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과 나는 불화를 겪고 있었다.
병원측은, 치료가 끝났고 병원측에서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빨리 퇴원하라고 독촉했고,
나는 나대로 혼자선 거동도 못하는데(허리보조대, 무릎 보호대를 차면 걸을 수 있긴 하지만 보호대를 갖다줄 사람이 필요)
다음 재활요양병원을 알아볼 시간도 주지 않고 무작정 집에가라는건 너무한 처사라고 버티고 있었다.
집에 부모님이 모두 잘 계시면 모를까, 직장에 다니시고 하시니 나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고 간병인 여사님이 집까지 쫓아올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쌀쌀맞은 교수와 간호사들은 매일 같이 [병원은 알아보았느냐 언제 갈거냐]를 독촉하고,
나는 [보호자가 알아보려면 직접 병실도 보고, 해당 병원 병실이 끝날때까지 대기도 해야하지 않느냐] 라며 갈등이 고조되는 판국이었지만,
이 와중에도 교수 수발을 드는 수련의사는 나에게 친절하게 잘해주고 있었다.
왜그럴까 환자니까 친절하게 대하는걸까 하고 생각하던 중에
수술한지 일주일 후 있었던 사건이 불현듯 떠오르고 말았다.
그때까지만해도 수술 후 통증에 시달리는 나에게 수련의사는 깊은 밤 11시에 찾아왔다.
수술실에 가랴, 교수 수발드랴 엄청나게 바뻤는지 지친 표정으로 온 그는 내 붕대를 갈아주겠다며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솜씨좋게 수술부위의 낡은 붕대를 잘라 버리고 새 붕대를 감아주려는 그때, 수련의의 휴대폰이 울렸다.
또 교수가 뭔가를 지시하는건지 연신 네 네 알겠습니다. 하는 수련의의 표정은 지쳐보였다.
바로 그때, 나의 눈에 수련의사가 들고 있는 휴대폰 케이스가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올칼라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케이스!!!!!
전화를 끊고 지친표정으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붕대를 감아주려는 수련의사에게 나는 내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같네요."
그렇다.
내 휴대폰 케이스는 비브리늄 방패였다.
둘다 캡틴 아메리카.
잠시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그는 지친눈을 살짝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곤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나
-그것때문인 것 같은데?
친구
-간호사 꼬신다더니 게이가 되가네
....아냐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