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사람을 잘 믿진 않지만 (의심의 정도가 아닌 믿는다란 개념자체를 배제한다)
누군가에게 마음 준 적도 손에 꼽는다.
팀장으로 부터 너의 퇴사입장을 들었을 땐 분노와 배신감의 감정이 아닌 살 한쪽을 베어내는... 마치 실연의 감정이었다.
7년만에 느끼는 감정이라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지만 뒤돌아보면 난 너에게 마음을 주려고 부단히 애쓴거 같다.
그럼으로써 나는 힘을 얻었던거 같다.
아무리 일이 밀려도 나보다 일찍 나온 너의 아침인사가 에너지드링크 마냥 피곤을 씻어주었다.
내가 조금 더 힘들면 넌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겠지란 막연한 믿음이 한 몫 했다.
마음이란게 채무관계처럼 딱 떨어지는게 아니여서 너에게준 걸 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내가 좋아서 준거니깐 그걸로 된거다.
없는 돈 쪼개가며 밥과 커피사주고 없는 여유 쪼개가며 마음 주었다.
마지막날 너에게 매정했던건 떠나는 사람 마저 챙겨 줄만한 여유있는 사람이 아니여서 였다.
지금도 웃으며 보내줄껄 하고 후회 중 이다.
이런 후회 할 줄 알고 있었지만 난 단품 작업과 내일 있을 컬렉션촬영의 무게에 이미 짖눌려 있었다.
나같이 나이 먹지말고 너가 바라는 미래가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17.08.01 매우더운날에 어는 시니어가 어느 주니어에게
혹은 어떤 형이 어떤 동생에게...
후임도 알고 계실꺼라 믿습니다 ㅎ.
그나저나 3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