로 면접을 보러 갈 준비를 하였다.
한데 처음에 제시한 조건보다 점점 안 좋아지는 게 아닌가.
면접을 취소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백수가 되는 걸까 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 큰 두 기업에서 공채를 시작했다.
큰 회사라 그런지 이력서 양식이 따로라 새로 작성해야 했고 적성검사에 2차 면접까지 있었다.
어차피 안되는 거 지원이나 해보자며 이력서를 제출했다.
발표일까지 구직활동을 하며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언급했던 큰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면접을 보게 되었고 현재는 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신기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않은가.
3개월을 쉬었는데 때마침 공채를 했고 지원했더니 바로 합격한다니...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나는 불행만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는 안될 거라고.
남들처럼은 못 살 거라고.
나는 지금이 아주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금이나마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아직도 이렇다 할 뚜렷한 목표가 없지만
낙오자처럼 살았던 내가 지금 이렇게 돈도 벌며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게
인생이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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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    친구신청

부럽네용
홧팅! +ㅠ+

옷덕후    친구신청

앗 이시간에 깨어계시다니!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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