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지하상가에서 가방가게를 함.
9시가 넘어가고 슬슬 가게 마감할까 해서 으아아아~~ 하고 기지개 피고 있는데
여고딩 둘이 들어오더니 클러치를 보기 시작함.
한명은 키가 작고 교복에 백팩 , 다른 한명은 보통키에 사복에 메이크업박스를 들고 백팩을 매고 있었음.
막판에 하나라도 더 팔아볼라고 매우 친절하게 대해줌.
키작은 학생이 클러치 하나를 들어보더니 그걸 계속 들고 있는 상태로 가방을 보고 있었음.
그 와중에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이 가게에 들어오심.
이거 내려봐라 저거 내려봐라 를 시전하심. 열심히 가방을 내려드리고 보여드리고 하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니 클러치를 보고 있던 고딩들이 사라졌음.
뭐 대부분이 인사도 없이 틱~ 하고 나가버리니 고딩들도 맘에 드는거 없어서 걍 나갔나 했으.......나
문득 키작은 애가 들고있던 클러치가 보이지 않는다는걸 깨달음.
간혹 손님들이 보던 물건을 아무데나 던져놓거나 걸어놓고 가기에 얘네들도 엄한데 걸어놨나해서
클러치 행거를 마구 뒤져보았으나 보이지 않음.
다른 진열대도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음. 고딩들 나간지 5분이 흘렀음.
마음같아선 당장 찾으러 나가고 싶은데 아주머니들이 안나가심. 더 환장하겠는건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이건 100프로 사려고 온게 아니라 그냥 가게에 속된말로 장난질 하러 오신거임.
본인도 나름 3년 장사하다보니 대충은 눈치가 있음. 아주머니들 계속 수다만 떨고 가방 다 널부러트리고 계심.
일단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겠다해서 반대쪽 라인에 있는 옷가게 동생한테 전화해서
고딩들 인상착의를 얘기하고 목격했는지 물어봄.
아까 본거 같은데 정확한지 모르겠다고 함.
이와중에 아주머니들 난장까고 나간거에 2차분노.
토탈 15분정도 흐름.
일단 아주머니들 나갔으니 고딩들 찾아보기로 함.
본인 가게는 지하상가이므로 나가는 통로를 역의 북부 남부로 구분짓는데 가게가 북부입구 쪽에 가까운지라
어차피 얘네가 지상으로 나갔으면 못잡는거니 남부쪽으로 찾아보기로 함.
전화 통화했던 옷가게 동생도 반대쪽 라인에 남부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인지라 더욱더 남부쪽으로 희망을 걸어봄.
일단 우리쪽 라인 한번 쓰윽 보니 안보임. 반대쪽 라인으로 넘어가서 남부쪽으로 쭉올라가다가 혹시나해서
그쪽에 있는 다른 가방가게로 무작정 뛰어갔음.
!!
!!
있음!! 고딩들이 보임!!
성질같아선 가서 걷어차고 싶지만 확증이 없으니 일단 다가가서 말을 검.
"아까 보고 있던 가방 어디다 뒀니?"
"원래 있던데다가 걸어 놓고 왔는데요?"
"아저씨가 찾다 찾다 못찾아서 그러는데 일단 같이 가서 어디다 걸어놨는지좀 너가 찾아주라."
둘다 순순히 따라옴.
워낙 순순히 따라오니 내가 의심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가게 도착해서 어디다 걸어두었냐고 물어봤으나
"어? 저는 여기다 걸어뒀는데요?"
식의 대답만하며 상황의 진전이 없음.
하지만 이 와중에 든 생각은 '입장 바꿔서 내가 저 학생이고 훔쳐간게 아니라면 억울해서라도 들이대거나 짜증내거나
할텐데 너무 멀뚱멀뚱 순순히 둘다 가만히 있는게 이상해' 였음.
덕분에 얘네들이 훔쳐간걸로 확신이 들어가는데 키큰애가 말을 함.
"메이크업박스 놓아둘테니깐 아까 있던 가방가게좀 갔다올게요. 거기서 사려던거 마저사고 올게요."
빙고! 이것들은 메이크업박스로 안심시키고 일단 나간후에 훔친 가방을 어디다 숨겨두고 올 셈이었음.
"안돼, 너네들이 만약에 진짜로 훔쳐서 그게 가방에 있으면 따로 숨겨놓고 올수도 있잖아. 여기서 마저 해결하고 사러가,"
고딩들은 알았다 하고 다시 멀뚱멀뚱 대치 상태.. 이만 끝내야겠다 싶음.
"너희들을 의심하기 싫어서 아저씨가 가게 한참 다 뒤져보고 왔고 너네이후로 왔다간 사람도 없다. 미안하지만 아저씨는 너를 의심할수밖에 없다.이제부터 5분을 주겠다. 너희들이 만약에 가방을 훔쳐갔다면 스스로 꺼내서 돌려줘라 그럼 내선에서 끝내겠다. 하지만 5분안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경찰을 부를수밖에 없다. 만약에 경찰이 와서 너네 가방을 뒤졌는데 훔친 가방이 나온다면 나는 너네 부모님까지 불러내서 다 따지고 들거다. 결정해라."
애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머뭇머뭇거림.
그러던중 다른 손님이 와서 일단 너네 생각하고 있으라하고 손님을 봄.
손님이 나간후 애들을 쳐다보니 둘이 가위바위보 하고있음.
뭐하나 했더니 가위바위보 진 애가 다가 오더니
"저기 화장실 가서 꺼내오면 안돼요?"
이것들이 다른데서도 훔친게 있나 싶어 그냥 내앞에서 꺼내라고 했음.
둘이 뒤돌아서 백팩을 뒤적거리더니 훔친가방이 짠! 하고 나옴.
ㅋㅋㅋㅋㅋ기가 참.
황급히 꺼낸 가방을 원래 자리로 걸어놓더니 죄송합니다! 를 외치고 나갈라고 하기에 불러 세움.
"왜 훔쳤어?"
"돈 없어서요."
뭔가 당당함.
"여기서만 훔쳤니?"
"네 지금 들고 있는건 다 돈주고 산거에요."
ㅋㅋㅋㅋ 글로는 표현할수 없을정도로 뭔가 웃긴 표정으로 고딩들이 대답을 함.
붙잡고 좀 얘기해보니 자기네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며 원래 훔칠려고 한건 아닌데
내가 얘네들을 발견한 다른 가방가게를 먼저 들렸다 왔는데 거기 있던 클러치도 맘에들고 우리가게 있던
클러치도 맘에 들었다고함.
하지만 두개 다 살돈이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마침 내가 아주머니들때문에 자기네들을 안쳐다보고 있길래 충동적으로 들고 나갔다고 함.
하긴 얘네가 자주 도둑질 하는 애들이었으면 애초에 훔치자마자 지하상가에서 벗어 났을거임.
그러면 본인도 절대 못잡음.ㅠㅠ
여튼 잠깐 훈계해주고 보내줬는데 그래도 얘네가 혹시라도 정신 못차릴까봐
오늘은 운이 좋아서 봐주는건데 이렇게 봐줬다고 다른데서 또 이런짓 하지말라고 한번더 당부시키고 보내줌.
맘같아선 정말 경찰 불러서 부모까지 소환시키고 난동좀 필까했는데 막상 애들 표정보니 막 뭐라하기도 뭐했음.
그렇게 고딩들을 보내고 가게 마감하려고 정신차려보니 그 잠깐 사이에 이것들이 어딨나 짱구 굴리고
상가 조금 뛰어다녔다고 등에 땀이 흥건..
퇴근하고 와서 이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고딩들을 그냥 보내준게 잘한건지 못한건지 모르겠음.
참 애들은 순진하게 생기고 전혀 안그럴거 같은데 .. 역시 겉모습으로는 알수가 없는건가 봄.
그래도 3년 장사하면서 토탈 5번 정도 도둑맞았는데 오늘은 도둑을 잡아내서 속이 시원함.
쓸데없이 긴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림. 글 재주가 없어서 뭔가 글이 개판인듯.
굿 나잇.
저라면 그냥 경찰 에 신고하고 난리폈을겁니다.
그래야지 충동적으로라도 그런짓을 하는게 아니라는걸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겠죠
뭐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아 우리가 운이 좋았구나. 앞으론 안해야지 라고 할수있지만
어라? 훔쳤다 걸렸는데 이렇게 말하니까 봐주네? 다음엔 안걸려야지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죠
경찰부르고 부모 소환하고 완전 인실좆 까지 가봐야 무서운줄 알고 더이상 안하겠죠
뭐 그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