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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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그는 불덩이처럼 심각한 분위기가 싫어졌다. 소설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대체 직업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그는 쓰던 소설의 작업 파일을 삭제해버렸다. 더 나아가서 작업하던 노트북도 망치로 부숴버렸다. 그는 돌아오지 않기로 작정을 했다. 갑자기 모든 것에 환멸이 느껴진 것이다. 그가 쓰던 소설도, 자신의 경제적 불안도, 더 나아가 그의 심리적 불안도, 그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 하는 주위사람들, 그리고 매번 거절하는 출판사도, 모두 지긋지긋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가 조금 전까지 글을 쓰던 방은 조용했다. 주인을 잃은 그 방은 허무한 공포감이 감돌았다. 부스럭! 갑자기 영원히 조용할 것 같은 방에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