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남편이지만 없으면 더 필요한 이유
서른셋, 서른넷
노처녀 노총각이 첫눈에 반해 맞선을 본 지 달포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살림밑천인 딸, 든든한 아들이 자라 벌써 고3, 고2가 되었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직장맘이다 보니 남편의 손길 정말 필요할 때 많습니다.
"여보! 청소기 좀 돌려줘요."
"여보! 세탁기 빨래 좀 늘어줘요!"
"여보! 아침 먹은 밥상 좀 치우고 설거지까지 해 주면 쌩유!~"
"알았어!"
알아서 척척 해주는 남편입니다.
알아서 해 주는 대신 잔소리가 너무 심합니다.
"냉장고 청소 좀 해라."
"바닥에 이기 뭐꼬?"
"흘리면 제대로 좀 닦아라."
"물건 제자리 좀 놓아라."
하다 못해 아침 출근하는 저에게
"옷이 그게 뭐꼬?"
"왜?"
"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럼?"
"그리고 뭐가 뭍어 있구만 잘 좀 보고 댕기라."
"..............."
다정다감하긴 해도 가끔 속이 뒤집어지는 소릴(??) 하곤 합니다.
우리 아이 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 말은 틀린게 하나도 없는데 사람 기분 나쁘게 말을 해요.'
그렇습니다.
'아!' '어!' 다른 법인데 남편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런 소리 안 해주면 누가 해 줄끼고? 남같으면 간섭도 안 한다!"
가족이기에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상처는 받는데 말입니다.
며칠 전, 남편은 출장이라 집에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들어서면서 아빠가 눈에 보이지 않자
"아빠는?"
"응. 출장이야."
"오예! 야호!"
"왜 그래?"
"그냥 아빠 잔소리 안 들어서 좋아!"
"참나."
그런데 욕실로 들어가니 치약 치솔통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붙혀보려고 해도 뚝 떨어져 버리고 맙니다.
부엌으로 와 아침 쌀 담그려고 불을 켜니 갑자기 전등 하나가 나가버립니다.
속으로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벽을 보고 누워있어도 남편은 있어야 한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엄마! 있을 때 잘하셈!"
"그려. 알았어."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내는 우리인가 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