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지지난주 부터 6월1일 워크샵을 계획했고, 세미나실 대관을 나에게 맡긴 상태였다.
세미나실을 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어서 회사근처의 가까운 빌딩의 60명 정도 규모의 회의실을 비교적 싼 값에 예약하고
나의 할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오늘]
이사님
-울과장. 아무래도 식당을 알아봐야겠어.
나
-?!?!?!
-(60명 먹을 식당을 오늘 알아보라고??)
-식사.. 하는겁니까?
이사님
-당연히 밥먹어야지
누가 들으면 멍청하다고 할 수 있는 질문.
식사를 해야하냐고 한 질문에는 깊은 사연이 있었으니
우리의 워크샵 시간은 10시부터 2시까지 당일치기 워크샵으로, 이 애매하기 짝이 없는 시간 때문에 사원들의 관심사는
중간에 밥을 먹느냐 아니면 끝나고 먹느냐 아니면 빠른 퇴근을 하느냐에 몰려있었고 모두들 '배는 고프겠지만' 빠른 퇴근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사님의 저 한마디에 2시 이후 밥을 먹고 자칫하다간 뒷풀이까지 끌려가는 암울한 미래가 조금씩 그려지고 있었다.
아무튼 식당은 예약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인원은 50명이 넘는다.
이정도 인원이 한꺼번에 먹을 밥집을 가보지도 않은 지역에서 알아보는건 어려운 일.
실제로 답사를 해봐야하는 일이었고 인터넷으로 소개팅 맛집 검색하듯 알아볼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나는 머리를 굴렸다.
나
-여보세요? 거기 ㅁㅁ 에듀죠? 대관 예약한 xx 회사입니다.
-내일 대관에 대해 예약 확인차 전화드렸구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내일 50명 정도 가는데...
-보통 이런 규모 대관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럼 다른 업체 분들은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근처에 저희규모가 예약해서 식사할만한 식당이 있는지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아... ㅁㅁ보쌈정식집이요? 네. 네. 예약할때 ㅁㅁ에듀 추천이라고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그리고 해당 식당을 검색해 평을 확인한 후 안심한 나는 이사님께 밥집을 말씀드렸다.
이사님
-그래?
나
-네 세미나 빌딩 근처고 단체 예약도 되면서 평도 좋습니다. 걸어서 1분도 안걸립니다.
이사님
-그치만 난 샤브샤브가 먹고 싶은걸?
나
-(뭐.........라고?!)
이사님
-여기 이 샤브샤브집은 어떨까?
나
-(이럴거면 왜 나한테 식당을 알아보라고 한거야??)
결국 세미나 빌딩에서 10분정도 걸어가야하는 샤브샤브 집에 예약을 해놨다.
이제 내일 우리 본부는 식당까지 50명이 오와열을 맞춰 걸어가야만 할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겠으나
이사님은 또다른 숙제를 내주셨다.
이사님
-아 그리고 울과장 이것 좀 해줘
-결혼식가면 번호표 경품처럼 해서 하나 주고 하나 받고 해서 만들잖아?
-번호로 해서 그렇게 만들어봐
나
-경품입니까?
이사님
-일단 만들어
무슨 생각인진 모르지만 경품은 아닌게 확실했다.
왜냐?
경품이라면 절대 오늘 제비를 만들 수 없으니까 말이다.
경품은 최소한 일주일 전에 준비해야 하는 물건. 경품 물건이 뭔지 하루전에 정하는 미.친 짓을 이사라는 사람이 벌일리가 없다고 굳게 믿은 나는
제비를 만들었고, 시키지도 않은 추첨함까지 초등학교 공작시간을 떠올리며 만들어 두었는데..............
[저녁 5시 40분]
선배과장
-울과장. 이사님이 불렀는데 경품 알아보래
나
-(뭐.......라고?)
-그냥 신사임당 주면 안됩니까 ㅋ
선배과장
-법카처리 안되잖아.
-10만원 상당으로 그리고 우리 업무 특성에 맞게 IT 물품으로 하자는데...
나
-................10만원짜리 IT 물건이 얼마나 된다고....
-기본적으로 2,30 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그래! USB 안됩니까?
선배과장
-그거 경품 금지단어인거 알지? 너 USB 받고 싶냐?
나
-아뇨
선배과장
-이상한거 준비하면 사원들한테 준비해놓고도 욕먹어
-지난번에 중국산 타블렛 욕처먹었어. 너 입원해서 모를거다.
나
-ㅎ... 일단 알아보긴하겠는데... 이거 오늘 못사잖아요
-홈플러스 가도 알아본 상품이 있을지 어떨지 모르고
선배과장
-일단 목록 뽑아보자
해서 옥션과 11번가 네이버 쇼핑등을 뒤지며 쓸만한 물건을 찾다가
넘쳐나는 쓰레기에 한숨을 쉬던 도중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나
-과장님 과장님 이거 어떻습니까?
선배과장
-또 아까 같은 이상한거면 부르지마
나
-카카오.. 미니!
선배과장
-카카오..
다른이사님(선배과장 옆자리)
-미니?!
나
-인공지능 블루투스 스피커 아닙니까! 통신사도 필요없고! 귀엽고!!
-가격도 10만원이고!!!
-내가 갖고 싶고!!!
선배과장
-그러고보니 난 블루투스 이어폰이 갖고 싶어!
나
-PISNET 블루투스 이어폰 7만9천900원!!
선배과장
-이것도 적어놓고...
-무선충전기는 어떨까?
나
-제꺼 중국산 2만원
선배과장
-집어치우고 삼성 정품으로
나
-그거 8만원 정도
선배과장
-그럼 두개씩 두개씩 해서 하면 총 4-50 나오겠네
(중간에 8테라 외장하드(23만원 해외직구 3주 걸림)가 있어서 적극 건의 했으나 '도대체 뭘 넣을 생각이냐' 라며 까였다.)
나
-그치만 카카오미니 이거 어디서 팝니까? 판다해도 지금 사러갈 수 있습니까?
선배과장
-그럼 내일 아침일찍 내가 와서 홈플에서..
나
-홈플 10시에 문엽니다. 우리 워크샵 10십니다.
선배과장
-답이없네... 하...
나
-그냥 그럼 이러죠.
-대충 종이에 [카카오미니 교환권] 이라고 써서 당첨된 놈 주고
-온라인 주문해서 상품오면 지급하는겁니다.
선배과장
-그 수밖에 없겠네
해서 결국 경품도 마무리.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다.
당첨 제비는 내가 만들었고
당연히 집에 들고 왔다.
이걸 어떻게 조작해야할까..........................................
경품은 내거야 하악... 마이 프레셔스.....
현재 두뇌 풀가동 중
아니면 지니어스 게임에서 한것 처럼 표식을 해놓으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