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옛날에 본 만화영화 얘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났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나 떠올려 보기로 했다.
때는 2003,4,5 년중에 아마 대략 2004년 쯤 됐을 것이다.
(내가 03년 6월 말군번 05년 7월 제대인데 아무튼 기억력이 엄청나게 안좋다보니 언제인지 헷갈리는건 그러려니 합시다.)
당시 충남 전경대에서 복무중이던 나는 파견이라는걸 나가게 되었다.
파견이라는 것은 언제나 인력이 부족한 지역 지구대의 인력보조를 위해 전투중대에서 각 소대별로 대략 15~20명정도를 뽑아내어 3개월간 각 지구대로 파견근무를 보내는 것이다.
이때 같은 소대원 혹은 다른 소대원과 2-3명이 지내게 되는데 이때 같이 가는 멤버의 능력과 성향에 따라서 3개월간 땡보생활 or 지옥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무튼 그때는 난 좀 계급이 되던 시기라 내가 고참으로 원숭이라는 별명의 후임과 함께 가게 되었다.
꽤나 용감하면서 유쾌하고 좋은 녀석이었는데 (너무 유쾌한 녀석이라 언젠간 1년 차이나는 나한테 맞먹을라고 들길래 말로 따끔하게 버릇을 고쳐준 적은 있었다. 심성은 착한녀석이라 잘 알아듣고 또 무난한 파견생활을 보냈다.)
이렇게 둘이 교대로 음주단속도 하고 딱지도 끊고 하면서 거친 전경대 생활을 잠시 잊어갈 즈음이었다.
당시 지역이 당진인가 어딘가 했는데 아무튼 지역지구대는 사건이 여러가지로 많다.
교통사고가 난 부분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그부분 사고 경황을 추리해보기도 하고, 밤이면 술먹고 찾아오는 단골손님들과 씨름을 하기도 하고(그때 원숭이가 한번 격분해서 주취자 팔을 비트는 바람에 지구대장이 경악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의 어느날이었다.
하루는 내가 지구대의 경찰직원과 딱지 끊기 및 순찰 겸용 하여 순찰차로 시내를 돌고 있는데, 캬바레 나이트인가 하는 곳에서 폭력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대낮인데 캬바레 나이트 같은 곳에서 폭력사건이라니? 이게 말로 듣던 조폭사건인가 하는 느낌에 긴장을 하고 있는데 날 진정시켜야할 박경장님이 오히려 불을 붓는다.
'섵불리 판단해서 먼저 나서지 말고 내가 지시할때까지 얌전히 있어' 라는 식으로 말을 하니 더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막상 도착해보니 상황은 이미 다 정리되어있고 당사자들은 이미 경찰이 온다는 말에 도망을 가버렸으며 대충 정리를 하고 지구대에 돌아가게 되었는데..............
지구대에 도착하니 공기가 심상치가 않다.
야간 근무자인 원숭이가 정복을 입고 각잡고 대기하고 있고, 왠 아줌마가 수갑을 차고 앉아있다.
나는 담배한대 피러가자며 원숭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야기를 듣는데....... 이건 뭐 가관이었다.
원숭이가 말하길 내가 나가고나서 한 시간 정도 지난후에 신고접수가 들어왔단다.
신고자는 모텔의 주인으로, 이야기인 즉슨 '일주일 전에 한 부부와 아이가 모텔에 들어왔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자만 나갔다 들어오고 남자는 절대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아무리봐도 정상적이지 않아 납치인지 뭔지 모텔주인의 감이 발동해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라는 것인데, 이에 방안에서 티비보던 원숭이가 불려나와 같이 모텔로 직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텔에 갔는데 마침 모텔주인의 말처럼 여자는 밖으로 나간 상태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남자만 있었는데
이게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고 한다.
남자는 의자에 묶여 반쯤 죽어가고 있었는데 피골이 상접한게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에게 대충 진술을 듣고 응급실로 보냈는데, 진술인 즉슨 '마누라가 날 여기에 감금하고 죽여서 보험금을 타내려고 한다' 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원숭이는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그래도 남성이 여성에게 당해서 감금당하고 제압당해 있다는게 믿을 수 없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다음에 방에 들어온 여자를 봤을때 그 용감하고 힘이 넘치는 원숭이 마저 기가 죽었다고 한다.
키가 웬만한 남성보다 크고 몸무게는 100키로에 육박하는 거구의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가 아니라 지구대에 실제로 그런여성이 은팔찌를 차고 강력계가 올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결국 여자를 체포하려했으나, 결정적인 진술과 증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여자는 이상한 말을 둘러대며 남자가 정신병자니 그래서 묶었니 폭행은 안했니 하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었단다)에 원숭이와 함께 갔던 직원 경장이 기지를 발휘했다고 한다.
모텔 방에는 그들의 아이로 추정되는 5살짜리 꼬마 여자애가 있었는데 경장은 그 아이에게 하나하나 물어보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는 그대로 '엄마가 아빠를 밤마다 때렸어' '아빠가 울었어' 등등의 말을 했고 여성은 살인미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대략 9년전.
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 될 나이가 흘렀다.
지금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