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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마초, 페미니즘과 질주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11) 2015/05/28 AM 02:17

1. 마초, 패미니즘과 질주하다.

물과 기름이 절대 권력의 원천이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회에서 맥스는 방향성을 상실한 유령과 같은 존재이다. 반복되는 혼팅(haunting)과 함께 밀려오는 죄책감만이 그의 삶을 지탱할 뿐,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원동은 이미 예전에 지인의 죽음과 함께 묻어버렸다. 핸들 없이 질주하는 8기통 엔진의 머슬카. 주인공의 외형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1980년대의 횡행했던 마초 영화와의 차이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가족과 가치의 수호’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전반적인 문법이었던 여타 영화와 달리, 매드맥스는 ‘남자가 여자를 보호한다.’는 외형이 동일할 뿐, 그 남자다움은 영화가 지향하는 목적이 아니라 단지 사건의 중첩 혹은 우연의 결과에 불과하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은, ‘매드맥스는 삭막한 세상에서 남성이 살아가기 위해 취해야할 정당한 태도를 보여준다. 여성을 보호하고 지킨다. 그리고 여성은 스스로 일어서서 싸운다.’라 평하며 이번 영화도 남성 위주의 관점을 유지한 채 여성주의를 끌어안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각의 차이인 듯하다.


이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성별의 선악구분이 굉장히 명확하다. 올해 최고의 페미니즘 영화라 평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러한 이분법적 도식구도에 영화 전개의 다수를 맡긴다. 새로운 여성상으로 돋보이는 ‘퓨리오사’부터 임모탄의 번식도구로 사육당하길 거부하는 여성들, 그리고 이들을 조력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계집단의 할머니들까지. 영화는 모성의 회복이 사회의 구원임을 강조한다. ‘엄마의 우유’가 젖줄로서 내내 부각되는 것 또한 그렇다.


이에 반해 ‘임모탄’으로 정점을 찍는 남성성은 폭압적인 지배계급이자 불완전한 ‘주류’이다. 영화 내내 남성은 핏줄의 영속에만 매달린다. 공동체의 그 많은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여성들을 뒤쫓는 주된 까닭도 여성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여성이 지닌 ‘자손’에 머문다. 그 핏줄에 대한 집착은 남성 자체의 본능이기도 하나, 이 지점에서 감독은 또 다른 시선을 둔다. 임모탄의 집단, ‘워보이’의 지배계층은 하나같이 모조리 장애를 지니고 있다. 아기같이 왜소한 눈, 비만으로 얼룩진 발, 건장한 체구지만 지적능력에 의심이 가는 근육 등. 이와 같은 시각의 정점은, 죽은 아이에 대한 외침으로 결말이 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완벽한 남성은 모체와 함께 죽어버린 '태아'이다. 거기에다 이 완벽한 남성에 대한 집착은 어떻게든 ‘이름’을 남기려는 외침으로 마무리 된다. 너무도 처참하게 비루해 내 안의 가부장을 한번 게워낸 것 같은 역설적인 개운함마저 느껴진다. 남성은 내세의 천국을 갈망하고 여성은 현세에 낙원을 이루려고 하는 지향의 차이도 이채롭다.


아무래도 올 한해는 여성이 강조되는 해라 봐야 될 것 같다. 지금 미국의 박스 오피스에선 여성 중창단의 이야기를 다룬 ‘피치 퍼펙트2’가 1위이고, 그 뒤를 따르는 작품이 바로 ‘매드맥스’이다. 슈퍼맨의 다른 버전 ‘슈퍼 걸’이 드라마에서 화제로 오르는 것도 무관치 않다. 이는 사회전반에 대한 해석으로도 이어지는데, 미국 민주당 유력주자인 힐러리가 대세를 넘어 시대 아이콘으로 굳어지는 경향이 보인다. 공화당내 선거 브레인들이 여성주의 문화 확대를 경계한다는 후문이 그리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것도 또 다른 관점으로 이해의 재미를 준다.


물론, 이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페미니즘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여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은 시사회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적 시각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밀러 감독이 지닌 인간에 대한 이해 때문에 (결과적으로) 페미니즘에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남성성을 공격성으로, 여성성을 치유로 대척점을 두는 고착화된 이분법적 구조해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이어온 가부장적 사회(가부장적 사회가 남성 사회와 등치되지 않는다.)엔 분명 문제가 있다. 성적 패러다임의 전복(顚覆)에 항상 이유와 의미를 두고 싶은 건 이 때문일 것이다.



2. 한도를 넘나든 스타일, 그리고 속도.

미친 영화란 표현. 자주 쓰게 된다. 우리는. 그런데 제목부터 미쳐버린 이 영화는 이변이 없는 이상 올 한 해 가장 확고하게 미쳐버린 작품으로 기억되리라 본다. 펄떡 뛰는 날 것의 스타일로서.


극 초반은 괴랄한 공포 영화의 클리세를 그대로 따르는 듯하다. 한바탕 액션 뒤에 암흑과 기괴한 모습의 좀비 같은 사람들, 그리고 맥스의 등에 새겨지는 끔찍한 문구와 끓인 쇳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낙인은 관객을 불쾌감의 가운데로 몰아세운다. 마치 필름 사이사이를 난도질 한 것처럼 끊어지는 컷 신과 신 사이를 비집고 득달같이 쏟아지는 헤비메탈의 향연은 탈주의 긴박감을 온몸으로 체험케 한다. 황량한 사막과 생존만이 그득한 풍경은 덤으로 두고 말이다.


매드맥스는 굉장한 속도감을 영화 내내 유지한다. 내달린다는 묘사가 딱 들어맞는 건, 단지 ‘카체이싱’을 소재로 써서 그렇다기보다, 배경 구성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매드맥스는 광활한 사막을 배경으로 하나 액션의 전개는 4차선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듯 한정되어 있다. 퓨리오사의 큰 전투차량을 중심으로 폭력의 초점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 위에서 벌어지고 그 위에서 떨어진다. 이와 같은 제한은 포커스의 집중을 낳는데, 준비된 장비에 비해 자잘한 액션 컷이 돋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모든 사건 전개가 단막극의 연속으로 이어져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흐름을 가지고 결말을 향해 완만한 상승곡선, 그리고 하강 곡선을 그린다기 보다, 톱날을 보듯 한 사건의 인과관계 및 기승전결이 15분 내로 완성되어 끝을 맺는다. 이 시간 흐름에 맞춰 장면까지 전환된다. 요약한다면, 이 속도감은 장소에 제약을 두고 시간을 분절했기에 가능했다.


이와 같은 속도감은 내러티브에 대한 보완도 가능케 한다. 전작과 별개의 영화임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 대한 서설이 작품의 마침표까지 없다는 건 여타 다른 작품이라면 약점으로 지적될 법도 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선 그렇지 않다. 애당초 감독의 의도 자체가 내러티브의 단순함을 사건의 연속으로 밀어버리려는 뚝심에 있어 보인다.


효과음과 음악에 대해서도 한마디 안할 수가 없다. 전장의 북소리도 북소리거니와 기름 불꽃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는 붉은 옷의 워보이는 주인공 이상의 인상을 남긴다. 기괴한 캐릭터들이 그야말로 장면과 더불어 액션에 녹아나는 연출을 보면, 영화 자체가 헤비메탈 뮤직비디오의 연속으로 보일 지경이다. 무엇보다 음향상이 기대된다.


ps. 에구구... 글쓰기가 갈 수록 힘들어집니다. 확실히 연습하면 나아지고 게을리하면 떨어지네요. 깊은 밤, 좋은 밤 되세요.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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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친구신청

예.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니다. 여전사라고 한다면 터미네이터의 사라코너, 그리고 에얼리언의 리플리가 떠오는데 이 영화의 퓨리오사도 시간이 지나면 그 반열에 오를 수 있을거라 봅니다. ^^

까치발    친구신청

결코 내러티브가 빈약한 영화는 아니지요.
이 부분은 듀나의 평이 백 프로 옳다고 봅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한 탓에 산으로 갈뻔한 디테일도 없지 않을 정도던데요.

갠적으로 이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에게 바치는 경외의 의미를 담은 장미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메랄드시티로 향하는 듯한 샛노란 세상까지 함께해서요.

꼬박,    친구신청

말씀듣고 듀나평도 찾아 읽어봤는데..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보통 스토리텔링은 스토리와 텔링으로 구분되는네요, 저와 비슷한 시각을 지닌 분은 스토리에, 듀나씨와 비슷한 관점을 지닌 분은 텔링에 주를 두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내러티브란 단어는 좀 혼용되어 쓰이니까요. 좀더 구분해서 쓸 필요가 느껴집니다.

까치발    친구신청

갠적으로는 내러티브라는 범주를 스토리를 어떻게 텔링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기술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답글을 보니 어떤 의미에서 빈약하다고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가네요.
뭐 제 개인의 견해로 보자면 이 경우에도 빈약하다기 보다는 단순하다 또는 단조롭다...라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거 같기도 하네요. ㅎㅎㅎ

복숭아원숭이    친구신청

제가 이분글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자신의 생각만으로 표현은 힘든가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저기서 타인의 의견을 빌려오고 전문적인 언어를 빌려오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밀어내면서 관통하는 것이 굉장히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글쓰는 스타일은 개인적인 성향을 굉장히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제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반대로 쓰신 것처럼 화려하고 장황한 것만이 잘쓴 것은 아닙니다.
화려하고 장횡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것이 겉모습보다 훨씬 더 강력하거나 통렬하게 말히는 무언가 있어야 겉모습 뿐인 빈깡통같은 글이 되지 않으루것입니다.
저는 영화적 지식도 그리 많지 않고 글을 전문으로 쓰는 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언어의 본질은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다 명료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란 걸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꼬박,    친구신청

비판 감사합니다. 제 글이 딱딱하다고 생각해도 화려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조금 당혹스럽긴 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아무래도 두가지 정도 때문인 듯 한데요, 첫째 직접인용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저 역시 직접인용이 글의 딱딱함을 가져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조리 간접인용으로 하거나 아니면 뉘앙스를 조금 바꿔서 생각인 듯 치장해볼 시도를 안해본 게 아닙니다. 그러나 제 원칙 중 하나가 취미의 글쓰기인데, 내 발상이 아닌 건 되도록 출처를 분명히 밝혀쓰자.는 게 있습니다. 오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도 있고 이왕이면 읽으시는 분들이 호기심이 생겨 검색하실 때 포인트가 되지 않겠나 싶어서요. 마이피에 각주 기능이 있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두번째로는 저는 리뷰 대상에 대해 설명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데요. 설명하는 글쓰기는 어디까지나 스포일러 요소가 포함될 수 있어서, 영화에 대한 소개보다 영화에 대한 인상을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친절하게 느껴지실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다른 분의 선물포장을 제가 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

물론 어디까지나 제 글쓰기 실력이 미흡한 건 사실입니다. 딱딱하게 안 써볼려고 노력 중입니다. 제 카테고리를 보시면 아겠지만, 쓴 걸 다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만, 자신의 생각만으로는 표현이 힘드냐는 비판은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데요. 어디까지나 소재에 따른 글의 성향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들도 몇 개 보아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주장은 보통 카테고리 끄적에 많습니다.) 좋은 밤되세요.

복숭아원숭이    친구신청

딱딱하기 보다는 실속이 없고 이리저리 떠벌리기만 하고 붕뜨는 느낌입니다.
딱딱하다고 느끼시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말하는데 영화에 대상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을 실어한다고 하셨눈데 그게 요지를 집어 내지 못하고 겉핧기만 열심히 하느 느낌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내실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답변에 다신 글에도 내용이 다르지 않네요.

꼬박,    친구신청

그렇다면, 하나 묻고 싶습니다. 이번 글에 초점은 어디까지나 달라진 남성, 여성상, 그리고 영화에서 보이는 성의 이분된 선악구도, 기반되는 사회현상인데요. 님이 말씀하시는 내실은 도대체 뭘 말하시는 건지 이해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제글 중 원인이 되는 문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어 풀어주시면, 다음 글쓰기에 참고로 삼겠습니다.

복숭아원숭이    친구신청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지금 쓰신 글이 여러개의 문단으로 되어있죠.
각각의 문단에 내용도 있거요. 그럼데 그 문단들이 집중하지 못합니다.
각각은 뭔가 있느누것 같지만 전혀 어울리지 멋하고 전체가 하나의 큰 뜻을 가지고 표현하지 못합니다.
문단이란 건 각각 다른 내용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단이 하나의 뿌리에 연결된 잔뿌리가 되어 글의 굵을 줄기를 보장하게 해야할 것인데 각 문단은 그냥 그때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끝이죠.
그럼 애초부터 이런 형식울 빌릴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항을 가지는 방식을 택해서 개별의 글로 분리하여 단절된 구조를 가지도록 했어야 합니다.
글을 쓸 때 이런 것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글의 클줄기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인데요.
전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할 부분을 버리지 못해서 이렇게 만들어진것도 눈에 띄지만 제 댓글에 재댓글 다신것을 보면 알수 있듯이 요점에 대해서 파악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굉장히 약해서 이런 글이 된 것 같네요.
구래서 비슷하게 제가 댓굴에 써놓은 의견에 대해서는 한두줄로 줄이고 관관련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변명하듯이 글이 전개 됩니다.
화려한 글이나 이것저것을 많이 담고 있는 글을 완성하려면 겉에 달린 그것보다 훨씬더 강렬하고 묵직한 것이 중심이 되어 글이 흐트러지고 맙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는 버려야할 것들이 필수적으로 존재합니다. 마움아푸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고 이걸 통해서 점점 굴이 묵직해지고 자신의 성향을 가지게 되는 거죠.

복숭아원숭이    친구신청

아주 원초적이고 투박하게 단하나의 논지를 위한 글을 써보세요.
실제로 잘 쓰지도 않는 용어 같은 것 말고 실생활에서 흔히 쓰고 친숙한 언어도 상대방을 완전히 넉아웃 시킬 수 있을만큼 굵고 묵직하게 단하나의 내용을 써보는 겁니다.
그걸 써보시면 지금과 많이 다르게 느끼는 부분이 생기실 겁니다.

꼬박,    친구신청

예.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류의 비판은 얼마든지 달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부족한 부분이니까요. 다만, 저로선 제 생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원인이 직접인용이지 않을까 싶어 답글로 풀어 내린 거니까요. 이 글을 심플하게 구성하려면 크게 어렵진 않습니다. 다른 부분으로 묶어 1,2,8, 9, 10연을 삭제하거나 뒤로 돌리면 그만이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구성해 보겠습니다.

흠. 한편으론 복숭아원숭이님의 글이 참 궁금해집니다. 말씀대로라면 저의 단점을 극복하신 분으로 생각되는데요. 님이 쓰신 묵직한 글을 하나 소개켜주심으로서 저에게 좋은 예시를 보여주십사 부탁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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